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이 밀어내기식 영업과 영업사원의 대리점주에 대한 막말로 곤경에 처했다.
어느 회사나 영업부서는 소위 ‘군기잡기’식의 분위기는 있게 마련이다. 남양유업의 경우 특전사 등 특수부대 출신의 임원이 많아 경직된 조직문화가 배태되어 이러한 일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소문이 들린다.
밀어내기 식 영업형태가 사회의 지탄을 받는 것은 그 폐해가 약자인 ‘을’에 모두 전가된다는 데 있다.
자동차회사의 경우는 연말이 되면 연식이 바뀌기 때문에 밀어내기로 재고를 해소한다. 이 때 자동차 영업사원은 ‘땡처리’를 하거나 친인척·친구 등에게 손해를 보면서 강매하는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아이스크림 회사가 밀어내기를 할 때면 청량리시장이 바빠진다고 한다. 영업사원들이 이곳에 형성된 지하시장에 헐값으로 넘기러 달려가기 때문이다. 이 물건이 슈퍼 등으로 흘러들어가 소비자들이 권장소비자가격 1500원인 아이스크림을 동네슈퍼에서 700~800원에 사 먹을 수 있게 된다.
소비자로선 아이스크림을 싸게 사먹을 수 있어 좋지만 먹이사슬의 맨 아래에서 고생하는 영업사원들의 고혈을 빠는 것 같아 아이스크림을 사먹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다.
제약회사도 밀어내기가 심한 산업이다. 영업사원의 자살 사고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작년 11월에 이어 지난 5월 초에도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영업사원의 자살 당시 집 안에는 약국에서 반품된 약품들이 가득 쌓여있었고 그 액수만도 2000만원에 달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결혼까지 한 30대 중반의 젊은이가 이런 극단적 선택을 한데 대해 제약업계는 물론 여타 업계에서도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다.
보험업계도 이러한 밀어내기식 영업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보험사는 경영계획목표를 정한 다음 회사상황에 따라 ‘실행목표’, ‘수정목표’ 또는 ‘비상목표’ 등 다양한 이름의 목표를 세워서 영업조직에 분배한 뒤 이를 달성하도록 독려한다.
이 과정에서 각급 영업관리자들은 하부 영업조직에 목표를 달성하도록 압력을 가하게 된다. 그 결과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맨 밑단에 있는 영업소장이나 보험설계사들이 소위 '자폭계약' 이라고 하는 허위가공 계약을 체결해 목표를 채우게 된다.
일부는 친인척 명의로 계약을 하거나 타인의 서명을 위조하는 불법 계약까지 서슴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증언이다.
보험업계 종사자들은 이러한 불법계약서를 작성하는 행위를 ‘그림 그린다‘고 표현한다. 그래서 일부 설계사들은 “우리는 모두 화가”라며 자조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민원이 많아 보험산업에 대한 신뢰도가 추락했다며 이를 획기적으로 줄이라고 성화이다. 보험업계에서도 ‘밀어내기’가 없어져서 민원도 줄고 불행한 사태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