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들 '따상' 열풍 타고 대형 IPO 흥행 행진
기존 금융사 위협하는 카카오뱅크 등 핀테크 기업 위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25일 금통위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상을 의결하는 의사봉을 두드리며 제로금리 시대의 종료를 알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1. 개미들의 전성시대
올해 증시의 주인공은 ‘동학개미’와 ‘서학개미’였다. 동학개미들은 연초부터 거침없는 매수세로 출발, 1월 6일 코스피를 3,027.16까지 끌어올리며 코스피 3000선 시대를 열었다. 이후 코스피는 6월25일 장중 3,316.08을 고점으로 기록한 뒤 3000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동학개미들의 활약으로 주식 활동계좌도 5500만 계좌를 넘어섰다.
해외시장에서도 서학개미들의 대대적인 매수세가 펼쳐져 지난달 26일 기준 예탁결제원의 외화주식 보관금액은 790억 달러로 전년말(470억8000만 달러) 대비 68.9% 증가했다. 보관금액 상위 종목은 테슬라(148억2000만 달러), 애플(43억8000만 달러), 앤비디아(30억2000만 달러), 알파벳A(22억 달러), 마이크로소프트(20억8000만 달러) 등이다. 해외시장별 보관금액은 미국(67.4%), 유로시장(21.1%), 홍콩(3.7%) 순이었다.
2. 대형 IPO와 ‘따상의 꿈’
올해 증시의 최고 유행어는 ‘따상’이었다. 공모주가 상장 첫날 공모가의 두 배로 출발한 뒤 상한가까지 도달하는 ‘따상’을 기대하는 개미들 덕에 IPO는 대박 흥행을 이어갔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가 80조9000억원의 청약 증거금을 기록한 것을 비롯, SK바이오사이언스 63조6000억원, 카카오뱅크 58조3000억원, 현대중공업 55조8000억원 등 대형 IPO마다 수십조원의 자금이 몰렸다. 이런 흥행 행진 덕에 올해 기업을 공개한 회사 중 5개사가 역대 코스피 공모금액 톱 10에 랭크됐다. 크래프톤(2위, 4조3098억 원), 카카오뱅크(4위, 2조 5526억 원), SK IET(6위, 2조2459억 원), 카카오페이(8위, 1조5300억 원), SK바이오사이언스(10위, 1조4917억 원) 등이다.
3. 금융사 역대급 이익과 여론의 역품
금융사, 특히 은행들은 올 한 해 매 분기마다 역대급 순익행진을 자랑했다. 그 결과 올 1~3분기 중 산업은행을 제외한 18개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2조9000억 원으로 작년 한 해의 순이익(11조6000억 원)을 이미 1조 3000억 원이나 넘겼다.
증권사들 역시 거래량 감소로 리테일 수익은 줄었지만 자기매매가 좋은 성과를 내고 IB 수수료가 증가하면서 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3분기 기준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120% 늘어났다.
한편 은행권의 역대급 순익에 대해서는 “코로나로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 은행들이 이자놀이로 자기 배만 불린다”는 원성이 제기되는 역풍도 불었다. 이에 금융당국은 지난달 8개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들을 불러 ‘은행 가계대출 금리 운영현황 점검회의’를 개최하는 등 여론 달래기에 나서기도 했다.
4. 가계부채와의 전쟁
지난 9월 말 현재 가계신용 잔액은 1844조9000억 원으로 6월말보다 36조7000억 원 늘어났다. 증가액만 따지면 1분기 대비 2분기 증가분 43조5000억 원보다는 약 7조 원 정도 줄어든 수치이긴 하나 잔액기준으로는 여전히 사상 최대치 행진이 이어졌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20조8000억 원 늘어나며 지난 2016년 5분기(24조2000억 원) 이후 최대 증가폭을 보였다.
이같은 가계부채 증가세에 금융당국도 ‘대출총량규제’라는 강수로 맞섰다. 이에 농협이 지난 9월 부동산 관련 대출 일시 중단을 선언한 것을 시발로 은행권이 연이어 대출 물꼬를 잠그기 시작했다. 이에 1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운 대출자들이 상호금융, 보험, 카드 업계로 몰리는 풍선효과도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1금융권의 대출금리가 2금융권보다 높아지는 금리 역전 현상과 신용등급이 더 높은 고객의 신용대출 금리가 더 높아지는 기현상도 빚어졌다.
