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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순무 칼럼]

세무조사 녹음 논쟁

조세일보 / 소순무 변호사 | 2018.11.22 08:20

세무조사 과정에서의 적법절차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추세이다. 불과 10여년 전에만 해도 세무조사의 규준인 조사사무처리규정은 비공개로 납세자가 접근할 수 없었다.

그 동안 국세기본법에 제7장의2 납세자의 권리가 신설되고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왔다. 중복세무조사금지 조항은 법원에 의하여 강행성이 부여되어 그 위법사유만으로 부과세액의 당부를 따지지 않고 취소를 면하지 못하게 되었다.

올해 세법 개정안에서 세무조사 시 당사자의 녹음권이 새로 들어가 큰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정기국회에서 막바지 논쟁이 뜨겁다. 세무조사에서의 조사공무원의 위법이나 부당한 행위를 좀 더 막아 보겠다는 취지이다.

당사자인 납세자와 조사공무원, 누가 반길까? 조사를 받는 납세자는 불이익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고 여길 것이고, 조사공무원은 불안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국세청의 반대가 거센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대화자 간의 녹음은 불법은 아니지만 누구나 모든 사항이 녹음된다는 생각이 없이 대화하는 것이 일상이다. 누군가 대화 상대방이 이를 녹음하여 나중에 내놓는다면 당혹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화에서도 “어”다르고 “아”다르다던데 오로지 녹음으로 대화를 재생하여 다툼이 해결될까 하는 의문도 든다.

세무조사도 법적 성질은 행정조사의 일종이다. 행정조사기본법은 당사자에게 녹음, 녹화할 권리를 부여하고 있다. 세무조사라고 하여 이를 배제하여야 할 사유는 찾기 어렵다.

그러나 세무조사의 민감성은 일반 행정조사와 다르다. 기업이나 개인의 경제활동 전반에 미칠 수 있고 납세자로서는 조세의 추징, 나아가 조세포탈로 중형을 받고 기업자체의 존립까지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세무조사의 절차는 조사대상 기간, 조사시행기간 등의 제약이 뒤따른다. 아무리 열심히 파헤친다 해도 과세대상 거래를 다 다룰 수 없다. 이러한 제약으로 세무조사 시 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형태이든 다소간의 타협이나 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오랜 관행이 되어왔다.

세무조사의 한계와 수단적 제약은 이러한 행위에 법적 잣대를 들이대기 어려운 것으로 인식되었다. 녹음이 제한 없이 허용된다면 어떠한 일이 일어날까?

조사공무원은 꼬투리를 잡히지 않기 위하여 엄격하고 융통성 없는 방어 수단을 쓰게 될 것이다. 그 방향은 일단 과세 쪽으로 갈 공산이 클 것이다. 그 경우 수많은 불복사태와 부실과세의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역으로 과세할 수 있는 경우도 과세를 하지 않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세무조사에서 녹음은 그 절차적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과연 실질적인 납세자의 보호수단이 될 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영악한 납세자가 순진한 조사공무원의 뒤통수를 치는 일을 막아야 하고, 조사공무원이 납세자의 발언 실수를 빌미로 압박수단으로 쓰는 것도 예상되는 부작용이다. 세무조사의 민감성에 비추어 명문화가 되어도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구체적인 허용조건이 제시되어야 하지 않을까?


소순무 변호사(법학박사)

[약력] 서울대 법과대학, 경희대 법학 박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한변협 부협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공익법인 온율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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