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건설 수주산업 특성 이해 못한 탓"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실사 과정에서 수천억원대의 우발채무(당장은 아니지만 장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채무)를 발견했다는 주장과 관련해 현대건설측이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현대건설 고위 관계자는 22일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의 회계장부에서 8천억원 상당의 우발채무를 밝혀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임직원 모두 당혹해하고 있다"며 "인수가격을 낮추려는 현대차의 의도는 이해하지만 현대건설이 수천억원의 우발채무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해할 수 없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런 소문으로 현대건설이 그동안 불투명한 회계처리를 해와 숨겨진 부실이 많은 회사로 오해받을까봐 걱정스럽다"며 "현대건설은 그동안 최대한 보수적인 회계기준을 적용해 투명하게 회계처리를 해왔다"고 반박했다.
현대건설은 현대차그룹이 우발채무를 과다하게 추정한 것은 사업기간이 긴 건설산업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건설은 제조업과 달리 하나의 사업이 장기간 진행되기 때문에 원가율이나 부실 규모 등을 산정하는 방식도 달라야 하는데 현대차그룹은 제조업의 시각에서 원가율 등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적용한 것 같다"며 "수주 산업인 건설업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측은 이번 우발채무 문제가 대외 신인도 하락은 물론 해외공사 수주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우려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한 임원은 "해외 건설공사는 각 국의 수주 경쟁이 치열하고 정보에 어둡기 때문에 막대한 우발채무가 있다는 소문만으로도 경쟁국가가 악용할 빌미가 된다"며 "더이상 사실과 다른 불필요한 소문이 생산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