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계 경제지표 중에서 좋아지고 있거나, 현상 유지할 만한 징후를 보여주는 것이 거의 없다. 그나마 있어도 상당한 전제조건을 달아야 한다. 우선 금융경제를 보면 1971년 브레튼우즈체제가 무너진 이후 고삐풀린 망아지처럼 달러를 찍는 인쇄기를 돌려대던 미국 연방준비위원회(FRB)의 역할도 마침내 한계를 보이고 있다. 금융에 관한 어떤 문제도 이제는 돈을 풀어서 해결할 방법이 없어졌다. 경제는 나빠지지만 돈을 풀자니 감당할 이자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미국의 연방예산은 2022년 1조 4천억달러, 하루 40억달러(약 4조 9712억원)의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한국도 더 나쁘면 나빴지 좋지는 않다. 한국 정부의 국채이자 지출은 2023년 22조9000억원, 2024년 25조8000억원, 2025년 28조5000억원, 2026년 30조9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의 경우 본예산(정부안 639조원)의 3.5%가량이 국채 이자를 갚는 데만 고스란히 소진되는 것이다. 이런 식을 가면 곧 미국이나 한국이나 정부 예산의 가장 큰 부분인 국방비와 맞먹는 규모의 이자비용이 생갈 것이라고 한다.
이처럼 중앙은행에서 화폐를 이용한 정책은 오로지 하나,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긴축 정책만 할 수 있는 지경이다. 그러니 화폐경제가 더 이상 커가거나 현상을 유지할 방도가 없다. 아직도 주식시장이 그나마 좋아 보이지만, 이는 부동산, 가상화폐, 금과 같은 다른 자산에 투자할 희망이 없기 때문에 쏠리는 면이 있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축소되는 마당에 홀로 주식만 나아질 수는 없다. 현재의 환상적인 면은 곧 사라질 신기루가 될 것이다.
실물경제가 더 나쁘다. 당장 보이는 기후변동은 지구가 더 이상 인간을 지탱할 수 없다는 신호를 보이는 것이다. 모두들 알고, 모든 나라가 알지만 이를 해결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무역전쟁 등 인간끼리의 지정학적 전쟁놀음에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는 중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개인을 어떻게 할 방도를 모르고, 알아봐야 할 수 있는 행동반경이 매우 좁다.
결국 국가가 나서야 한다. 그리고 국가가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모든 것을 환경을 고려해서 더 비싼 비용에 더 적게 생산하도록 강요하는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밖에 없다. 소비와 생산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이고, 이는 실물경제의 급격한 축소이다. 재생에너지를 써서 생산하는 RE100의 경우도 현재로서는 이를 완전히 실행할 수 있는 나라는 전혀 없고, 그나마 북구유럽의 국가들이 상당한 정도로 진척을 보일 뿐이다.
게다가 인공지능은 그 것을 만든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2022년 말 생성형 인공지능인 챗GPT가 세상에 나타나자 절대적으로 기계가 침범하지 못할 것으로 장담되던 창조적 영역까지 불안에 떨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판검사 자리는 물론 창작의 대표적 일자리인 작가, 예술가의 영역에서도 인간을 뛰어넘는 성능을 보여주었다. 결국 인간을 창조하였지만 버림받고 있는 신처럼, 인간도 인공지능에 의하여 버림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에 떨기 시작하였다. 실제로 인공지능은 인간 일자리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단순, 반복, 저난이도 일자리를 없애버리고 있다.
어떤 모로 보아도 인간의 경제 규모가 커지리라는 기대는 어렵다. 그런 기대가 유지되려면 당장 기후환경부터 원상회복되어야 하지만, 그럴 일이 생길 것처럼 보이는 일들은 현재 국제 사회에서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나 화폐경제는 그나마 인간이 머리를 굴려보면 해결될지도 모르지만, 환경은 당장 행동해야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점들을 보면 이제 글로벌경제는 축소되어 가고 있고, 한국 경제도 인구와 더불어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외국인을 데리고 들어올 수도 없다. 그들이 우리가 원하는 만큼 들어와주지도 않을뿐더러, 들어온 외국인이 한국의 문화, 한국인과 잘 적응하리라는 보장은 절대 없다. 현재 유럽에서 보여주는 이민자들의 행태를 보면 알 수 있다. 미국도 인종의 용광로라지만, 애초부터 그렇게 생긴 나라와 5000여년 동안 우리끼리 살아온 한국은 동일한 비교가 불가능하다.
이제는 국가 전체의 규모가 줄어드는 것을 슬퍼하지 말고, 줄어드는 와중에도 국민의 삶은 더 우아해질 수 있는 개인 삶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일례도 줄어드는 농촌인구를 늘리려 하지말고, 1인당 농업 생산량을 늘려 농업인의 소득을 늘리는 방안, 지자체의 합병을 통한 효율적 지방행정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앞으로 10년, 아니 내후년은 세상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우리의 생각 규모도 줄어드는 경제규모에 맞춰야 한다. 결국 1인당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을 자꾸 만들어 내야 한다. 홍재화 필맥스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