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단독 입찰 시 유효 경쟁 실패…시장 우려 증폭"
13년간 과제로 남아 있던 우리금융 민영화 조각 맞추기의 마지막 퍼즐인 우리은행 매각 방향이 윤곽을 잡았다.
앞서 분리 매각을 통해 지방은행과 증권계열은 정리가 이뤄졌지만 사실상 가장 큰 어려움이 예상되는 것은 우리은행이었다.
이에 정부는 매각 지분의 절반에 해당하는 30%를 경영권과 함께 넘기고, 나머지 26.97%는 시장에 분할 매각하는 '더블 트랙' 방법으로 민영화를 추진할 방침이다.
문제는 경영권 지분을 인수할 투자자가 나타나느냐 하는 것. 이미 시장에서는 교보생명을 인수 유력자로 지목하고 있지만 마지막 퍼즐이 끝까지 맞춰질 지는 현재로서 미지수다.
우리은행에 대한 법적인 유효 경쟁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교보생명 외에도 유력 인수주체가 나타나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법적으로 인수 자격에 부합하고 자금도 충분하기 때문에 적합한 인수자로 보고 있다"며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하지만 또 다른 인수 의향자가 등장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장담을 못하는 상황이다.
박상용 금융위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유효 경쟁의 가능성을 장담할 수 없다. 현재 한 그룹이 인수 희망을 표시한 상태이지만 향후 6개월 동안 다른 기업이 등장할 확률을 판단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30%의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하나의 투자자가 참여하긴 벅차다. 여러 투자자들이 연합해 컨소시엄을 만드는 방식을 희망하고 있다"며 "그렇지만 현재 금융업이 안좋아 재무적 투자자가 엄청난 수요로 몰릴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이러한 우려를 나타내는 것은 마찬가지. 시장에서는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경영권 프리미엄 20%를 적용할 때 우리은행 가격이 약 2조8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 지분을 예금보험공사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기관들이 의결권을 독자행사할 것이냐는 문제가 있다"며 "지분 30%를 보유한다면 경영권을 가질 수 있다지만, 나머지 기관들이 결국 정부 입김 하에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지주의 100% 자회사이며, 우리금융 지분은 예보 56.97%, 국민연금공단 7.92% 등으로 나뉘어 있다.
또 금융지주의 인수 메리트가 크지 않은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그동안 우리은행 인수 후보자로는 국내 금융지주가 여러 차례 거론된 바 있으나 이번 매각 방식에 의하면 금융지주는 우리은행을 인수해도 자회사 은행과의 합병이 금지된다.
이는 시장에 매각할 소수 지분에 콜옵션(call option)을 부여하면서 합병 시 계약의 권리 내용이 달라지고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생길 것을 우려한 조치이다.
최정욱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KB금융그룹이 인수 후보자로 거론된 적 있지만 현재 큰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금융지주 전체적으로도 인수 가능성이 높은 편이 아니다"고 전망했다.
최 애널리스트는 "자회사 은행의 합병 조항과 관계없이 인수 메리트가 크지는 않은 상황이지만, 만일 합병이 불가능하다면 비용 시너지 측면에서 더욱더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국계 사모펀드의 인수 참여도 예상해 볼 수 있다. 과거 2011년에는 금융지주가 인수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예비 입찰에 참여했다. 이어 2012년에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아이엠엠프라이빗에쿼티(IMM PE)가 인수를 시도했다가 최종 포기했다.
그러나 사모펀드가 우리은행을 인수할 경우 투기적 성격을 지닌 자본의 참여에 대한 노조 반발이나 사회적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남아 있어 정부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박상용 위원장은 "법 규정 안에서 사모펀드 입찰을 막을 이유는 없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동등한 입장이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