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첫 적용되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의 과세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대혼란이 예고되고 있다. 증여세를 검토중인 기업과 세무사, 회계사들은 관련 법령이 미흡해 개별적인 사안별로 어떻게 신고를 해야할지 해답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직접 계산해 본 회계사와 기업 실무자들은 법조항이 너무 원칙적이고 포괄적이어서 기업의 다양한 형태의 매출과 출자구조를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혼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대주주의 입장에선 난감할 수 밖에 없다. 기준이 미흡하다고 최대한 높은 세액을 신고하자니 부담이 크다. 그렇다고 신고자에 유리한 기준을 적용하자니 가뜩이나 경제민주화 바람으로 여론이 불리한 마당에 불성실 신고자로 낙인 찍혀 낭패를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고자에 유리한 기준 적용도 불성실 신고 낙인찍힐라 '눈치'
일감몰아주기 관련 법은 상속증여세법 45조의3과 그에 따른 시행령 34조2가 전부여서 구체적인 사례를 적용하기 위한 근거를 찾기가 어려운게 문제다.
현장 실무자들은 기업의 다양한 경영행위나 영업형태에 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세부사항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태에서 관련법이 시행됨에 따라 논란의 소지가 많다고 지적한다.
일감몰아주기 수혜기업의 증여세 부과 대상이 되는 매출에 어떤 범위까지 포함시킬 것인지, 적용해야할 회계기준에 따라 납부세액의 차이가 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지침이 없다. 또 수혜기업의 대주주가 보통주 우선주 등 다양한 종류의 주식을 종류별로 보유하고 있다면 증여세 산출시 적용할 지분율에 포함한 주식권종은 무엇인지도 정한바가 없다. 이 모든 것이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납부해야 할 금액이 크게 차이가 나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화우의 전오영 변호사는 “일감몰아주기 수혜기업이 영업손실이 난 경우 이 손실을 법인세액계산때 처럼 차기로 이월해야 하는지 아니면 당해 년도에 털어버리는지 언급이 없어 기업들로 부터 많은 질문을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전 변호사는 “매출을 공제해주는 수출에 포함되는 상품의 범위에도 용역이나 수수료 로열티까지 포함해야 하는지 현장 실무자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며 관련 규정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대형회계법인의 회계사는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는 회계적인 영업이익에서 출발하는데 영업이익계산의 기본 사항인 일반회계기준과 K-IFRS회계기준 적용 여부가 언급돼 있지 않다”며 “두 기준이 자산과 부채에 대한 평가손익 등 여러측면에서 크게 달라 영업이익이 큰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중견기업의 조세실무자는 “회계 관련 부분 외에도 출자주식의 종류, 국내외 사업장의 구분, 간접출자와 순환출자의 단계별 지분율 계산을 어떻게 해야할지 명확하지 않고 계산이 너무 복잡하다”며 “회계사나 세무사들에게 물어도 대답을 못해 국세청에 질의를 했는데 답변을 못받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중견기업을 주로 담당하는 회계법인의 세무사도 “기업의 의뢰를 받아 증여의제 이익을 계산해 봤는데 막상 실무적으로 관련 항목을 적용하려고 하니 여기 저기 막히는 부분이 많았다”며 “시행에 앞서 법령의 조속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과세기준이 명확하지 못해 신고자가 재량을 발휘할 경우 과세당국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아 졌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세부기준 보완 필요 사항
|
구 분 |
보완 필요 사항 |
|
영업손실 적용 방법 |
-회사가 손실 났을 경우 결손금 이월 또는 이연 가능 여부. -납부한 후 향후 손실 발생시 납부세액 환급 여부 |
|
매출, 수출의 범위 |
-제품, 상품의 범위에 용역제공, 기술료, 위탁판매 등 포함 여부 |
|
적용 회계기준 |
-일반회계기준과 K-IFRS 선택 여부 |
|
대상 주식의 범위 |
-출자 기준에 무의결권주, 우선주, 무배당주 등 종류주식 포함 여부 |
|
중복과세 조정 |
-향후 주식매각시 발생하는 양도소득세 조정 방법 -배당소득과의 중복과세 조정 여부 |
|
상호매출, 순환출자 내부거래 적용방법 |
-간접출자, 순환출자 법인과의 매출 규모 계산 방법 -상호매출 등에 대한 처리방법. 지분법 적용 여부 |
출처 : 법무법인 화우
원가절감, 기술도입, 경영합리화 등 경영활동 위축
이번에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신고납부를 해야하는 기업들은 과세 적용의 문제점 외에도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필수원자재, 핵심부품 등을 외부기업으로부터 구매하면 가격도 비싸고 시장조사, 협상, 제품검수, 납품관리 등에 돈, 시간, 인력이 낭비돼 기업의 경쟁력이 그만큼 떨어진다”고 걱정했다. 그는 “이 법이 자회사 일감몰아주기로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자회사와의 거래를 제한함에 따라 오히려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첨단소재 업체 관계자는 “외국의 첨단기술을 도입하려고 회사를 설립했는데 외국인 파트너가 지배주주의 지분참여를 통한 책임경영과 생산제품을 모기업이 전량 매수해 줄 것을 요구했다”며 “대주주의 지분을 뺄 수도 없고 내부 매출을 줄일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한숨지었다.
중견기업의 회계담당 임원도 “이번 규제가 간접출자나 순환출자까지 추적하게 돼 있어 경영합리화나 구조조정 등 정상적인 경영활동까지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부당한 거래에 의한 편법증여를 따로 가려내기 위한 법의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정회계법인의 이성태 회계사는 일감몰아주기 관련 연구서에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제를 통해 입법 목적을 충분하게 달성할 수 있는지 여부는 제도의 많은 미비점으로 의문이 든다”며 “보호하고자 하는 공익보다 침해되는 법익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는 의견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