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주택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서민 주거생활을 안정시키기 위해 주택시장 관련 세제지원 제도를 총동원한다.
올해 연말까지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면제하고, 9억원 및 85㎡ 이하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 향후 5년 동안 양도소득세도 전액 면제할 계획이다.
특히 주택 거래시 과도한 세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부동산시장 과열기에 도입됐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제도를 아예 폐지하고, 1∼2년내 단기 주택양도에 대해서도 중과세율을 기본세율로 환원할 방침이다.
박근혜 정부는 1일 서울시 여의도 수출입은행에서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장관간담회를 개최하고,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을 확정·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4·1 주택시장 정상화 대책은 부동산 투기 시절에 도입된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고, 취득세 및 양도세 부담 완화 등 각종 세제·금융지원을 실시해 주택시장을 조기 회복시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 꺼져 가는 주택시장에 '인공호흡'…"세제·금융지원 총동원" = 우선 정부는 취득세·양도세 부담 완화 등 주택거래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모든 세제지원 수단을 총동원하기로 했다.
우선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서는 올해 연말까지 취득세를 전액 면제해줄 계획이다. 다만 부부합산 소득이 6000만원 이하인 가구가 금년말까지 6억원·85㎡ 이하의 주택을 생애최초로 구입할 경우에만 취득세 면제 혜택을 적용하기로 했다.
젊은층의 주택구입을 늘리기 위해 국민주택기금의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 지원규모도 현행 2조5000억원에서 5조원으로 2배나 늘린다. 소득요건도 부부합산 5500만원에서 6000만원으로 완화하고, 금리도 현행 3.8%에서 3.3∼3.5% 수준으로 인하한다.
생애최초 주택구입자금에 대해서는 연말까지 DTI(총부채상환비율)를 은행권 자율로 적용하고, LTV(주택담보대출비율)도 70%로 완화한다.
취득세에 이어 양도세도 한시적으로 면제할 방침이다. 올해 연말까지 9억원 이하 신규·미분양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에는 취득 후 5년 동안 양도세 전액을 면제할 계획이다.
신규·미분양주택 이외에도 1세대1주택자(일시적 2주택자 포함)가 보유한 85㎡·9억원 이하의 기존주택을 연말까지 구입하는 경우에도 양도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특히 부동산 시장 과열기에 도입됐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 50∼60%) 제도를 폐지할 방침이다. 현재 올해 연말까지는 양도세 중과 제도가 유예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다주택자들에게도 6∼38%의 양도세 기본세율을 적용한다.
주택을 구입한 이후 1∼2년 내에 팔아버리는 단기양도에 적용되는 중과세율도 완화한다. 1년내 단기양도는 50%에서 40%로, 2년내 단기양도는 40%에서 기본세율(6∼38%)로 세율을 낮출 방침이다.
민간주택이면서도 임대료 인상규제 등 공공성을 갖는 '준공공임대 주택'을 신설해 각종 세제혜택을 부여한다.
85㎡ 이하 주택으로서 10년 의무임대, 최초임대료 및 임대료 인상률 제한 등을 지키는 준공공임대 주택에는 재산세를 일반 공공임대주택 수준으로 감면하고, 양도세 장기보유 특별공제율도 현행 30%에서 최대 60%까지 늘리기로 했다.
분양가 상한제는 시장상황에 따라 지정·해제할 수 있도록 신축적으로 운영하고, 그린벨트 등 중첩 규제로 국민들의 불편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도 추진한다.
□ '하우스·렌트푸어' 살리자…"프리워크아웃 확대, 목돈 안드는 전세" = 집값 하락 및 전·월세 급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하우스·렌트 푸어'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우선 경제적 자활 의지가 있는 '하우스 푸어'들을 대상으로 연체우려가 있거나, 장단기 연체자인 경우 주택담보대출 상환기간을 연장해주고, 장기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해주는 등 프리워크 아웃을 확대한다.
