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들 "수임료보다 위험부담이 더 크다" 불만 표출
고소득 자영업자들이 종합소득세 신고를 할 때 반드시 세무대리인을 통해 신고내용의 정확성을 확인 받도록 하는 성실신고확인제(세무검증제)가 지난 5일 관련법안의 국회 통과와 함께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세무사 등 세무대리인들에게는 새로운 일거리가 생기는 셈으로 한국세무사회 차원에서도 이른바 '블루오션'으로 평가하며 제도 도입을 찬성해 왔지만, 정작 제도 도입이 확정되자 세무사들의 반발이 적지 않다.
특히 성실신고확인을 하고 납세자들로부터 받게 될 수임료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혹시나 부실한 신고확인으로 징계나 과태료만 물게 될까봐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는 납세자가 세무사 등 세무대리인에게 지출할 성실신고확인 수임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신고확인비용의 60%까지를 100만원 한도 내에서 세액에서 공제해 주도록 했다.
이 경우 세무사들이 납세자에게 최대의 세액공제액을 보장하며 받을 수 있는 수임료 최고액은 167만원 선이다. 이 금액을 초과할 경우 납세자는 아무리 많은 금액을 지출해도 100만원까지 밖에 세액공제를 받지 못한다.
반면, 성실신고확인을 부실하게 해서 적발될 경우 세무사는 허위확인금액이 1억원만 넘어도 500만원~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담하게 되며, 허위확인금액 5억원 이상인 경우 직무정지 1~2년도 감수해야 한다.
6일 한 세무사는 세무사회 내부 게시판을 통해 "수수료를 최대로 받을 수 있는 한계가 있는데 책임만 주어지고, 직무정지 등 위험부담은 너무 크다"며 "성실신고확인 잘 못해서 직무정지 받으면 그 동안 소득은 누가 보상해주나. 과연 누가 이런 위험부담을 안고 세무신고확인을 해 줄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세무사는 "세무사 시장이 과당경쟁의 상황인데, 신고확인에 대한 보수를 정해주지 않으면 세무사들은 결국 적절한 비용도 받지 못하고, 책임만 떠 안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 세무사는 또 "세무대리인이 이미 납세자로부터 수임료를 받아서 장부기장대리 등을 하고 있는데, 그것을 정확하게 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추가로 비용을 달라고 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장부기장과 성실신고확인을 중복해서 처리하는 세무사는 신고확인 수임료는 거의 받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성실신고확인비용의 문제는 정부도 인지하고 있지만, 현재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정부가 민간분야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을 임의로 정할 수도 없을뿐더러 가격을 지정해준다는 것 자체가 공정거래위원회가 감시하고 있는 '담합'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무사회의 경우 과거 수임료 담합문제로 공정위의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
재정부 세제실 관계자는 "납세자들이 다른 세무사는 싸게 해주는데 당신은 왜 비싸게 받냐고 하게 되면, 세무사들도 당분간은 제값을 받고 일하기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수임료에 대해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거나 법령으로 정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직에 있는 한 세무사는 "세무사는 지금까지 납세자의 법적인 세무대리인으로서 납세자를 위해 일하고 납세자로부터 보수를 받아왔지만, 성실신고확인제 도입으로 국가를 위해 일하는 국가의 대리인이 됐다. 그러나 대리행위의 수익자인 국가에는 아무런 보수를 청구하지도 못하고 오히려 납세자로부터 보수를 청구해야 한다"고 촌평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