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춘천서 강원지사 선거운동 시작
최문순 '정권 심판론' VS 엄기영 '인물론'
강원지사 직을 차지하기 위한 MBC 사장 출신들의 한판 승부가 본격 시작됐다.
4·27 강원지사 재보선의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14일 민주당 최문순 후보는 '정권 심판론'을,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는 '인물론'을 각각 내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다.
야당 대표들 총출동…최문순 띄우기 총력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와 한명숙 전 총리는 이날 최 후보의 유세가 펼쳐진 춘천 팔호광장에 출동, 야권연대의 힘을 과시하며 시민들에게 한 표를 부탁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은 형님예산과 4대강 예산을 위해 날치기를 감행, 강원도 예산을 없애버렸다"며 "4월 27일 한나라당을 심판하자"고 말했다.
유시민 대표는 "이광재 전 지사를 억압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현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소중한 한 표를 달라"며 현 정권에 대한 분노와 이광재 전 지사에 대한 동정심을 동시에 자극했다.
지원 사격에 힘 입은 최 후보는 직접 시민들에게 다가가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시민들은 "강원도를 바꿔달라"며 지지를 약속했다.
시민들의 반응에 고무된 최 후보는 "상대 후보와 일대일로 맞설 수 있도록 내 자신을 부각시키겠다"며 공격적인 선거 운동을 예고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공직에 있으면서 외부에 노출시키지 않았던 자신의 부인 및 두 딸과 함께하겠다며 선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최 후보측은 한나라당 후보에 비해 지지율 면에서 뒤쳐져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시간이 갈수록 그 격차가 좁혀져 결국 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최 후보 선거캠프의 한 관계자는 "이광재 전 지사를 뽑았던 지지층이 아직 살아있다"며 "강원도는 그간 힘 있는 사람들을 뽑아왔지만 이젠 표심이 변했다"는 말로 승리에 대한 확신을 밝혔다.
춘천에서 만난 택시기사 장명순 씨는 "예전엔 한나라당을 좋아했지만 거긴 너무 자기네 마음대로 한다. 이광재 전 지사 때도 한나라당이 싫어서 민주당을 찍었는데 이번에도 꼭 그렇게 할 것"이라며 최 후보측의 확신을 뒷받침했다.
엄기영 '인물론' 부각…'청년층 공략'에 주력
이날 엄기영 후보는 춘천 닭갈비 골목에서 강원도 내 대학생 13명과 식사 시간을 가지면서 청년층 공략에 나섰다.
엄 후보는 취업에 대한 학생들의 고민을 들은 뒤 "난 집이 가난했다. 기자를 할 당시 '밥 먹고 살기 힘든 게 아닌가' 해서 선배들에게 '기자를 할 만 하냐'고 묻고 다녔다"며 스킨십을 시도했다.
함께 한 송곡대학교 학생 조원형 씨는 "유명한 앵커를 직접 보게 돼 좋다. 대학생들 사이에 엄 후보에 대한 평도 괜찮다"면서도 "현 정부에 대한 반감이 있기 때문에 민주당 지지자들이 많다"는 말로 젊은층에 대한 공략이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택시기사인 안성식 씨는 "당보다는 인물로 본다. 인물은 엄 후보가 낫다"며 젊은층과는 다른 기류를 선보였다.
강원 도민들의 이런 반응에 엄 후보 캠프에선 '당의 간판을 전면에 내세우는 대신 인물론을 앞세워 선거를 치르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고 판단,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엄 후보 선거캠프의 한 관계자는 "결국 인물론이 당락을 좌우할 것"이라며 "이미 강원도민 절반은 엄 후보를 지지한다. 최 후보 측에서 공격을 한다고 세게 나가지 않고 차분하게 대응해 현재의 지지율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