5. 굿바이 제로금리
한국은행은 코로나19에 맞서 기준금리를 작년 3월 연 1.25%에서 0.75%로, 5월에은 또다시 0.5%로 인하했었다. 그러나 올들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고 가계부채 문제가 심화되자 금리인상 기조로 선회했다. 지난 8월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인상한 데 이어 11월에도 25bp 높은 1.00%로 인상, 작년 3월부터 계속돼 온 제로금리 시대의 막을 내렸다. 한은은 내년에도 두 번 정도의 추가 금리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한편 미국도 지난 14~15일 FOMC에서 채권매입을 축소하는 테이퍼링 규모를 2배로 늘려 종료 시점을 기존의 6월에서 3월로 앞당길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기준금리도 내년에 3차례 인상할 수 있다고 내비쳤다.
6. 핀테크 약진
IT기술 기반 금융회사인 ‘핀테크’ 기업들은 올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비약적 성장을 보였다.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와 관계사 카카오페이는 상장 후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KB금융지주보다도 높은 시가총액을 보였다. 이에 고무된 핀테크 기업 비바리퍼블리카는 제3의 인터넷은행 토스뱅크를 지난 10월5일 출범시켰고 이보다 앞서 지난 3월에는 토스증권도 영업을 시작했다.
이밖에도 핀다(자산관리), 핀크(간편송금 및 지급결제), 렌딧(P2P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많은 핀테크 기업들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이에 맞서 기존 금융사들도 은행권을 중심으로 플랫폼화를 선언하는 등 발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룹 계열사의 금융서비스를 통합하는 플랫폼화는 KB, 신한 등이 선도하고 있고 이와 별도로 각 금융사들마다 메타버스를 활용한 사이버 지점, 사내 회의 진행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특히 금융사들은 12월1일부터 시험서비스에 들어간 마이데이터 서비스가 빅데이터 경쟁의 전쟁터가 될 것으로 예상하며 일전을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7. 특금법 시행
가상자산 시장을 규제하기 위한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지난 9월24일 본격 시행에 들어갔다. 현재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등록된 가상자산 사업자는 모두 14개다. 업비트, 코빗, 코인원, 빗썸 등 원화마켓 사업자가 4곳이고 플라이빗, 지닥, 고팍스, 비둘기지갑, 프로비트, 포블게이트, 후오비코리아, 코어닥스 등 코인마켓 사업자가 8곳, 한국디지털에셋(KODA), 한국디지털자산수탁(KDAC) 등 기타사업자가 2곳이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이 중 원화마켓 사업자인 ‘빅4’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들 빅4 거래소는 수수료로 벌어들인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대체불가능토큰(NFT), 메타버스 등 신사업 분야로 발을 넓히고 있다.
빅4를 제외하고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는 후오비코리아, 한빗코 고팍스 등이다. 다른 중소 거래소들은 특금법 시행 이후 거래량이 급감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사지=연합뉴스 제공
작년 3월 코로나19로 전면 중단됐던 공매도가 지난 5월3일 부분 재개됐다. 코스피200, 코스닥 150에 포함된 대형주에 한해 공매도가 허용된 것이다.
이에 대해 개인투자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즉각 ‘대한민국 주식시장에 공매도를 영원히 폐지해주세요’란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및 12개 소액주주단체는 20일 서울정부청사 앞에서 ‘대선 후보에게 보내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주식시장 공정발전을 위한 6개 요구사항을 제시했는데 그중 첫번째 항목이 공매도 제도 개혁이었다.
◆…고승범(왼쪽)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청와대는 지난 8월 양대 금융당국 수장인 금융위원장과 금융감독원장을 교체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정은보 금감원장은 이른바 ‘모피아’ 출신이다. 두 사람 모두 행시 28회 동기인데다 금융위의 핵심라인인 금융정책국장과 사무처장을 지냈다. 때문에 전임자인 은성수 위원장-윤석헌 훤장 커플에 비해 정책면에서 호흡이 잘 맞을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로 두 사람은 취임 후 이구동성으로 ‘금융불균형 시정’을 최우선 과제로 강조하며 가계부채 문제에 진력, 적어도 지금까지는 비교적 순조롭게 안착시켰다는 평가다. 또 코로나19 금융대책, 핀테크 활성화 등에 있어서도 금융사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잘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금융소비자 단체 등에서는 “금융당국의 수장이 교체된 후 금융사들의 위규행위에 대한 제재가 지나치게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