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인이 구입한 업무용 차량에 대한 세제혜택을 대대적으로 손질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는 법인 명의로 차량을 구입하고 나서 사적으로 이용하는 등 이른바 '무늬만 법인차'로 둔갑시켜 사실상 탈세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현행 사업자의 업무용 차량에 한해 차량 가격은 물론 취득세 등 각종 세금과, 보험료, 기름값 등 유지비까지 5년 동안 전액 한도 없이 손금산입 대상인 필요경비로 인정해주고 있다.
차량을 업무용으로 구입하면 영업비용이 늘면서 그만큼 법인세 등의 과세표준 금액이 줄어들어 세금을 절감할 수 있는 구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이르면 내달 초 발표되는 '2015년 세법개정안'에 '법인용 차량 과세 강화방안'을 포함시킬지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정부는 법인이 구입한 업무용 차량에 대한 세제혜택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수준에서의 세법개정 방향성을 설정하고 있으나, 세법상 필요경비 인정액을 일정 금액으로 제한하거나 또는 차량 용도의 성격을 가늠하기 위한 운행일지를 작성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놓고 최종안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무늬만 업무용 차에 대한 손비 처리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거셌다.
앞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수입차 등 업무용 고가의 차량에 대한 무한대 세제 혜택으로 국내에서 연간 최소 2조5000억원의 세금이 새나가고 있다"며 고가의 업무용 차량의 경비 인정 문제를 지적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법인(개인사업자 포함)의 업무용 차량 구매비중이 지난해 전체 자동차판매의 43%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수입차 위주의 고가 차량일수록 업무용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고가의 수입차 판매 급증세는 일부 사업자들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세법의 허점을 악용한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권도 법인명의 차량의 사적이용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 김동철 의원은 법인이 구입·리스·렌트한 업무용 차량에 대해 세법상 필요경비 인정액을 3000만원 한도로 제한하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은 더 나아가 법인명의 고가 차량에 대해 원칙적으로 손금에 산입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만 법인명의 차량의 운행 기록을 작성하도록 해 업무용으로 썼다는 것이 확인된 비율만큼만 비용으로 인정해 주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선진국들이 업무용 차량 구입비용에 대해 엄격한 제한을 두고 있다는 점을 비추어봤을 때, 정부에서도 탈세방지의 한 부분으로 법적 장치를 도입한다는 데 큰 이견이 없는 상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법인명의 차량의 사적 사용을 놓고 "이번 세법개정안에서 (과도한 세제혜택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에 정부도 법인이나 개인사업자가 구입해 사용하는 회사차 가운데 업무와 관련 없이 사용되는 부분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설정, 업무용 차량에 대한 비용처리 한도액을 제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업무용 차량의 대다수가 수입차인 점을 감안할 때, 차량의 가격의 상한선을 제한하면 해당 수입국과의 통상 마찰까지 생길 수 있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는 제도 추진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