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세법 개정 필요성 느끼지 않아"
분식회계를 저지른 기업에 대해 경정청구 환급의 유예기간을 두어 불이익을 주고 있는 현행 세법에서 '외부감사인의 징계'를 이러한 경정청구 불이익 규정에 포함시키는 것이 세법 정신에 부합하는 것일까. 아니면 잘못된 것일까.
회계학계는 '잘못된 세법'이라는 주장이다.
회계학계에 따르면 과거의 분식회계에 의한 경정청구의 환급에 제한을 가하는 규정 자체는 타당성이 있지만 '사실과 다른 회계처리'에 부실감사를 통해 감사인이 징계를 받은 경우까지를 포함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법인세법은 법인이 과거에 의도적으로 분식결산을 하고 그에 대한 세액 경정청구를 할 경우 즉시 환급해주지 않고 5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공제해주는 불이익을 주고 있다.
여기에는 내국법인·그 감사인 또는 소속 공인회계사가 경고·주의조치를 받은 경우 법인세의 과세표준과 세액의 과다계상으로 경정을 청구하는 경우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감사인에 대한 징계와 분식회계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정규언 고려대 교수는 "감사인 또는 그에 소속된 공인회계사가 징계를 받는 이유는 기업이 분식회계를 했기 때문이 아니라 회계감사기준을 지키지 않는 부실한 감사를 했기 때문"이라며 "감사인 징계시 경정의 환급에서 불이익을 준다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사실과 다른 회계처리는 감사인이 하는 게 아니라 기업의 임원이 하는 것"이라며 "분식회계로 인한 경정환급의 불이익 요건은 기업 임원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독립된 외부감사인과 기업을 동일시하는 시각 때문에 이러한 불합리한 규정이 만들어진 것"이라며 "법인세법 등에서 규정하고 있는 감사인 징계 관련부분을 삭제하는 등 사실과 다른 회계처리의 정의를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정경제부의 입장은 다르게 나타났다.
재경부의 한 관계자는 "현행 법인세법 및 증권거래법에서는 감사의무 위반도 분식회계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현재로선 개정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