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거의 마무리 되고 2분기 중반을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 상위 10대 그룹의 실적을 이끌고 있는 '간판 기업'들의 1/4분기 성적표는 과연 어떨까?
조사 결과 불안정한 대외정세와 원자재 값 상승 등 불확실한 경제환경에서도 실적 개선을 이룬 기업이 5군데나 돼, 전체적으로는 그렇게 나쁜 성적표는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 10대 그룹은 공정위가 발표하는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의 자산 총액 기준이다. 공기업과 미발표된 (주)한화는 제외했다.
현대차, SK, 롯데 등 흑자 행진…경제성장 '견인'
○…우선 현대자동차는 올 1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5.6% 증가한 1조827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현대차가 해외에서 판매한 차량은 수출을 포함해 총 75만2466만대. 전년 대비 11.6% 증가한 수치다. 일본 도요타 리콜 사태에 이어 일본 대지진 등의 영향에 따른 반사이익을 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는 "대·내외적으로 불안한 정세 속에서도 제품을 시장에 적시 투입하는 등 판매량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개선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 노력할 것"이라며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발생한 피스톤 링 제조업체인 협력사 유성기업의 파업으로 생산차질이 본격화되며 2/4분기 실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SK그룹의 간판인 SK이노베이션은 영업이익 1조193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대비 무려 194.9%나 증가한 수치다.
불안정한 대외정세가 기업 이익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또 국제유가 및 기타 원재료 값 상승과 함께 수출이 증가됐고, 석유화학제품의 정제마진이 확대됐기 때문이라는 게 SK측의 설명이다.
특히 이노베이션 측은 1분기에만 약 11조4000억원의 수출을 기록했다는 점이 눈에 띄는 대목. 1분기 전체 매출의 67%를 넘는 사상 최대치다.
SK이노베이션의 이같은 수출호조는 2/4분기에도 흔들림 없이 이어지면서 SK의 '효자'사업부문으로서의 이름값을 톡톡히 해 낼 것이란 전망이다.
고유가 흐름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은 곳이 또 있다.
○…GS그룹의 GS칼텍스는 올 1분기에 872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사상최대 분기 실적이다. 석유 사업에서 수출이 확대됐고 윤활유 사업 또한 호황을 맞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당분간 고유가가 지속되고 석유제품의 수요 증가로,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의 전망은 밝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들 정유사들의 경우 정부의 '손목 비틀기식' 기름값 인하 실적이 반영되는 2/4분기 실적이 무엇보다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롯데그룹의 롯데쇼핑도 실적 호조세를 이어갔다. 올 1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5% 증가한 4688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의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사업 모두 고르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롯데카드, 우리홈쇼핑 등 주요 자회사의 실적 반영도 한 몫 했다.
롯데쇼핑 측은 "하반기로 갈수록 물가가 하락되고, 백화점 부문의 소비가 점차 회복되며 앞으로의 실적도 양호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故정주영 家에서 분리된 후 큰 폭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현대중공업 역시 올 1분기에도 좋은 결과를 냈다.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올 1분기 991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1%나 성장한 수치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중국, 브라질, 인도 등 신흥시장을 공략해 실적 개선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어서 '분기별 영업이익 1조클럽' 입성도 멀지 않아 보인다.
1/4분기 실적에서 보여주듯 이처럼 성장을 일구어 온 기업들은 2/4분기에도 대부분 기분 좋은 항해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1/4분기 실적이 만족할 만 수준에 미치지 못한 기업들의 경우 대기업들에게 불어 닥친 '동반성장'이라는 새로운 경영환경에도 맞서야 하는 등 쉽지 않은 항해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손목비틀기', '동반성장'…2/4분기 쉽지 않은 항해 될 듯
○…대한민국 대표기업 삼성그룹의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 아래를 밑돌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 때보다 33% 줄어든 수치였다.
삼성전자 측은 일본 지진, 중동 사태, 유럽 재정 위기 등 글로벌 경기 악화를 이유로 들었다.
게다가 계절적 비수기의 영향으로 주요 제품의 수요가 감소했고, LCD 부문의 판매가격 하락이 실적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글로벌 경기 불안정성이 LG그룹의 LG전자에게도 미쳤다. LG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308억원. 지난해 1분기 때보다 무려 72.8% 줄었다.
○…공기업에서 민영기업으로 전환된 포스코는 올 1분기 9208억원의 영업이익을 나타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해서는 36.1%나 감소한 수치다.
포스코는 올 1분기 철강 등 원료값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반영시키지 않아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하락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진그룹의 대한항공 역시 유가 등 원료값 상승의 영향을 받았다.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16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2% 감소했다. 하지만 원화강세로 외화환산이익이 반영되며 순이익은 오히려 49.5% 늘어난 2821억원을 기록했다.
1/4분기 실적 안 좋다고?…'첫 술에 배 안 부르다'
지난해보다 영업이익이 하락했다고 꼭 나쁘게 만은 볼 수 없다. 수익성 개선을 위한 각 기업들의 지속적인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신제품 라인업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며 원가 경쟁력을 높여 이익을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LG전자도 영업실적만으로는 평가하기에 이르다. 지난 3,4분기 때 스마트폰 라인업 실패로 245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대폭 상향된 성적이란 평가다.
회사 측도 "앞으로 스마트TV 부문에서 선방하고, 스마트폰 비중을 늘려 매출 구조가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포스코는 앞으로 원료값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반영시킬 계획이고, 내부적으로도 원가 절감 노력을 지속해 영업이익 증가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측도 고유가와 대외 불안정한 정세 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하기 쉽지만, 여행 심리가 점차 회복되는 등 국제여객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며, 앞으로의 실적 상향을 희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