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에너지의 한 임원이 비즈니스석을 타고 미국 출장 길에 올라 음식타박을 하다가 여승무원을 폭행하기에 이르러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결국 그는 회사에 사표를 쓰고 속죄했다.
많은 네티즌들과 직장인들이 이 사건에 분통을 터뜨린 배경에는 그들이 겪고 있는 ‘승자독식’ 또는 ‘강자의 횡포’에 질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는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 그리고 정보화 사회로 숨 가쁘게 달려오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남을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사로잡혔다. 여기서 이긴 힘있는 자들이 힘없는 자를 무시하는 세태에 염증을 느꼈다는 것이다.
서구사회에서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승자의 미덕이고 지배층이 갖춰야 할 조건이다. 약자인 웨이터나 장애인을 배려할 때 오히려 그들의 인격이 빛나는 것이 선진사회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가끔씩 사회적 약자에 대한 부당한 대우로 대중의 공분을 사는 경우가 여전히 목격된다. 그리고 이번 사례처럼 당사자는 큰 곤욕을 치르게 된다.
몇 년 전 장군 부부가 당번병에게 심한 인격 모독 발언을 하여 군대에서도 폭언이 문제된 적이 있다. 어느 금융사 지점장은 자기 책상위에 진열해 놓은 신문이 삐뚤어졌다고 여직원에게 험한 말을 하다 망신을 당했다.
의류회사 사장이 광고안을 가져온 광고회사 부장과 과장에게 광고안을 둘둘말아 얼굴을 툭툭치며 아들 숙제에나 쓰라며 면박을 준 사례도 있다. 소위 ‘갑’이면 ‘을’을 무시해도 된다는 의식이 뿌리깊게 박혀있는 것이다.
가난한 고시생에서 국회의원을 거쳐 도지사가 된 어느 정치인은 자기 아버지와 같은 직업을 가진 방송국 수위에게 반말로 윽박질러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일부 못된 상품구매자는 ‘갑’이 된 권리를 누리려고 ‘을’인 점원에게 실컷 유세를 떤다. 약점을 잡아 반품을 요구하는 것은 약과이고 소비자보호원이나 금융감독원 또는 언론에 제보하겠다며 보상을 요구하며 떼를 쓰기도 한다.
이 경우 고객에게 서비스를 해야 하는 ‘감정노동자’들의 속은 까맣게 타 들어가게 마련이다. 보험설계사도 고객에게 서비스를 팔아야 하고 경우에 따라선 민원에 직면해야 하는 처지여서 ‘감정노동자’의 범주에 속하긴 마찬가지다.
이번 스튜어디스 폭행 사건에 네티즌들이 흥분하는 것도 이런 고통을 겪는데 대한 연민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동안 상사나 고객 등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아 왔던 경험이 참을 수 없는 분노로 표출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감정노동자로 분류되는 근로자가 600만명이나 된다고 하니 반향이 그만큼 클 수 밖에 없다.
일부 네티즌들은 문제 임원을 임원으로 선임한 포스코그룹에 대해 “고 박태준 회장이 지하에서 통곡하겠다”며 임원선발방식까지 성토하고 나섰다. 자신들을 괴롭히고 있는 상사들에 대한 하소연을 폭행임원에 대한 선발을 비난함으로써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승자들이 섣부른 자아도취에 빠져서는 살아남기 힘든 곳이 된 듯하다. 자신보다 낮은 위치에 놓인 사람을 학대하여 자신을 높이고 그동안의 힘든 과정을 보상받으려는 생각은 위험한 시대가 된 것이다.
이번 사건처럼 상처를 준 사람이 더 큰 상처를 입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