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집단 연비소송…"현대차 1인당 100만원 내라"

미국과 캐나다에 이어 국내에서도 소비자들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집단 연비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법인 예율 김웅 변호사는 이 모(60) 씨 등 자가용 보유자 48명을 대리해 현대차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다고 23일 밝혔다.

현대차는 지난해 11월 미국 환경보호청(EPA)으로부터 현대차와 기아차 일부 차종의 연비가 낮게 표시됐다는 지적을 받고 자진해서 수정된 연비를 표시하면서 보상을 실시했으나 국내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데 따른 소비자들의 불만으로 보인다.

이 씨 등은 재산적 손해와 정신적 손해 50만원씩 1인당 100만원을 청구했다. 국내에서 소비자들이 집단으로 연비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향후 자동차에 대한 집단소송제 도입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변호사는 "현대차는 신문광고에서 휘발유 1ℓ로 ○○㎞ 주행한다고 할 뿐 혼잡한 시내 기준인지 고속도로 기준인지 등을 분명히 밝히지 않는다"며 "이는 현행법상 부당한 표시·광고 유형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원고들은 차를 구입한 후 실주행연비가 공인연비에 미치지 못해 실망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시장지배적 지위를 가진 현대자동차에 경종을 울리고 싶어 소송을 냈다"고 덧붙였다.

김 변호사는 "미국 환경보호청 발표와 지식경제부 보도자료를 통해 작년이 돼서야 불법행위를 알았다"면서 "소멸시효 3년을 감안해 2015년 말까지 추가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해 앞으로도 계속해 추가 소송이 뒤따를 것임을 시사했다.

조세일보는 이에 앞서 현대·기아차가 국내서 발표한 연비가 미국에 신고한 복합연비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시리즈를 통해 보도한 바 있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3%를 넘어서는 연비과장으로 인해 매년 1천억원 수준으로 소비자 보상을 하지만 국내에서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데 대한 문제점과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도록 연비측정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자동차 복합연비 측정방식을 자동차 제작사에 맡길 것이 아니라 공인인증관 제도를 도입해 공정성과 객관성을 갖출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국내 실정에 자동차 제작사의 자기인증제가 과연 맞는가 생각해봐야 한다”고 의문을 제기한 후 “자동차 제작사의 주행저항 측정시 올바르게 검증할 수 있는 인증관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