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활 타오르는 감세철회 논란…정치적 '꼼수(?)'

재정건전성 확보 VS 총선·대선 염두 '정치쇼'

정치권이 감세철회 논란으로 시끌벅적하다. 논란의 수위는 연일 높아지고 있다. 단순한 논쟁이 아닌 '이념논쟁'으로까지 번져버린 모습이 역력하다. 접점을 찾아내기가 여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부터 감세를 조세정책의 근간으로 삼아왔다. 집권여당은 정권의 든든한 '방패막이'가 됐다. 부자감세 논란 속에서도 잘 버텼던 한나라당이 내부로부터 '균열'이 생겼다는 것은 중대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감세철회 논란이 불거진 배경은 여러 갈래로 해석이 가능하다. 다만 가장 큰 명제는 2가지로 압축된다. 정책적 측면과 정치적 측면이다. 굳이 따지자면 정책적 측면은 표면적인 이유임과 동시에 확실한 '명분'이다.

그러나 이번 논란의 진짜 이유는 정치적인 측면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감세안이 작동하는 시점, 즉 2012년은 국회의원 선거 및 대통령 선거가 연달아 치러지는 '정치의 해'이기 때문이다.

□ 감세철회 논란, '정책적 명분'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하는 2012년부터 적용된다. 다음해 세수에 영향을 미치는 법인세의 경우 사실상 1년 뒤인 2013년부터 적용된다.

이 문제를 내년 국회에서 논의해도 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 것도 이 때문. 그러나 현재 분위기는 여당이나 야당이나 올해 안에 이 문제를 완벽하게 정리하고 넘어갈 기세다.

이처럼 급속도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정책적 명분'과 더불어 '정치적 명분'이 배경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우선 정책적 명분은 재정건전성 확충이다.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 대규모 감세로 인해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감세의 효과는 천천히 발휘된다는, 경제이론에 기댄 감세철회 찬성파에게 '재정건전성 확보'는 최적화된 논거가 되고 있는 모양새다.

게다가 22조원이라는 거액의 예산이 투입되는 4대강 사업이 '촉매' 역할까지 톡톡히 하면서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감세철회에 한껏 힘이 실리고 있는 모습이다. 

감세의 효과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소비유인이 적은 소득상위 10%가 소득세수의 70% 이상을 납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감세안 작동시 재정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소지도 충분하다.

법인세 인하도 마찬가지다. 결과적으로는 대법인에게 혜택이 몰릴 수밖에 없다. 법인세의 상당부분도 이들 대기업이 납부하고 있다. 따라서 세율을 내릴 경우 상당폭의 세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 감세철회 논란의 이면, 정치적 '꼼수(?)'= 재정건전성이라는 든든한 간판 뒤에 숨은 감세철회 논란의 진짜 이유에는 정치적 꼼수가 숨어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집권여당이 먼저 이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이 결정적인 증거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안이 작동하는 2012년은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예정된 '정치의 해'다. 현재 집권여당은 당의 정체성을 좌로 한 클릭 이동, '부유층만을 위한 정당'이라는 인식에서 벗어 나야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한 상황이다.

일반적인 여론조사에서 줄곧 민주당 등 여타 정당을 앞서왔지만, 세부적인 정책으로 눈길을 돌리면 지지율의 강도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정권이 서민을 입에 올리고 있는 마당에 일부 대기업과 고소득층에 대한 감세가 이뤄진다면 (국민들이)어떤 반응을 보이겠느냐"고 말했다.

집권여당이 노리는 것은 절대다수의 '표심'이다.

정권을 유지하거나 창출을 하기 위해서는 최대다수가 만족할 수 있는 정책노선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자명한 진리다. 일부 절대적 소수만이 혜택을 입는 '부자감세' 눈총은 대형 정치 이벤트를 앞둔 집권여당에게 엄청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집권여당이 요란을 떨며 이 문제를 화두로 꺼낸 것에 대해, '진정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선거에서의 승리를 목표한, '포퓰리즘(Populism)'으로의 선회라는 부정적 평가도 흘러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감세문제를 정치적인 상징성 차원에서만 다루는 것 같은데 이것은 문제"라며 "(서민을 위한다는 감세의)목적과 실제가 일치하는 쪽으로 가야만 결국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명지대학교 김형준 교수는 "감세논쟁은 바람직하다"며 "다만 (이견을 절충하려고)반반씩 나누는 식은 안 된다. 자꾸 눈치를 보려고 하지말고 감세의 효과에 대한 치열한 논쟁을 벌여 결론을 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수는 "논쟁에 앞서 무엇을 위한 감세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단순히 상대 당이 제시한 프레임에 갇혀 포퓰리즘으로 나가는 것은 안 된다"고 덧붙였다.

□ 운명을 가를 22일 '의원총회'= 현재로서는 감세철회 논란이 어떤 결론에 도달할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단 집권여당의 움직임은 부산하다. 한나라당은 22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 문제를 논의해 '당론'을 결집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감세철회에 부정적 입장인 이명박 대통령의 요청(당의 조속한 결론)도 있다는 측면에서 22일 의원총회에서 집권여당의 '결단'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를 토대로 청와대와의 조율과정을 거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미온적 반응은 변수가 될 수 있다. 결국 당의 요구를 청와대가 수용할 것이라는 인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모습이지만 청와대는 논의 자체에 대해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국정 지지도가 50%대 후반에서 60% 초반까지 오가는 상황인데 왜 굳이 민감한 현안에 발을 담가야 하느냐"며 "집권 3년차 대통령이 정치적인 현안에 잘못 개입할 경우 레임덕이 조기에 현실화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