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취인과 지급지가 기재되지 않은 백지어음의 공란을 채우지 않고 어음금을 청구했더라도 소멸시효 중단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백지 부분을 채우지 않은 채 어음금을 청구했다가 사후에 백지 부분을 보충했더라도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일 H저축은행이 4억9천만원의 어음금을 지급하라며 C사를 상대로 낸 약속어음금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어음요건이 백지인 약속어음의 소지인이 백지 부분을 채우지 않은 채 어음금을 청구했더라도 어음 청구권에 관해 잠자는 자가 아님을 객관적으로 표명한 것이어서 소멸시효는 중단된다"고 밝혔다.
이는 백지 부분이 보충되지 않으면 어음에 대한 권리 행사를 할 수 없어 소멸시효 중단 효력이 없다고 본 기존의 판례를 변경한 것이다.
H저축은행은 C사가 2004년 발행한 액면가 4억9천만원 약속어음을 수취인과 지급지가 기재되지 않은 백지어음 상태로 소지하다 지급기일로부터 3년인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하기 직전 백지 부분 보충 없이 어음금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며, 시효기간이 지나서야 백지 부분을 채워 정식으로 지급 제시했다.
1심 재판부는 백지어음은 백지 부분이 채워져야 완전한 어음으로 효력을 갖기 때문에 보충 없이 한 어음금청구는 무효라며 시효 소멸을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했으나, 2심은 그런 경우라도 시효중단 효력을 인정해야 한다며 판결을 뒤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