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경호처에 '군·경 지휘권', 여야 공방…野 "대통령 군 사병화" 與 "지휘 명문화"

18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대통령 경호처장에게 경호 업무에 투입된 군과 경찰의 지휘권과 감독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대통령 경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여야의 거센 공방이 벌어졌다.

앞서 대통령 경호처는 지난 9일 경호 구역에서 경호업무를 하는 군·경찰 등 관계기관 공무원 등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경호처장이 갖도록 하는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시행령 개정에 따라 경호처는 군과 경찰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지원받은 경호인력에 대한 직접 지휘권을 갖는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경호법 시행령 입법 예고됐는데 이것은 국가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고 군의 지휘 체제를 문란시킬 수 있는 개정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경호구역에서 경호 활동을 하는 군 경찰 등 관계 기관의 공무원 등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행사한다고 제안을 신설하는 것"이라며 "1980년 이후 이런 내용이 없이도 50년 동안 경호 작전에 문제가 있었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이 의미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 호위사령부, 후진국이나 독재국가의 근위대 같은 역할로 비춰질 수 있다. '협조한다', '지원한다' 정도의 용어는 괜찮으나 '지휘' 용어를 쓰게 된다면 과거 유신 시대보다도 더 강한 조항"이라며 "이렇게 애매한 조항을 넣다 보면 경호처장이 군 위에 있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유지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윤석열 대통령을 독재자로 만드는 길"이라며 "왜 이런 길을 경호처가 하는데 막지 못하나. 군이 국민을 지키는 군대가 되는데 자칫 잘못하면 대통령의 개인 사병화 될 수 있다"고 날선 비판을 이어갔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지금까지 대통령 경호실에서 대통령 경호와 관련해 군에 협조 요청을 했는데 (협조가) 안 된 사례가 없지 않나"라며 "(시행령 개정으로) 법적 근거를 만들어 경호처의 권한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이게 제도화·입법화되면 갖고 있는 권한은 확대하려고 있고 쓸려고 하는 것(이 된다)"고 비판했다.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국군조직법 제8조에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군사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고 합참의장과 각군 참모총장을 지휘감독한다 돼 있다. 국군조직법 제10조에 각군 참모총장의 권한 등 2항에 보면 각군 참모총장은 국방부 장관의 명을 받아 각각 해당 군을 지휘 감독한다고 돼 있다"며 "이외에 군령 군권과 관련해서 지휘 혹은 감독이라는 단어가 다른 법 조항에 등장하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대한민국 국군을 지휘 감독할 수 있는 권한은 유일하게 대통령과 대통령의 명을 받은 국방부 장관, 국방부 장관의 명을 받은 각군 참모총장만 가지고 있다"면서 "헌법과 법률에 의한 군령 체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면 그것은 군사 쿠데타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어 "1976년 2월 차지철 당시 대통령 경호실장이 시행령을 개정해서 경호실 작전차장보에게 경호실에 파견된 작전부대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부여한다. 1978년 12월에는 수도경비사령부 설치령을 개정해 대통령 경호가 필요한 지역에서의 수경사의 작전 활동을 경호실장의 통제하에 둔다. 이게 소위 군사 정부 시절에 이루어졌던 일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본적인 헌법과 법률 체계를 무시한 차지철 경호실장의 시대, 무소불위의 시대였다"며 "대통령 사병의 시대, 차지철 시대가 지금 부활하려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반면 임병헌 국민의힘 의원은 "현재까지도 대통령 경호처장이 파견된 군과 경찰에 대해 감독, 현장지휘 해왔다. 그래서 이걸 명확하게 시행령으로 정하자는 뜻 아니냐"고 말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지휘 감독, 지휘 통제 이런 표현들이 약간씩 의미가 미묘한 부분이 있다. 지휘권이라면 모든 것을 포괄하기 때문에 군사 용어적으로 적절치 않은 측면이 있어 군과 일반 행정기관이 전반적으로 함께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휘권을 행사하지 않고 경호할 수는 없다. 당연히 지휘해야 한다는 것을 명문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지금까지가 잘못된 것이지 잘돼서 지금에 온 게 아니다. 잘못됐기 때문에 바꾸려는 것이지, 잘됐기 때문에 유지하려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현장에서 경호 업무를 수행하는 경호처장은 대통령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라며 "결국 국군 통수권자의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게 뭐가 문제가 되나. 위임받는 절차가 지금까지 없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야당이 말하는 쿠데타는 정치적인 쿠데타지 군의 쿠데타가 아니다"라며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니까 극단적인 용어를 선택하는 것이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경호처장이 군을 지휘한다느니 개념과는 전혀 무관하다"며 "경호경비 작전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근거를 마련하려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