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에서 특유의 존재감을 과시하며 신스틸러의 면모를 제대로 보여준 오달수.(사진: 영화 '암살' 포스터>
'외롭지 않으려' 시작한 연기…1000만 관객 영화만 5편 출연
신작 '암살'·'베테랑'서도 맛깔스런 연기…존재감 비결은?
지난 2003년 '실미도'가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뒤 국내 영화계에 '1000만'이라는 숫자는 흥행을 가늠하는 주요 성적표로 자리잡았다. 이후 '괴물', '명량', '도둑들', '변호인' 등 다양한 천만영화가 쏟아지면서 전성기를 누리는 동안 엄청난 스코어를 기록해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가 있다. 약방의 감초 같은 연기를 펼쳐온 배우 오달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해 말 개봉한 '국제시장'이 1400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자신이 출연한 영화 누적 관객수 1억명을 기록했다. 오달수라는 이름 앞에는 자연스럽게 '1억 배우'라는 수식어가 붙게 됐다.
'국제시장' 외에 '도둑들', '7번방의 선물', '변호인', '괴물'(목소리 출연) 등 천만관객 작품만 5편에 출연한 그는 "작품을 고르는 안목이 남다르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오달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재미있어서 집중하게 되는 작품이라면 따지지 않고 출연한다"고 설명했다.
오달수의 인기비결에 대해 흥미로운 분석을 한 연구 결과가 있다. 음성 분석 전문가인 충북도립대 조동욱 교수는 "오달수는 음역대가 264.518Hz(헤르츠)에 머물고 음의 세기가 54.601dB(데시벨), 발화속도가 223개에 그친다. 느리고 낮은 음성에 힘을 싣지 않고 툭툭 던지는 말투로 흥을 거드는 장점이 있다"며 조연배우로서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오달수(가운데)는 남다른 '남남케미'를 발휘해 '1억 배우'에 등극했다.<사진: 영화 '조선명탐정: 사라진 놉의 딸'>
특히 오달수는 '남남케미' 발휘 솜씨가 누구보다 뛰어나다는 장기가 있다. '국제시장'에서 황정민의 절친으로 나섰던 그는 진지하게만 흐를 위험이 컸던 '변호인'에서 유일한 웃음코드로 송강호의 뒤를 받쳤다.
'조선명탐정' 시리즈에서 보여준 김명민과의 찰떡호흡도 인상적이다. 김명민은 "오달수가 막걸리를 좋아하는데 우린 서로에게 막걸리 같은 존재가 됐다"며 향후 '조선명탐정' 시리즈에서 오달수가 절대 빠져서는 안된다고 애정을 밝힌 바 있다.
오달수는 지난달 열린 '암살' 언론시사회에서 남남케미의 비결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카메라가 준비된 상황이 아닌 영화를 찍지 않고 있는 시간, 쉬는 시간 등 개인 시간에 함께 연기하는 배우와 얼마나 좋은 시간을 보내냐에 따라 연기가 수월해진다"며 "덕분에 관객들이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고 겸손해했다.
오달수라는 배우가 대중과 친숙한 데에는 '다작 출연'이라는 성실함이 배경에 깔려있다. 2003년 '올드보이'에서 짧지만 맛깔스러운 연기로 이름을 알린 오달수는 한해에 5~6편 이상의 영화에 출연했다. 이번 여름에도 지난달 22일 개봉한 '암살'과 오는 5일 선을 보일 '베테랑'에서 특유의 존재감을 과시했다.
사실 오달수는 25년간 연극무대를 누비면서 내공을 쌓아온 연기파다. 그는 공연 인쇄물을 극장에 배달해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우연히 연기에 입문했다. 현재 극단 '신기루 만화경'의 대표로 매년 1편 이상의 연극에 출연한다.
배역의 크기를 따지지 않고 최선을 다해 대체불가 배우로 떠오른 오달수. 외롭기 싫어 연기를 한다는 그가 2억명이 넘는 관객들의 외로움까지 날려버리는 날은 언제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