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약정에 따라 재매수하더라도 당초 매매로 양도소득 발생
주식 매도인이 환매약정을 하고 주식을 매도했다가 매수인의 요청에 따라 주식을 되사게 된 경우에도 매도인은 당초의 주식 매도로 양도차익이 생겼다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A는 B에게 비상장 주식을 양도하면서 매수인에 대한 수익 보장책으로 매매계약일로부터 2년 내에 회사의 당기순이익이 일정금액 이하가 되면 양도대금에 연 20%를 가산한 금액으로 환매하기로 하는 특약을 붙여 매도하였다. 그런데 회사의 당기순이익이 급감하는 바람에 B가 환매권을 행사하고 A는 주식을 재매수했다. 이 경우 A는 당초의 주식 매도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내야 할지 쟁점이 됐다.
대법원은 "환매는 당초 매매계약의 해제 또는 해제조건의 성취 등에 따른 원상회복의무의 이행으로 볼 수 없고 약정된 투자수익금 등의 지급을 위한 별개의 매매에 해당한다"며 "양도소득세의 과세요건인 당초 매매계약이 소멸된다거나 그에 따른 주식의 양도가 없어졌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실무상 환매특약에 의하여 자산을 양도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지만, 이 사건과 같은 비상장주식 등의 자산가치의 변동이 심한 자산의 양도의 경우에 환매특약이 이루어지게 된다.
양도소득세에서의 양도란 등기·등록에 관계없이 매매 등을 이유로 그 자산이 사실상 이전되는 것이다. 따라서 양도의 원인이 되는 매매가 효력이 없다면 양도소득세를 낼 이유도 없을 것이다.
매매계약이 채무불이행 등을 이유로 해제되면 처음부터 매매계약의 효력이 없는 것으로 인정되는 효과, 즉 해제의 소급효가 발생한다. 따라서 매매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되었다 하더라도 해제되었다면 양도소득세를 낼 이유가 없다. 일정한 조건이 성취되면 계약의 효력이 소멸하는 것으로 매매계약에 정해놓은 경우 역시 마찬가지이다.
매매계약의 이행이 모두 완료되어 대금 지급까지 마친 상태에서 당사자들끼리 매매계약을 해제하기로 합의한 경우에는 어떨까? 이를 합의해제라고 하는데, 소급효가 인정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므로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이러한 경우까지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면 당사자들 마음대로 양도소득세 납세의무를 결정할 수 있어서 지나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의해제를 하면 당사자들은 받은 것을 상대방에게 돌려 주어 매매계약이 없었던 것과 같은 상태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유효한 매매계약을 토대로 자산의 양도가 이루어진 다음 당초의 환매 약정에 의한 환매가 이루어진 경우는 매매계약이 해제된 경우와 다르다. 환매는 당초 매매계약의 효력을 소급하여 소멸시키는 것이 아니라 당초 매매계약이 유효하다는 전제 하에 체결된 새로운 매매이기 때문이다.
즉, 환매는 양도소득세의 과세요건을 이미 충족한 당초 매매계약에 따른 자산의 양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매계약의 해제와는 다르다. 따라서 환매한 경우라 하더라도 당초 매매계약에 따른 주식의 양도에 대하여는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이 판결은 매매계약의 해제 등을 이유로 원상회복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낼 필요가 없는 반면, 당초의 환매약정에 따라 다시 양도자산을 되돌린 경우에도 처음 매매계약에 따른 양도에 대하여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법을 잘 모르는 일반인이 보기에는 매매계약의 합의해제와 환매가 비슷하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매매계약의 합의해제와 환매는 그 효과도 전혀 다르고, 그 결과 양도소득세를 낼지 여부도 달라진다. 환매약정 하에 거래를 진행하여야 될 때 유념하여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15. 8. 27. 선고 2013두12652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