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지존 男·男·男…'가을의 전설' 쓴다

송강호·차승원·정우성…'밀정'·'고산자'·'아수라' 이달 공개

지독했던 폭염이 끝나고 남자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돌아왔다. 9월의 충무로에도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 영화 3편인 '밀정'·'고산자:대동여지도'·'아수라'가 '부산행'의 천만영화 바통을 이어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영화적 색깔도 느낌도 전혀 다른 이 세 작품은 각각 100억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것으로 알려져 그 어느 해 가을보다 치열한 경합이 예상되고 있다. 세 작품 모두 하나같이 거대 제작비, 톱배우,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관객 선택의 폭을 넓혀줄 것으로 보인다.

송강호와 공유의 연기 격돌로 기대를 모으는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 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그린 작품.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이후 8년 만에 의기투합한 영화다. 오는 7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암살'과 올해 '동주', '덕혜옹주'로 이어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인 '밀정'은 역사에 픽션을 결합한 팩션극으로 의열단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다뤘다. 주요 모델은 역사적 인물로 실존했던 의열단원 황옥, 김시현, 현계옥이다. 김지운 감독은 이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이정출(송강호), 김우진(공유), 연계순(한지민)을 만들어냈다.

송강호는 현실의 생존과 애국의 대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조선인 일본 경찰 이정출로 분해 입체적인 캐릭터를 탄생시켰고 공유는 이정출이 정보를 캐내기 위해 접근한 의열단의 새로운 리더 김우진 역을 맡았다.

한지민이 핵심 여성 의열단원 연계순 역을 맡아 홍일점으로 활약했으며 이정출과 함께 의열단 검거 작전에 투입된 또 한 명의 일본 경찰 하시모토 역의 엄태구, 의열단의 자금책이자 김우진의 죽마고우 조회령 역의 신성록 등이 이미지 변신을 꾀했다.

또 약산 김원봉을 모델로 한 것으로 보이는 의열단장 정채산 역에 이병헌이 카메오로 출연할 예정이여서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 이병헌의 조합을 한 작품에서 다시 볼 수 있다.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인 워너 브러더스가 '밀정'의 제작비 전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기획, 제작, 촬영, 후반 작업까지 수준급 이상의 완성도를 자랑한다는 소문이 자자하다.

'밀정'과 같은 날 개봉하는 '고산자:대동여지도'는 '실미도'를 통해 천만감독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강우석 감독의 20번째 영화이자 첫 사극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13년 '하이힐' 이후 3년 만에 영화팬들을 찾아온 차승원은 김정호로 분해 시대와 권력에 맞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지도 대동여지도를 탄생시키는 과정을 실감나게 담아냈다. 차승원이 '고산자' 제작발표회에서 "김정호에 누가 되지 않는 김정호 역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힌만큼 차승원의 열연에 관심이 높아진다.

김정호의 지도를 손에 넣어 권력을 장악하려는 흥선대원군 역은 유준상이 맡아 차승원과의 연기 대결을 펼칠 예정이며 여기에 김인권, 남지현, 신동미 등 연기파 배우들이 감초역할로 가세해 재미를 더했다.

또한 강우석 감독과 제작진이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실제로 담아내기 위해 수개월을 전국을 누비며 실사로 담아냈다는 일화가 전해져 눈길을 끈다. 2009년 대산문학상을 수상한 박범신 작가의 소설을 극화했다.

◆…2016년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손꼽히는 '아수라'

정우성이 영화 '나를 잊지 말아요' 이후 3년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하는 영화 '아수라'는 오는 28일 개봉한다. '비트', '태양은 없다' 등의 작품을 연출한 김성수 감독의 '아수라'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오직 살아남기 위해 싸우는 나쁜 놈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정우성은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필모그래피 사상 가장 악하고 처절한 인물인 비리 형사 한도경 역을 맡았다. 정우성과 함께 연기대결을 펼칠 황정민은 '아수라'에서 악 그 자체를 실감 나게 보여줄 악덕 시장 박성배 역을 맡아 강렬함으로 스크린을 가득 채울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성을 형처럼 따르다 서서히 악에 물드는 후배 형사 문선모로 분한 주지훈, 박성배와 대립각을 세우며 그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된 독종 검사 김차인 역의 곽도원, 사냥개 같은 검찰 수사관으로 변신한 정만식까지 가세해 벌써부터 하반기 최고의 기대작으로 거론된다.

앞서 '아수라'는 2015년도 '무한도전'의 '무도드림 모의 경매'편에 영화 제작진의 막내 작가가 출연, 박명수의 이마를 때리는 것으로 영화를 알리면서 일찌감치 홍보가 되기도 했다. 이미 작년부터 시청자들이 적어 놓은 기대평으로 포털 사이트의 영화 기대지수는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홍보를 하지 않았어도 캐스팅만으로도 대박을 예감케 하는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