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서울 청계천 앞 전태일 동상 앞에서 민주노총 및 관계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1일 노동절을 맞아 서울 청계천에 위치한 전태일 열사 동상을 찾아 추모 및 헌화 행사를 가지려고 했지만 민주노총의 시위로 일정이 취소되는 사태를 빚었다.
민주노총은 그동안 안 후보가 노동 문제 등에 입장이 소극적이란 점을 지적하며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해 전태일 열사 동상을 찾는 것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안 후보가 이날 민주노총이 반대에 전태일 열사 추모 계획을 취소한 것을 두고 노동절임에도 노동정책 등에 대한 진정성이 부족한 데 따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안 후보는 당초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청계천에 위치한 전태일 열사 동상 앞을 찾아 추모·헌화 등의 행사를 진행하기로 예정돼 있었다.
이곳에서 청년실업자, 환경미화원, 건설일용 노동자 등 각계각층의 노동자 대표들을 만나 에로사항을 청취하고, 관련 공약도 발표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장에는 민주노총 투쟁사업장 10여 곳으로 구성된 '노동자·민중 생존권 쟁취를 위한 투쟁사업장 공동투쟁위원회' 소속 노동자 수 십 명이 전태일 동상 앞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들은 '노동악법 폐지', '노동 3권 보장' 등이 쓰여 있는 팻말을 들고, 안 후보 지지자들 150~200여명과 배치하고 있었다. 경찰들도 돌발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2개 중대 정도가 현장 곳곳에 자리해 긴장감이 감지됐다.
또 한쪽에서는 '2017대선주권자행동' 측 관계자들로 보이는 대학생들이 '적폐세력과 연대하는 후보는 누굽니까', '차기정부에 적폐인사? 말입니까 방굽니까'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안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안 후보 측은 청계천 현장으로 향하는 차량을 여의도 당사로 돌리고, 관련 행사를 전부 취소했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충돌은 없었지만 상황이 좋지 않았고, 걱정되는 차원에서 행사를 취소해 당사로 돌아가게 된 것"이라며 "안 후보는 중간에 오다가 현장 소식을 듣고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리해고 된 분들이 동상을 점거하는 바람에 행사를 하지 못했지만, 안 후보는 그 노동자들을 받아 안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노동절인 이날, 진짜 현장에 있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고, 행사를 돌연 취소한 것은 단순히 노동계 표심을 의식한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었냐는 지적도 나온다.
차헌호 공동투쟁위 공동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안 후보가 노동절이라고 청계천 전태일 열사 동상에 온다고 한다. 노동을 무시하는 이들이 누구 마음대로 전태일 동상을 찾는단 말인가. 같잖다. 꿈도 꾸지마라"라고 일갈했다.
그는 또 "안 후보는 전태일 열사 동상을 만날 자격이 없다.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먼저 들어라"고 촉구했다.
안 후보는 결국 행사를 취소하고 급하게 당사로 돌아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담은 5가지 노동공약을 발표해야 했다.
안 후보는 ▲임기내 노동시간 연 1800 시간 단축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이상 달성 ▲청소년 대상 노동기본권 교육 강화 등을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