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일정이 본격 가동될 예정인 가운데 조세소위 논의 테이블에 올라 온 입법안들에 대한 국회 기재위 입법전문위원실의 검토보고서가 공개됐다.
입법검토보고서는 조세소위 논의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정책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는 보고서로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중요 보고서.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주요 쟁점법안들에 대한 입법검토보고서를 3회에 걸쳐 분석해 본다.
(1)일감몰아주기 과세 중소기업 제외, 대기업 최저한세율 인상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에서 중소기업을 제외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은 새누리당 류성걸, 민주당 이원욱·장병완 의원 등 다수 의원들이 발의했다.
현행 일감몰아주기 과세대상은 수혜법인의 사업연도별 매출거래 중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비율이 30%를 초과하거나 수혜법인의 지배주주와 그 친족으로서 수혜법인의 지분을 3% 이상 보유한 대주주에게 증여세가 과세된다.
전문위원실은 상증법 개정안과 관련해 "현행 일감몰아주기 과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규모 차이 및 구조적 차이에 따라 과세 요건 등에서 중소기업에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족기업(지분 50% 이상 소유)형태가 대부분인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최대주주 지분율이 훨씬 높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대기업의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16%에서 17%로 1%p 상향하는 민주당 정성호 의원의 법안에 대해전문위원실은 "올해 초 조특법 개정을 통해 과세표준 1000억원 초과 기업에 대해서는 2%p, 과세표준 100억~1000억원 기업에 대해서는 1%p 인상했으므로 내년에 1%p를 추가로 인상하는 것은 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2) 대기업 R&D 세액공제 대상 제외
정성호 의원이 발의한 연구·인력개발비(R&D) 세액공제 및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 대상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을 제외하는 법안에 대해 전문위원실은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개정안은 중소기업을 제외한 일반기업에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고용창출투자 세액공제가 집중되고 있다는 점에 따라 세액공제 대상에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을 제외하도록 했다.
전문위원실은 "기업의 성격 여부에 관계없이 R&D 투자를 유인할 필요성이 있으며, 외국의 R&D 지원세제도 기업규모 및 상호출자 정도 등에 따라 세액공제여부를 달리 적용하는 사례가 없다"며 "법인세 납부세액 대비와 R&D 지출액 대비로 보면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조세지원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재정배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제시한 투자세액공제 제도 등에 대한 기업규모별 공제율 차등 적용하는 법안에 대한 전문위원실의 검토 의견도 나왔다.
정부안에 따르면 의약품품질관리개선, 환경보전, 에너지절약, 연구개발(R&D)시설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이 대폭 축소된다. 지금은 7~10%의 공제율을 적용하고 있는데 이를 대기업 3%, 중견기업 4%, 중소기업 5% 공제율로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전문위원실은 "세제지원을 축소할 경우 기업의 투자유인을 감소시켜 설비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추가세입을 확보 할 수 있어 국가재정수입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으며, 세액공제율도 축소·차등 적용해 세제지원의 형평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3)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전문위원실의 검토의견도 제시됐다.
관련 입법안은 주식 양도 차익과세 대상 대주주의 범위를 주식 지분율은 2%에서 1%로, 시가총액은 50억원 이상 보유자에서 30억원 이상 보유자로 확대하도록 했다.
전문위원실은 "양도소득과 같은 자본이득은 대부분 고소득자에게 귀속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과세는 조세부담의 형평성을 저해하는 것이므로 과세를 강화할 경우 소득 재분배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며 "주식양도차익 과세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 및 납세자의 세부담과 행정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중장기적으로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4) 해외금융계좌신고 위반 처벌강화
해외금융계좌 신고제의 기준을 현행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는 등의 내용을 담은'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민주당 김영환 의원 발의)'에 대해 전문의원실은 납세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는 한국인이나 한국 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 금융계좌 잔액의 합이 1년 중 하루라도 10억원을 초과하는 경우 이를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개정안은 그러나 신고기준을 3억원 초과로 낮춰 신고대상 범위를 확대했다. 또한 현재 신고의무 면제대상인 투자매매업, 투자중개업, 증권금융업, 종합금융업 등의 금융투자업과 금융지주회사에 대해서도 신고를 의무화했다.
여기에 미신고금액이 10억원을 초과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처벌기준은 낮추고 수위는 높였으며,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 불이행에 따른 과태료 역시 미신고 금액의 10% 이하에서 30% 이하로 강화했다.
전문위원실은 "신고기준을 3억원으로 완화할 경우 신고의무자가 대폭 증가할 수 있지만, 해외금융계좌 신고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납세협력 비용이 지나치게 증가해 납세자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세청의 자체적인 정보수집만으로는 다양한 형태의 역외탈세 대응에 한계가 있다"며 "해외금융계좌 신고대상 확대를 통해 역외탈세를 예방하고 적발할 수 있는 기반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5) 외부기관 고발 요청시 의무고발 제도 도입
조세범에 대한 과세당국의 전속고발권을 조정한다는 내용의 '조세범 처벌법 개정안(새누리당 송광호 의원 발의)'에 대해 전문위원실은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개정안은 검찰, 감사원, 관세청이 요청하는 경우에는 국세청(과세당국)이 의무적으로 검찰에 고발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조세범에 대한 고발권을 검찰, 감사원, 관세청에게도 부여하도록 했다.
현행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이 범칙행위에서 대해서 처벌을 원한다고 하더라도 세무관청의 고발이 없으면 해당 조세범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
전문위원실은 과세당국의 전속고발권 조정과 관련해 "행정관서에 불과한 세무관서에서 조세범에 대한 고발여부를 독자적으로 판단하도록 하고 있어 지나친 재량권이 부여되고 있다"며 "위법행위에 대해서는 수사의 주재자인 검찰권이 행사돼야 하므로 형사처벌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차원에서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다만 "과세당국에 의한 자의적인 재량권 행사를 통제할 필요가 있지만, 이를 위해 전속고발권을 폐지할 것이 아니라 고발 여부를 결정하는 합리적인 기준을 만들어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조건을 달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