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경찰서는 10일 해외전환사채(CB) 발행을 앞두고 자사 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시세를 조작한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코스닥 상장업체 A사 대표 조모(38)씨에 대한 체포영장과 시세조종 전문가 전모(34)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각각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씨는 8월 말 전씨에게 서울 강남의 모 호텔 스위트룸 2개와 10억원이 들어 있는 차명계좌 3개를 제공하면서 "주가가 내려가고 있으니 더 이상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해달라"고 부탁, 8월25일부터 9월5일까지 A사 주가를 1천590~1천890원으로 안정시킨 뒤 총 95억원 어치의 CB를 발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주가조작 혐의로 3건의 검찰 수배를 받아온 전씨는 호텔 스위트룸에 데스크톱 컴퓨터 4대와 노트북 1대를 들여놓고 자신이 보유한 차명계좌 20개와 조씨가 준 차명계좌 3개를 이용해 A사 주식의 매도 물량이 나올 때마다 계속 매수하는 등의 방식으로 더이상 주가가 떨어지지 않도록 조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B사와의 합병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한 조씨는 손해를 우려한 A사 주주들로부터 매수청구권 행사를 통보받자 이에 대비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CB를 발행하기로 결정하고 CB 발행가액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시세조종을 사주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보통 주가조작 사건은 금융감독원 등의 고발을 통해 사후 수사에 들어가는데 이번에는 호텔 객실을 급습해 현장에서 증거를 잡아낼 수 있었다. 만약 시세조종이 성공하지 못했다면 이 회사는 CB 발행에 실패하고 B사와의 합병도 무산돼 막대한 손실을 입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또 다른 코스닥 등록업체 2곳도 시세를 조작하고 있다는 혐의를 포착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