채무조정시 기존대출 취급시점의 대출한도를 계속 적용할 수 있도록 LTV 규제에 예외를 허용해주고, 총 1000억원 규모의 시범사업으로 3개월 이상 연체차주는 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부실채권을 매입하기로 했다.
주택 매각을 희망하는 자에 대해서는 주택 또는 주택지분 일부를 임대주택 리츠(REITs 부동산 투자전문 뮤추얼펀드)에 매각하고, 주택을 다시 임대(5년)해 거주할 수 있도록 한다.
리츠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리츠가 취득하는 주택 및 지분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 감면, 취득세 면제, 재산세 최저세율 0.1% 부과 등의 세제혜택도 지원한다.
주택연금 가입연령도 현행 60세에서 50세로 낮추고, 일시인출 한도도 연금총액의 50%에서 100%로 확대해 주택연금 일부를 일시금으로 받아 부채상환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렌트 푸어 지원 방안으로 '목돈 안드는 전세' 제도도 마련해 시행한다. 대출이자를 세입자가 납부하는 조건으로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본인 주택담보대출로 조달하고, 대출금리를 인하해 주는 방식이다.
금융기관이 수도권 5000만원, 지방은 3000만원 한도 내에서 임대인에게 전세자금을 담보대출 해주고, 이자는 세입자가 납부하는 구조다. 다만 적용대상은 세입자가 부부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제주로서 전세보증금 3억원(지방 2억원) 이하 주택으로 한정한다.
집 주인에게도 주택 보유수에 관계없이 전세자금용 주택담보대출 시 전세보증금 대출분에 대해 소득세를 비과세하고, 전세자금용 담보대출 이자 납입액의 40%를 소득에서 공제해 준다. 집 주인에게는 주택담보 대출규모에 비례해 재산세와 종부세도 감면한다.
전세자금 대출요건도 완화해 서민들의 전세금 목독 마련 부담을 완화한다. 현재 전세자금 대출 소득요건인 부부합산 연소득 4000만원 기준을 4500만원으로 상향조정하고, 대출 한도도 시장상황에 맞게 현행 8000만원에서 수도권은 1억원까지 확대한다.
지원금리도 현행 3.7%에서 3.5%로 내리고, 전세금 증액분에 대해 추가대출을 해주기로 했다.
□ 보편적 주거복지 실현…"공공주택 연간 13만호 공급" = 정부는 무주택 저소득가구들도 자신의 형편에 맞는 집을 구할 수 있도록 '행복주택' 등 매년 13만호에 달하는 공공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우선 공공 임대주택은 건설 7만호, 매입·전세 4만호 등 연간 11만호를 공급하고, 도심내 물량을 최대한 확보한다. 철도부지, 국·공유지 등을 활용해 업무·상업시설이 포함된 복합개발 방식으로 도심에 행복주택을 건설, 오는 2017년까지 총 20만호를 공급할 계획이다.
저소득 가구의 월 임대료 보조를 위해 현행 주거급여 제도를 주택 바우처 제도로 확대·개선하고, 생애주기별 주거취약층에 대한 지원도 강화한다.
대학생 주거지원을 위해 연간 3000호 수준의 대학생 전세임대를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기숙사 건축비를 국민주택기금에서 53% 가량 연 2.0%의 저리로 융자 지원한다.
부부합산 연소득 5000만원 이하 신혼부부에 대해서는 연 3.5%의 저리 전세자금을 연간 2조5000억원 규모로 지원한다.
한편 정부는 이번 주택시장 정상화 종합대책에 DTI·LTV 규제 완화 방안은 담지 않았다. DTI·LTV 규제의 경우 금융차입자 보호와 금융기관 건전성 유지를 위한 것으로 부동산 경기대책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하다는 판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대책을 통해 주택시장이 과도한 정부개입과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 자율조정기능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하우스·렌트푸어에 대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가계안정을 도모하고 주택·금융시장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