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는 수많은 계약자가 납입한 돈을 ‘선의의 관리자’로서 성실하게 운용하여 보험금지급은 물론 국가경제발전에도 기여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따라서 보험사자산은 수익성, 안전성, 공공성, 유동성 등의 원칙에 부합하게 운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보험사들은 이러한 국민들의 합리적인 기대를 저버리고 수많은 흑역사를 써 왔다.
한 보험사는 보험사 사주가 대주주로 있는 계열회사에 우회대출 등 갖은 편법으로 계열회사를 지원했다.
보험사로 하여금 자기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계열사에 대출을 해주도록 압력을 가했다. 그 계열사가 부도를 낸 뒤에는 채권회수 절차를 밟지 못하게 막아 보험사에 부실채권이 쌓이게 했다. 또한 일부 계열사의 대출한도가 소진되자 다른 계열사의 기업어음을 매입해주는 방식으로 우회적으로 금융지원을 하도록 강요했다.
결국 이 보험사는 IMF 경제위기 이후 부실화 돼 5조 2천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되고 다른 기업에 매각되는 신세가 되었다.
다른 보험사는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던 건물을 계열사에 싯가의 절반 값에 매각하는 식으로 보험사의 이익을 계열사로 빼돌렸다.
보험사의 경우 자산 가운데 일정비율을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이렇게 보험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은 대부분 보험계약자들이 납입한 보험료로 형성된 계약자 자산으로 구입한 것들이다.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로 구입한 빌딩이므로 이 빌딩들의 실질적인 소유자는 그 보험사에 가입한 계약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보험사가 보유한 부동산을 계열사에 헐값에 매각하면 그 보험사의 계약자들이 납입한 보험료로 구입한 자산에 손해를 입히게 되는 셈이다. 물론 그렇게 보험계약자들에 손해를 입히며 싸게 부동산을 매입한 계열사는 대주주가 절대적인 지분을 가진 회사이다.
이러한 사례가 비일비재하자 국회에서 보험업법을 고쳐 보험회사 자산의 계열사 매각을 제한했다.
또 다른 보험사는 계열 건설회사가 일감 부족으로 고전하고 있을 때 전국 방방곡곡에 건물을 신축하는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건설회사를 먹여 살렸다.
건설회사가 부실시공을 하여 하자가 생겨도 시공자가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보험사가 자비로 수리하는 비상식적이 일이 벌어졌다.
최근들어 보험사에 대한 감독규정도 강화되고 소비자단체 등의 감시도 날카로워져 이 같은 비리를 저지르기 어려워졌다. 보험사 대주주에게 좋은 시절은 다 간 셈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보험사들의 비리가 만연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보험사를 둘러싼 경영환경이 급속도로 투명해지고 있음을 절감하게 된다.
이제는 보험사 민원을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줄인다고 하니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