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최고 공격수로 떠오른 신예 황의조(왼쪽)와 포르투갈 리그 득점 상위권 석현준의 가세는 대표팀 공격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사진은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페이스북>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까지 한국 축구계에는 황선홍, 김도훈, 최용수, 안정환 등 걸출한 공격수가 많이 등장했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축구 천재로 불리던 박주영(FC서울) 외에 전방에서 합격점을 받은 선수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박주영도 2012 런던월드컵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한국 축구는 공격수 기근에 시달렸다.
답답한 행보를 이어오던 한국 축구에 최근 한줄기 빛이 내리쬐기 시작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A대표팀은 9·10월 치른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2차예선, 자메이카와의 평가전을 통해 걸출한 공격수 석현준(비토리아FC)과 황의조(성남FC)를 발굴했다.
소속팀에서 부진해 "날카로움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도 자메이카전에서 선제골 등 3골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지난 8월 안면골절 부상으로 빠진 '슈틸리케호 황태자' 이정협(부산 아이파크)까지 대표팀에 복귀하면 선의의 경쟁이 불붙을 전망이다.
다만 이정협은 부상에선 복귀했으나 100%로 몸 상태가 회복되지 않아 슈틸리케 감독이 2일 발표한 11월 월드컵 2차예선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공격수 풍년은 A대표팀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달 신태용 감독이 호주와의 2연전을 대비해 소집한 올림픽 대표팀에서는 한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젊은 유럽파 공격 옵션들이 맹활약했다.
스트라이커 고민에 빠져 데드라인인 만 22세(1993년생)를 넘어 넓게 바라본 신 감독은 1994년생 지언학(알코르콘), 1995년생 박인혁(프랑크푸르트), 1996년생 황희찬(FC리퍼링)을 호출했다. 이들은 빼어난 개인기, 유럽 선수와 맞부딪치며 키운 신체능력을 활용해 호주 수비진을 유린했다.
특히 막내 황희찬은 최전방과 양측면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뛰면서 가장 돋보여 올림픽 대표팀 최고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유럽파 동생들의 활약에 국내파 공격수 김현(제주 유나이티드)도 장점인 제공권을 십분 활용하며 팀에 녹아들었다.
또 신태용 감독은 2일 발표한 중국 4개국 친선대회 출전 명단에 포르투갈 2부리그 질 비센테에서 뛰고 있는 측면 공격수 여봉훈을 깜짝 발탁했다. '강철체력'이 강점이라고 알려진 여봉훈이 신태용 감독의 또다른 비장의 카드로 떠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