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여간 달러·엔화의 환율 변동 추이. 자료=네이버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산 수입품 중 500억 달러(약 54조원) 상당의 수입품에 대해 25%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의 미국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중국도 곧바로 반격에 나서 상무부가 30억 달러(약 3조2400억원)에 이르는 미국산 철강, 돈육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맞섰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이 무역전쟁으로 치닫게 되면 세계 경제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속에 놓이게 된다.
환율은 세계 무역전쟁과 가장 밀접한 관계에 놓여 있으면서도 제일 먼저 반응을 보이는 섹터다.
중국 위안화의 환율은 지난 23일 달러당 170.98 위안으로 전일보다 0.54 위안 올랐다. 위안화의 가치가 0.32% 떨어진 수치다.
이날 원화 환율도 신한은행 매매기준율로 달러당 1080.00원으로 전일보다 6.50원(0.61%) 상승했다.
한국경제의 높은 무역의존도와 대기업 위주의 수출 비중이 높은 시장 구조로 인해 글로벌 교역환경 악화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위원화와 원화 환율은 미중 무역전쟁 위기감이 고조됨에 따라 오른 것으로 보인다. 환율이 올랐다는 것은 위안화와 원화의 가치가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의 엔화 환율은 이날 달러당 105.13엔으로 전일보다 0.29엔 하락했다. 이는 엔화 가치가 0.2% 올랐다는 것을 뜻한다.
달러당 엔화 환율은 지난 1년여간 소폭 등락을 거듭해 왔는데 지난 23일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화 환율은 지난해 7월 11일 달러당 114.44엔으로 고점을 찍은 후 내리막 추세를 보였다. 지난 23일 달러당 엔화 환율은 고점 대비 9.31엔 떨어진 것이다. 이는 고점 대비 환율이 8.14% 떨어져 엔화 가치가 그만큼 강세 추세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일본 엔화는 한국의 원화에 비해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3일 신한은행 매매기준율로 엔화의 원화 환율은 100엔당 1030.34원으로 전날보다 13.96원(1.37%) 올라 달러화에 비해 한국 원화에 대해 상대적인 강세를 나타냈다.
원화의 가치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미·중 무역전쟁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위험자산으로 평가되는 원화의 가치가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이 무역분쟁으로 대미 수출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 중국에 중간재를 많이 수출하는 한국에도 불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의 엔화는 시장상황 변화로 자산의 가치가 급격하게 변동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시장에서는 안전자산으로 분류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쟁이 확산되더라도 일본의 엔화는 달러화나 위안화에 비해 안전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미·중 무역전쟁 분위기에서도 강세를 보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의 엔화가 언제까지나 강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일본의 엔화가 강세를 계속 유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에서의 상품경쟁력이 점차 약화돼 국제수지에 영향을 주게 되고 일본 정부는 엔화 약세 정책으로 돌아서게 된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무역전쟁이 불거졌지만 중국이 어느 정도 대응력을 갖고 있고 국가 자존심이 걸려 있어 미국측 요구를 순순히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자연 미국과 중국 가운데 끼어 있는 한국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과 위험자산의 성격이 부상하면서 당분간 원화 가치의 급등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반면 일본의 엔화는 달러, 위안, 원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면서 미·중 무역분쟁의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강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