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의 1년간 위안·달러 환율 변동 추이. 자료=네이버 제공
기원전 431∼404년까지 30년 가까이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패권경쟁을 벌였다.
아테네는 민주정치를 대표한 신흥세력이었고 스파르타는 과두정치(寡頭政治)를 표방한 도시국가였다. 아테네와 스파르타간 전쟁은 정치체제의 명분 싸움이자 지중해에서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전쟁이기도 했다.
전쟁에서 아테네는 스파르타에 무릎을 꿇었고 스파르타 또한 승리했으나 기력이 쇄해 결국 쇠망의 길을 겪어야하는 운명을 맞았다.
스파르타는 아테네의 번영을 시기하고 두려워했다. 당시 상업무역으로 번영을 누리고 있던 코린토스는 아테네의 해상진출에 위협을 느껴 스파르타를 부추겨 펠로폰네소스 동맹회의를 갖고 아테네와의 전쟁을 결의했다.
전쟁은 본격적인 전쟁과 휴전기 등 3기(期)로 나누어 진행됐고 BC 405년 아테네 해군이 아이고스포타미 해전에서 패하고 델로스 동맹도시들이 떨어져 나가면서 불리하게 전개돼 BC 404년 마침내 스파르타에 항복했다.
아테네 출신의 역사가이자 장군이었던 투키디데스는 역사서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기원전 5세기 기존 맹주였던 스파르타는 급격히 성장한 아테네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게 됐고 이들은 지중해의 주도권을 놓고 전쟁을 벌이게 됐다고 기술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Thukydides's trap)은 급부상한 신흥 강대국이 기존의 세력 판도를 흔들면 결국 양측의 무력충돌로 이어지게 된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몸집이 커지면서 세계 강국을 노리는 중국의 야망과 헤게모니를 포기할 수 없는 미국이 이해관계가 상충하면서 기원전 5세기의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연초 급진전을 보여왔던 미중 무역협상은 타결 예정일인 지난 3월 1일을 지났어도 뚜렷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만남이 오는 6월께 열릴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양국 정상회담 개최는 불투명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말께 시진핑 국가주석을 자신의 플로리다주 리조트인 마러라고에 불러 미중 무역협상을 마무리지을 계획이었지만 중국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을 압박하면서도 물밑에서는 협상을 통해 정치적 승리를 거두려했지만 로버트 뮬러 특검 발표 이후 보다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년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특검 조사에서 러시아 스캔들 면죄부를 받음에 따라 내년 대통령 선거에 청신호가 켜지면서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국과 무역협상에서 더 많은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압박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중국 주도의 신(新) 실크로드 계획으로 내륙과 해상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국제 무역의 확대를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지난달 유럽을 순방하며 일대일로 세일즈 외교에 나서고 있고 25일에는 유럽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이탈리아와 일대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중국은 또 시진핑 국가주석의 프랑스 방문에 맞춰 에어버스간 항공기 300대를 구매하는 계약을 맺었다. 중국이 프랑스에 경협을 선물한 규모는 400억 달러(한화 45조원)에 달한다.
미국은 중국이 신흥세력으로 부상하려는데 못마땅한 모습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달 27일 이탈리아가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키로 한 데 대해 장기적으로 이탈리아에 이익이 없다고 말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경제력이 강화될수록 위안화의 가치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위안화 가치가 높아질수록 중국 상품의 국제 수출경쟁력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대미 흑자국인 중국에 대해 환율인하(가치절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무시하고 위안화 환율을 높게 가져간다면 미중 무역충돌이 더욱 격화되고 세계 강대국간 투키디데스의 함정으로 나아가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
중국 정부로서는 당장 충돌을 원하지 않는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 미중 무역분쟁에서 미국이 중국보다 한수 위에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중국 위안화는 달러당 7위안을 넘지 않는 선에서 달러당 6.5 위안에서 6.7 위안대의 박스권에서 미국의 요구와 국제정세 흐름에 따라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