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관 FTA지원센터 정민숙 계장님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드리고자 자유게시판에 글을 남깁니다(…중략…)관세청에서는 어제 날자인 9월21일자로 '관세청장이 인정하는 FTA원산지공인 수매확인서'의 고시를 개정해 실행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어민들 뿐 아니라 김을 수출하는 업체들에서도 원산지 관리 업무에 너무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청와대 게시판 글 中-
지난달 22일 청와대 게시판에 '서울세관 FTA지원센터에 감사한 말씀을 올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세관 직원의 노력으로 인해 수협에서 발급하는 물김 수매확인서가 원산지확인서로 인정되자, 한 무역업체 직원이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올린 글이었다.
그동안 어민들은 물김의 원산지가 국산임을 입증하기 위해 어업권행사계약서, 수산물 매매기록장 등을 제시해야 했다. 이와 함께 물김 구매인 역시 수매확인서, 매수인 계산서 등을 제시해야 하는 등 복잡한 입증절차로 인해 FTA 활용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지난달 21일 관세청은 국내 어민들이 생산한 물김의 FTA 원산인증명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기 위해 수협이 발급한 물김 수매확인서를 원산지확인서로 대체한다고 밝혔다.
물김 생산자와 구매인 또는 수출자는 수협에서 발급한 물김 수매확인서만으로 원산지를 인정받을 수 있게 되는 등 국내 수산물 수출 1위 상품인 김의 FTA 활용도가 한층 높아지는 순간이었다.
이 같은 관세청의 결실 뒤엔 서울세관 수출입기업지원센터 직원들의 노력과 그 중심에서 현장을 발 벗고 누빈 정민숙 관세행정관(사진, 6급, 여)의 노고가 숨어 있었다.
□ 이리 뛰고 저리 뛰고…'발품' 결실 맺다 = 정민숙 관세행정관은 31년 동안 관세청에 몸담고 있는 '배테랑' 관세공무원. 30년 이상을 근무하며 보람되고 잊을 수 없는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정 관세행정관.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올해 9월 있었던 일명 '물김 원산지 확인서 개정'을 꼽았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 김 생산국이자 수출국으로 급부상한 지는 이미 오랜 전 일. 하지만 이와 걸맞지 않게 FTA 활용률이 저조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원산지 증명 과정이 너무도 복잡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 관세행정관은 이를 개선해보기로 마음먹었고, 밤낮으로 고민을 하던 차에 수산물은 공산품과 달리 1차 생산자로부터의 서류 확보가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이후 수협중앙회, 마른김생산자연합회, 김수출협의회, 심지어 전남 고흥지역 수협까지 방문해 직접 1:1 상담을 하며, 원산지 관리 서류 간소화의 필요성을 설득한 정 관세행정관.
그는 나뉘어 있는 각종 김 협회들을 일일이 방문,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며 업계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 줄 수 있는 부분을 적극 시정해 나가겠다는 다짐과 약속의 메시지를 현장에 전달했다.
이 같은 노력은 오래 지나지 않아 결실을 맺었다. 지난달 21일 우리 어민이 생산한 물김에 대한 자유무역협정 원산지 증명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기 위해 수협이 발급하는 '물김 수매확인서'가 원산지확인서로 인정된 것이다.
정 관세행정관은 "이번 고시 개정으로 물김을 양식하는 어민들이 부담을 덜게되고 FTA 활용률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조직과 일에 대한 자긍심과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인데 김수출업체분들이 청와대게시판에 글을 올려 주셔서 너무나 감사했다. 또한 올해 6월과 9월 수출업체로부터 감사 이메일을 받았다. 2통의 이메일에 보람과 자신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FTA 분야의 장기간 근무로 얻은 경험과 지식을 중소기업에 전달하는 강의를 수시로 하고 있는 것도 제게는 행복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정 관세행정관이 근무하고 있는 서울세관 수출입기업지원센터는 올해 신설됐지만 각종 통관애로 해결사례를 내놓으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인도네시아 세관에 원산지증명서 원본을 제출했으나 서류 미보관을 이유로 세금을 추징당할 뻔한 기업을 구해내고, 페루세관이 상공회의서 발급 전자 원산지증명서에 담당자 서명이 빠졌다는 이유로 미인정된 부분을 서울세관에서 서명이 들어간 원산지증명서 발급을 통해 인정 받을 수 있게 돕기도 했다.
□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힘이 된 직장과 가족 = 직장에선 우리나라의 관세행정을 이끄는 전문 '관세인'이지만 가정에서는 '엄마'로서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정 관세행정관.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 역시 직장이 아닌 가정에서 불거진 일이었다. 가정을 위해 직장을 포기하려고까지 마음먹었던 순간 힘을 실어준 직장 동료와 가족들의 마음은 아직도 그에게 고마움과 애뜻함으로 남아있다.
정 행정관은 "큰딸이 3살때 가성 콜레라에 걸려 사경을 헤맨 적이 있었는데, 그 순간들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었다"고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그는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시기인 만큼 엄마가 보살펴야 한다고 생각하고 과장님께 사직서를 제출했으나, 당시 과장님께서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시간을 끌어주셨다"며 "결국 뒷수습을 잘 끝내고 사무실로 복귀하라는 뜻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과장님의 속깊은 배려에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가족들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직장 다니면서 아이 키우기가 쉽지않아 하나만 낳으려 했는데 큰딸이 동생을 너무도 원해 8년 터울이 있는 늦둥이 낳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노산으로 인해 몸 상태가 많이 악화된 정 관세행정관.
다시 한번 직장을 포기하려던 상황에서 그를 이끌어 준 것은 다름 아닌 어린 시절 힘겨운 시간을 버텨준 큰 딸이었다.
정 관세행정관은 "당시 큰 딸이 초등학생이었는데 자기가 집안 일을 열심히 할테니 엄마는 직장을 계속 다니라고 하더라. 애들 아빠도 큰 딸의 의견에 동조해 온 가족이 합심했고 지금은 막내가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을 만큼 세월이 흘렀다"며 항상 직장에서 적극적으로 일 할 수 있게 도와준 가족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전했다.
정 관세행정관은 업무 외의 시간에는 탁구 등 동호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자기가 좋아하는 취미생활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인간관계도 넓어지고, 무엇도다 은퇴 후에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
그는 "좋은 학벌도, 집안도 없지만 주어진 일에 열정을 다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며 "은퇴 후에 제 큰 딸과 둘째 딸이 일하는 엄마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본인들의 삶을 살 수 있었으며 좋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