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증 위조, 가족밀수 돕기, 관세사 여직원 성추행, 음주운전에 버스기사 폭행까지…. 관세공무원들의 근무기강해이가 극심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나라당 엄호성 의원은 17일 재경부 국정감사에서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징계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03년 이후 근무기강 해이로 징계를 받은 관세청 직원은 총 9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징계유형은 뇌물향응수수 등 금품비리가 37건, 직무유기와 근무태만이 17건, 품위손상 17건 등이었다. 엄 의원이 공개한 비위유형은 가히 놀랄만한 수준이다.
7급 관세공무원인 A씨와 B씨는 공무원증을 위조해 불법대출을 받고 무단결근을 했다가 각각 직위해제와 파면조치를 당했다.
9급 관세공무원 C씨는 관세청이 철저히 단속해야 할 보따리상에게 단속정보를 흘려주고 휴대품을 통관시켜주는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가 해임됐다.
잡아야 할 밀수범은 안 잡고 본인 스스로 밀수를 자행한 경우도 있었다. 공항세관에 근무하는 D씨는 양주 48병을 밀수입하다가 3개월의 정직처분을 받았다.
이 정도는 '애교'다. 7급 관세공무원 E씨는 버스기사를 때리고 경찰서에서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F씨는 음주운전 후 도주했다가 잡히기도 했다.
G씨는 관세사 사무소에 근무하는 여직원을 성추행 했다가 감봉처분을 당했고, H씨는 모 업체 여사장에게 성적수치심을 유발한 이유로 징계를 받기도 했다. 유부남 등과 부적절한 관계로 징계처분을 받은 직원들도 4명이나 있었다.
엄 의원은 이와 관련해 "대국민 서비스의 최일선에 있는 관세청이 이런 비리 백화점이라면 어떤 국민이 통관과정을 공정하다고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관세청 직원들의 기강해이도 심각하지만 징계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더욱 큰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