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집내기·고성(高聲)·정쟁(政爭)' 없었다"
지하경제 양성화 대책, 세무조사 비리 척결대책 '도마'
최근 박근혜 정부 장차관 내정자들의 개인납세, 병역문제에 따른 '줄사퇴' 문제로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에 대한 비판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박근혜 정부 세수확보 중책을 맡은 국세청장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여야 의원들은 이날 김덕중 국세청장 내정자의 재산, 병역사항 등 걸어온 길을 반추하면서 "잘한 인사"라는 대체적인 평가를 내리며 정책검증에 집중, 내정자 흠집내기, 정쟁과 고성이 오가는 여느 인사청문회와는 확연히 모습을 연출됐다.
25일 김덕중 국세청장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는 기획재정위원회 내부에서 "오랜만의 정책검증"이라는 자평이 나올 정도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여야는 박근혜 정부 추가 세수확보를 위한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의 현실성과 함께 실질적인 세수효과 문제 등을 집중적으로 거론했다.
김 내정자는 세수확보 문제와 관련해 "올해 세수상황이 어렵지 않냐"는 새누리당 최경환 의원의 지적에 "올해 2월까지 납부한 세액이 작년과 비교해 6조원 정도 줄었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보다 정밀하고 집중적인 분석을 통해 탈세행위를 하는 사람을 찾아내는데 노력 하겠다"며 "실물거래, 부동산 투기 등 탈세행위 적발에 한계가 있어서 FIU(금융정보분석원) 금융정보 활용하면 보다 실질적으로 세수확보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금융정보분석원이 보유 중인 STR(1000만원 이상 자금세탁 의심거래), CTR(2000만원 이상 고액 현금거래) 자료를 과세행정에 활용할 경우 세수확보 측면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견해를 밝히면서, 추가로 연간 6조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기재위 소속인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국세청 정보수집능력이 한층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구체적 계획 없으면 안 된다. 매우 강력한 정보수집체제 갖추라"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FIU법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같은 당 이만우 의원은 증세 없는 세수확대의 가능성을 물으면서, 지하경제 양성화와 역외탈세 대응강화를 위한 목표 세입의 실현여부를 질의했다.
이와 관련 김 내정자는 "지하경제 양성화 통해 최대한 세수를 확보 하는게 우선"이라며 "국세청 본청에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큰 탈세 영역에 대해 집중적으로 관리 하겠다"고 답변했다.
반면, 국세청 지하경제 양성화 작업의 현실성에 의문을 표하는 시각도 있었다.
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지하경제 양성화 방안은 예전부터 나왔던 방안인데 현실적으로 문제가 많아서 제대로 못한 것"이라며 "국세청이 의지가 있다면 다른 기관과 공조를 한층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과도한 지하경제 양성화 추진이 납세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명분으로 세무조사권이 과도해 국가권력에 의해 기본권, 헌법적 가치까지 말살시킬 수 있다"며 "민주적인 원리나 기본권 등 침해되지 않도록 해야 되는데 막 걷어 들어는 것에만 혈안이 되는 모습으로 비출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도 "세수확보를 위해 조사를 강화하는 것은 좋은데 업적위주로 일선에서 억울하다는 민원이 많이 들어온다"며 "확실한 탈세는 막아야 하지만 해석이 애매할 때 업적주의로 일단 과세하고 '나중에 조세심판원 가라'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내정자는 "세무조사에 관련된 자료만 수집할 계획"이라며, 특히 금융정보 문제에 대해선 "사전, 사후로 금융정보 열람기록을 남기는 등 관리·감독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국세청 뇌물 비리사건에 대한 질책도 이어졌다.
여야 의원들은 최근 일련의 국세청 세무조사 뇌물 비리 사건을 거론하면서 김 내정자에게 취임 후 강력한 내부개선 대책을 주문했다.
민주당 홍종학 의원은 "최근 일련의 국세청 뇌물수수 사건은 국세청 스스로 권력기관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꼬집었고,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도 "왜 끊임없이 금품수수 사건이 벌어지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내정자는 "불미스러운 일로 걱정을 끼쳐드려서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 내정자는 그러면서 "조사국 요원이 뇌물수수 사건에 연루된 경우 단 한번이라도 향후 조사국 분야에서 퇴출하고, 한 조사반에서 1년 이상 팀원이 같이 근무하지 않도록 하고, 세무조사팀 관련 특수 감찰반을 따로 구성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며 강도 높은 개선대책을 제시했다.
한편 김 내정자는 이른바 '국세청의 중수부'로 불리며 정치적 세무조사 논란에 자주 연루되고 있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의 폐지논의에 대해 "조사4국은 분명한 존재이유가 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내정자의 납세문제에 대한 지적도 일부 제기됐다.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김 내정자가 국세청장 지명 후 종합소득세와 지방세 300여만원을 지각 납부한 사실을 들며 "고위공직자들이 '입각세(入閣稅)'를 내는 것이냐"며 지적했고,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도 김 내정자의 강의료 소득 과다공제 부분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김 내정자는 "관련 금액이 소액이어서 미처 파악하지 못했다"며 "제 때 세금을 내지 못한 부분 송구스럽게 생각 한다"며 공식 사과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김 내정자의 도덕성과 개인적인 문제에 대한 추궁보다는 정책검증, 국세청 내부개혁, 세수확보 방안 등 주로 세정분야 이슈와 현안에 대한 질의에 집중했다.
여권 의원들은 "개인 도덕성 부분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대체로 잘한 인사라는 평가를 내렸고, 일부 야권 의원들도 "재산형성 과정을 보니 개인적으로 공직 생활을 성실하게 수행해 온 인물 같다"고 김 내정자를 치켜 세우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