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대표 "소득세 최고세율구간 신설" 주장
박근혜 전 대표 "소득세 감세 철회, 법인세 감세 유지"
與 부분 감세 철회론…野 "전면 철회 바람직"
본격적인 조세법안 심의를 앞두고 '감세 철회' 문제가 국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당내 입장차이로 대외적으로 유보적인 입장을 고수했던 한나라당 내에서 당 대표를 중심으로 다시 감세 철회의 목소리가 불거지면서 논의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5일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는 언론인터뷰를 통해 "소득세의 경우 최고세율 구간을 신설해 그 구간에 대해서는 감세를 적용하지 않고 35% 최고세율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개인적인 의견임을 전제했지만 "소득세 최고구간 신설은 현 정부의 감세정책을 부분적으로 보완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혀 여당 대표가 정부 감세정책에 대한 보완이 필요함을 공식적으로 시인한 셈.
안 대표의 안은 현행 8800만원인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 위에 1억원이나 1억2000만원의 과표구간을 하나 더 만들어서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감세를 하지 않겠다는 것.
현행 소득세법상 오는 2012년부터는 과표 8800만원 초과구간에 대해서 소득세율을 35%에서 33%로 인하하도록 돼 있지만 여기에 최고세율 구간을 하나 더 신설해 그 이상에 대해서만 감세를 철회한다는 방안이다.
그 동안 이 부분 논의에 침묵을 지켜왔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가세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소득세 최고세율 구간은 현행세율을 유지하고,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은 예정대로 인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부분 감세 철회론을 제시했다.
박 전 대표는 특히 "정부의 재정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됐고, 소득 불균형도 심화되고 있다. 과표구간 8800만원 이상의 소득자에 대한 소득세율은 현행대로 유지하는 것이 악화된 재정건전성에 일정부분 도움이 될 수 있고, 계층간 양극화 완화라는 정부정책노력에도 도움될 것"이라고 일부이지만 '감세 철회'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 중진들 의견표명-여당내 논의 '급물살'…부분 철회 '무게'= 감세 철회에 대한 여권내 논의는 정두언 최고위원의 강력한 요구로 시작됐지만 청와대와 여당 일각에서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면서 수면 아래로 숨는 듯 했다.
그러나 최근 당내 소장파 모임인 '민본 21' 등이 정책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해 관철시켰고, 홍준표, 나경원, 서병수 최고위원도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구간이나 소득세 최고세율구간에 한한 감세 철회안에 동의하는 입장을 보였다. 여기에 안 대표와 박 전 대표의 '입'이 가세하면서 감세 철회안은 다시 힘을 받게 됐다.
특히 유력 차기 대권주자인 박 전 대표가 그 동안의 침묵을 깨고 공식석상에서 의견을 표명하면서 감세 철회 논의는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당장 이날부터 시작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조세법안 심의에 여당 재정위원들이 어떤 목소리를 낼지 주목된다. 감세 철회에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박근혜 전 대표와 서병수 최고위원도 기획재정위 소속이다.
기획재정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민주당 이용섭 의원이 제출한 소득세 과표 8800만원 초과구간 세율 인하(2012년부터 35%→33%) 철회안과 여기에 과표 1억2000만원 이상을 신설해 40%의 최고세율을 부과하자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상정, 논의에 들어간 상황이다.
□ 野 "8800만원 초과구간도 부자…감세 철회 포함해야"= 여당에서 야당이 제기하고 있는 감세철회 주장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내면서 감세 철회 논의는 쉽게 풀릴 듯 해 보이지만 여전히 논쟁의 불씨는 남아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소득세에 국한한 감세철회를 주장했고, 안상수 대표도 소득세에 한해 그것도 최고세율구간을 신설해서 1억원이나 1억2000만원 이상의 과표구간에만 감세를 철회하자는 입장이다.
다만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에 대한 감세안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당장 민주당에서 안 대표의 의견에 환영과 함께 반대의 입장을 밝힌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박 전 대표의 의견은 가장 비중이 큰 법인세 최고세율 구간은 그대로 감세를 하자는 의견이고, 또 안 대표의 안 대로라면 8800만원 구간과 1억원 혹은 1억2000만원 사이의 고소득자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감세를 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
민주당 이용섭 의원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소득세 최고세율을 그대로 가져 가자는 안상수 대표의 입장에는 일단 환영한다"며 "현행 최고세율 과표구간 8800만원은 연봉 1억300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이다. 사회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득세뿐만 아니라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부분이 아닌 전면 감세 철회를 주장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도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소득세 최고소득구간을 더 설치해서 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은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이라며 "과세표준 1억원이 넘는 분들을 위해 꼭 감세를 해야 될까하는 점에서는 입장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 '시기'도 논란거리= 감세 철회의 시기에 대한 입장차도 분명, 논쟁거리로 작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용섭 의원은 "경제정책은 예측성이 있어야 한다. 특히 조세정책은 기업경영 등에 많은 영향을 미치므로 불확실성 제거 차원에서 올해 정기국회에서 세율인하 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의 감세정책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최고세율 구간에 대한 감세안은)2012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내년 정기국회에서 논의해도 된다고 본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 경제상황이 또 많이 변하기 때문에 금융이나 경제동향, 재정상황을 감안해서 (내년에)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재정건전성 문제로 감세 철회논쟁이 시작됐다는 점을 감안, 1년 동안 또 다른 경제변수가 발생할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이냐는 '변수론'을 들어 달아오른 논쟁을 일단 식혀보겠다는 취지로 해석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한나라당 고흥길 정책위의장도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고 정책위의장은 "(최고세율구간에 대한)감세는 2012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내년에 논의해도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으며, 이날 당 최고위에서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당론을 수렴한 뒤 방안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도록 하겠다"는 신중론을 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