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직속기관인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감사원 국회이관 문제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재정의 회계 검사기능을 갖고 있는 감사원의 국회 이관 방안은 지난 2003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국정연설을 통해 '감사원의 회계감사 기능을 국회에 이양하겠다'고 밝힌 후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으나, 감사원의 반대와 개헌 문제 등으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
감사원의 기능과 역할을 설명하고 있는 헌법 제97조는 '국가의 세입·세출의 결산, 국가 및 법률이 정한 단체의 회계검사와 행정기관 및 공무원의 직무에 관한 감찰을 하기 위하여 대통령 소속하에 감사원을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직속기관인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기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여야는 정치쇄신의 연장선 상에서 '국회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논의해 볼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문제가 헌법개정 사항이라는 점에서 추후 논의과정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감사원 국회이관, 논거는? = 감사원의 국회이관 논의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논리에서 출발한다.
먼저 감사원이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돼 있는 상황에서 직무수행의 독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다음으로는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는 것이 입법부의 행정부 감시기능을 강화하고 3권분립이라는 헌법정신에도 부합한다는 것이다.
이외에 대기업이나 이익단체들의 로비가 대부분 행정부처로 집중되므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민 세금의 회계검사기능을 갖고 있는 감사원의 감사기능을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감사원이 국회로 갈 경우 다수당이 요구하는 표적감사에 동원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이와함께 대통령과 국회 다수당이 다른 경우, 즉 여소야대일 경우에도 정치적 독립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 여야, 개헌논의 과정에 포함 가능 = 일단 여야는 감사원의 회계 감사기능 국회이관에 대해 개헌 논의 과정에서 충분히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대표는이날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국회개헌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하면서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대로는 안된다"며 "정권의 감사원이 아닌 국민의 감사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이철우 원내대변인은 "박기춘 원내대표가 제안한 국회 개헌특별위원회 구성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 "감사원 국회 이관 문제 역시 개헌시 포함시킬 수 있다"고 밝혀 긍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에 따라 일단 여야는 감사원의 국회 이관문제에 대한 총론에는 긍정하고 있지만 추후 개헌 논의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감사원 등의 입장은? = 이에 대해 감사원 측의 반응은 다소 덤덤하다. 감사원의 국회 이관 문제가 지난 10여년간 수차례 제기됐지만,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부분이라 그동안 결론이 나지 못했던 탓이다.
감사원이 한 관계자는 "정권 교체기 때마다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해야 한다는 주장이 반복돼 왔다"고 전했다.
이어 "감사원 입장에서는 감사를 잘 할 수 있는 환경 조성만 된다면 어디 소속이든 큰 상관은 없다"면서 "그러나 필연적으로 헌법 개정안과 맞물린 문제라 우선 개헌에 대한 공감대가 이뤄져야 할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즉 국가별로 감사원의 소속이 다른데, 방점을 어디에 찍을 것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지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 김선화 입법조사관은 "감사원의 회계감사기능이 국회로 이관되려면 감사원의 독립성이 존중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외국의 사례를 봐도 회계 감사기능은 의회에서 하도록 되어 있는 곳이 많다"면서 "감사원의 독립성이 존중되는 제도적인 장치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안을 마련한 다음 이관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조사관은 감사원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방안으로 ▲감사원장과 감사위원에 정치적으로 중립적인 인사가 임명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마련 ▲감사원장과 감사위원 임기는 10년 이상으로 하되 중임 불허 ▲의사결정구조는 합의제 채택 ▲인사권과 예산편성 등의 자율성 보장 등을 제시했다.
이처럼 여야와 각 기관의 입장이 조금씩 다르고, 또 헌법개정에는 국회의원 2/3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는 점과 정부조직법 관련한 쟁점 등으로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감사원의 국회이관 문제가 원만히 처리될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향후 감사원의 국회이관 문제가 어떻게 처리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