⑥일감몰아주기 과세 '위헌'논란…3대 쟁점은?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자진 신고기한을 3개월여 앞두고, 관련 법규(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 45조의 3)에 대한 위헌 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는 도입 당시부터 헌법상의 기본권을 제한한다며 논란이 일었다. 게다가 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선 미비한 내용도 많다는 지적이 법조계는 물론 학계와 재계에서 끊임없이 제기되어왔다.

삼정회계법인은 지난 2월 발간한 책자 ‘경제60년사와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일감몰아주기 증여세제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이중과세, 계약자유의 원칙 등의 관점에서 볼 때 위헌적 요소가 내포되어 있다는 것이 학계 및 실무계의 전반적 평가라고 밝혔다.

또한 최승재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해 8월 한국경제연구원에 기고한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문제점 및 위헌성 검토’보고서에서 “상증세법 45조의3은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 제23조(재산권)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법인 율촌도 최근 “도입 당시부터 위헌성 논란이 있었다”며 “편법적인 부의 승계 방지라는 입법취지와 사회적 분위기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일감몰아주기 과세가 입법취지를 막기 위한 방편으로 타당한 것인지는 의문”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 3大 쟁점, 미실현 이익과세, 이중과세, 계약자유의 원칙 위배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위헌 논란의 중심에는 미실현 이익과세, 이중과세문제 그리고 계약자유의 원칙 위배 등 3가지다.

먼저 미실현 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는 논리는 일감몰아주기로 수혜를 받은 법인은 영업이익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향후 주식가치의 증가로 이어질 것이므로 지금 당장 주식을 처분해 이익이 실현되지 않았더라도 이를 증여로 의제해 과세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최승재 변호사는 “영업이익 증가로 인해 실제 이익을 얻는 것은 주주가 아닌 수혜법인이며 주주가 그 이익을 현실화하는 방법은 주식매각이나 배당 등인데 도대체 수증이익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며 “주주들이 영업이익을 현실화 할 때 그 현실화된 소득증가에 대해 직접 과세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로 지난 1990년대 초 부동산 투기를 잡기 위해 미실현 자본이득인 지가 상승 초과분에 대해 과세했던 토지초과이득세와 비슷한 형태여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현행 세법에서는 증여세가 과세된 후 그 주식을 양도하는 경우 증여세로 과세된 부분에 대해서는 양도가액 산정 시 반영함으로써 이중과세 조정을 하고 있다. 하지만 배당 소득세에 대해서는 조정장치를 두고 있지 않아 이중과세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측면이 있다.

또 수혜법인이 영업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납부한 상황에서 다시 지배주주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도 이중과세에 해당하는지 검토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에 대해 삼정회계법인의 문상원, 권형기 변호사는 “이중과세는 곧 위헌이라는 공식이 언제나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동일한 과세대상에 대한 이중과세라면 위헌으로 판단할 가능성은 높다”며 “과세요건을 구체적으로 분설하여 동일한 과세대상인지를 확인해 봐야한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아울러 영업이익 발생 시만 과세를 하고 반대로 영업손실 발생 시엔 과세환급 장치가 없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최승재 변호사는 “영업이익에 대해서만 지속적으로 과세 할 경우 원본손실이 발생 할 가능성도 있어 토초세의 경우처럼 재산권 침해 우려가 있다”고 해석했다.

이외에도 일감몰아주기 과세가 헌법상 기본권의 일종으로 보고 있는 계약자유의 원칙에 위배되는가에 대한 것도 주요 쟁점 사안이다.

삼정회계법인의 문상원, 권형기 변호사는 “특수관계법인과 수혜법인 간 시가로 거래한 정상행위까지도 대량거래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 위배에 해당할 수도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연구원 정승영 연구원도 “위헌성 논란의 가장 큰 쟁점은 계약자유의 원칙 위배 여부가 될 것”이라며 “정당한 가격에 의한 거래까지 무차별적으로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은 특이한 사례로 헌재의 결정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계열사 간 거래는 신속, 효율, 보안 등의 문제로, 불가피한 측면도 있는데 이 부분은 배제하고 일률적으로 매출액의 일정 기준(30%)을 초과하는 계열사 간 매출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계약자유의 원칙을 위배한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 위헌판단의 기준인 ‘과잉금지 원칙’ 저촉 여부 따져봐야

일감몰아주기 증여세를 둘러싼 위헌 논란의 쟁점들은 결국 헌법 제 37조 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과잉금지 원칙의 저촉여부에 따라 가려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과잉금지 원칙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은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법익의 균형성 ▲침해의 최소성 등을 준수해야 하며 이 중 하나라도 저촉이 되면 위헌이라는 헌법상의 원칙을 말한다.

공정한 시장거래질서를 저해하고 편법적 증여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물량 몰아주기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고 해서 부적합한 수단이나 재산권 침해까지 합법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위헌논란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