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제도이다” 조세법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다.
선진국에서는 소액주주의 이익을 중시하고 내부거래가 투명하기 때문에 대주주와 그 가족이 출자한 회사에 일감몰아주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애플 등 거의 모든 기업이 부품조달이나 조립용역을 줄 경우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 또 자회사를 거느릴 경우 해외합작투자가 아닌 경우 100% 지분을 보유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일감몰아주기 시비에 휘말릴 이유가 없다.
GE에 일감몰아주기는 존속 위협받을 사태
GE의 경우 한국 재벌 기업과 비슷하게 여러 부문에 걸쳐 수많은 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GE는 자회사의 지분을 대부분 100% 보유하고 기업지배구조원칙(Corporate Governance Principles)을 제정해 기업 경영이 투명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GE는 GE캐피탈, GE에너지, GE테크놀로지, GE Home & Business Solutions 등 4개의 굵직굵직한 자회사를 두고 있는데 이들은 지주회사인 GE가 10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서 완전자회사 형태를 가지고 있다. 항공기 엔진, 금융, 에너지, 헬스케어, 조명기구, 석유·가스, 발전 등의 다양한 사업은 이 4개의 자회사를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계열사가 서로 지분을 보유하지도 않고 금융자회사가 대출이나 회사채 인수 등의 형태로 제조계열사에 자금지원도 하지 않는다.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만약 계열사 자금지원이나 일감몰아주기 등이 발생하면 이해충돌의 문제 때문에 그룹의 존속자체가 위협받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게다가 지배구조가 투명하다. 이사회 멤버 18명 중 16명이 주주 등이 추천한 외부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이사가 계열사와 거래 시 내부거래 가격 등을 면밀히 감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대주주와 그 가족이 출자한 자회사에 일감을 몰아주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설사 일감을 몰아주더라도 적정이익을 넘어설 수 없는 구조이다.
선진국,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선진국들은 대기업의 대주주들이 상속세와 증여세를 회피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는 법체계도 잘 갖추고 있다. 이들 국가는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과세체제를 채택하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는 우리나라와 같이 증여의제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미국의 경우 포괄적인 증여 개념에 기초하여 증여의제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연방세법은 세법상의 증여를 포괄적인 측면에서 증여의사에 따른 자산의 무상이전, 즉 저가양도, 고가양수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는 증여세를 일종의 거래세로 보며 자산의 무상이전행위에 대한 조세로 이해하고 있다.
프랑스는 세법상의 증여는 민법상의 증여개념을 차용하고 있으나 증여세 완전포괄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과세 대상이 되는 자산의 무상이전을 증여로 보나 증여의제 유형 등을 열거하고 있지는 않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 재벌같이 여러 종류의 회사를 기업집단화하는 사례가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편법을 동원해 재산을 상속하는 사례를 찾기가 어렵다. 그러다 보니 일감몰아주기 과세라는 개념이 생소할 수 밖에 없다.
이제는 기업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할 때
홍익대학교 김유찬 교수는 “이제는 우리나라 기업도 국민 눈높이에 맞춰야 하며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일감몰아주기 관련조치는 시의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감몰아주기 증여세가 부의 편법적인 상속을 원천적으로 근절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현행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위해 부동산에 부과하는 양도소득세와 비슷한 기능을 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부동산 양도소득세는 매매차익의 전액을 세금으로 회수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부동산 투기를 일부 억제하는 기능은 있지만 양도세를 감안하고 투기를 하는 투자자를 막지는 못한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역시 증여의제 금액 전액을 회수하지 않고 일정한 세율을 적용하여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일감몰아주기 역시 증여세를 물고서라도 편법적인 상속을 하는 편이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가 대기업 대주주의 편법적인 상속에 면죄부를 주는 제도가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은 기업이 변해야 된다는 말이다. 변하지 않으면 정부당국이나 일반 대중 등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제재를 받거나 외면을 받아 지속가능한 성장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일감몰아주기 과세가 이뤄진다는 것은 기업 스스로가 지배구조를 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할 시기라는 점을 일러주고 있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