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3년이 더 문제"
그동안 은행권의 '모범생'으로 불려온 신한은행이 잇딴 사건사고로 곤욕을 치루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이 줄곧 강점으로 내세워온 '시스템' 측면에서의 사고가 잇따르면서 '신한사태'의 여파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LIG건설·위조수표 등 사건사고 잇따라 =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 일부 영업점에서 20억원 규모의 위조수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20억원짜리 위조수표를 현금 2억원과 2억원짜리 수표 9장으로 교환해 줬으며, 지급된 2억원짜리 수표는 이미 모두 현금으로 교환됐다.
반면 우리은행의 경우 같은기간 유사한 사례가 발생했지만 엄격한 위조판별 절차를 거쳐 사고를 방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영업점 위폐감별기의 경우 직원이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실수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수십억짜리 거액 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내부 시스템 상의 문제일 수 있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또한, 지난달 LIG건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리스크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LIG건설 차입금의 경우 우리은행이 400억원대로 가장 많았지만 신한은행은 200억원 대출과 함께 부동산PF 지급보증에 2000억원 가량이 물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LIG건설 전체 PF지급보증의 1/4 수준이다.
이와관련 서진원 신한은행장은 대기업들의 '꼬리자르기' 행태를 비난하며, 대주주인 LIG손해보험 대주주들이 대출원리금을 제때 상환하지 않을 경우 담보권을 행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서 행장의 이같은 방침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자체적인 평가시스템을 강화시키기보다 '땅짚고 헤엄치기' 식의 담보대출 위주의 은행 대출관행이 LIG건설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것.
권혁세 금융감독원장도 "은행들이 대기업 계열사에 대한 대출을 우대하는 것은 잘못된 관행"이라며 "상대적으로 중견 건설업체는 불이익을 받게돼 공정경쟁에 위배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 리스크관리 '자신' 불구 내분사태 여파? = 사실 신한은행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경쟁사와는 달리 독보적인 이익창출로 금융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해 순이익 역시 1조6484억원으로 업계 1위를 차지했으며, 신한금융지주도 심각한 내분사태에도 불구하고 2조원대 순이익을 기록했다.
경쟁사인 KB금융의 경우 부동산과 가계대출에 편중된 자산구조로, 우리은행은 기업구조조정, 또 하나은행은 외환파생상품에 대한 무리한 투자로 이익창출력이 크게 훼손됐다는 점에서 비교우위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와관련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신한의 경우 경영진의 내분과 관계없이 시스템적으로 움직인다"며 리스크관리에 대한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다.
또, 서진원 행장도 올해 사상최대 이익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올해 업계 '1위 굳히기'를 본격화 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신한은행의 이같은 사건사고는 리스크관리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의 발단이 됐으며, 가계대출은 물론 대기업·소호대출에서의 금리인하 경쟁은 은행간 과열경쟁의 진원지라는 불명예스런 꼬리표까지 달게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업의 특성상 내분사태 등에 따른 부정적 영향이 곧바로 당해 경영실적에 미치지는 않는다"며 "이 때문에 올해 새로운 체제로 출범한 신한은행과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향후 3년간 크고작은 여진에 시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한은행의 경우 경영진 내분사태가 시작된 지난해말 이후 영업점 및 본점에서 핵심인력 상당수가 이탈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