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란수사, 공소기각 위험성 키운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내란사태에 대한 수사를 두고 검찰과 경찰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내란죄 수사권 없는 검찰의 직접 수사가 공소기각의 위험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각 기관 수사권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에 압수수색 구속 영장 청구, 출석 통보 등 검찰과 경찰(경찰청 국가수사본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국방부 조사본부로 구성된 공조수사본부)의 중복 수사가 반복돼 효율성이 떨어지고 수사에 혼선을 빚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 野 "검찰 증거 효력 두고 불필요한 논쟁…최악의 경우 재판서 공소 기각"

더불어민주당 등 야5당 의원들이 속한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연대'는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 혐의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검찰이 수사로 얻은 증거를 재판에 제출하면 증거의 효력을 두고 불필요한 논쟁만 일어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재판에서 공소 기각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들은 검찰의 내란 수사를 '위법'으로 규정하고 "검사는 이제 그만 공조 수사 본부에 내란 수사를 이첩하고 본연의 역할인 공소 유지에만 충실하라"고 압박했다.

검사 출신의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 "내란사건 공조세력으로 의심되는 검찰이 나서서 내란사건 수사와 기소를 방해하고 있다"며 "검찰 특수본은 즉시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하라"고 촉구했다.

박 의원은 "검찰은 내란과 반란의 핵심 인물인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에 대해 위법한 증거를 수집하여, 위법한 공소를 제기함으로써 절차위반으로 공소기각 판결을 받으려는 의도냐"며 "아니면, 불법증거수집으로 인해 증거능력을 부정시키고 증거 불충분으로 무죄를 받으려는 저의냐"고 반문했다.

그는 "검찰은 피의자 김용현을 '내란 중요임무종사자'로만 수사하고 있지만, 군형법상 '반란 수괴'로 볼 수 있다. 피의자 윤석열은 '내란 우두머리'이자, '반란 수괴 교사범'일 것"이라며 "검찰은 내란죄보다 법정형이 가중한 군사반란죄는 수사하고 있지 않은데, 이는 12.3 내란사건을 축소 수사하고,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법원행정처장 "내란 사건, 경찰이 수사권 있다"

검찰의 직접 수사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도 지적이 나왔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내란 사건의 경우) 경찰이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언급했다.

천 처장은 "(검찰이 내란 사건)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지, 검찰청법 해석상 (수사가) 가능한지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많은 논란이 있다"며 "(수사 관할권은) 공소 제기 절차나 증거 능력의 적법성 문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사법부로서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 수사권 혼선에 '특검 출범' 촉구 목소리도

정치권에서는 국회와 정부가 특별검사 도입 시기를 당겨 수사기관 사이에 혼선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검이 출범하면 검찰과 경찰은 각각 진행하던 수사 내용과 증거물, 피의자 등을 모두 특검에 넘겨야 한다.

현재 계엄선포 관련 특검은 두 가지로 지난 10일과 12일 국회 본회의를 각각 통과한 상설 특검과 개별(일반) 특검 법안이 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16일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상설특검) 후보 추천위원으로 김석우 법무부 차관 등 7명을 위촉했다.

상설특검법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안되지만 특검 후보자 추천을 의뢰하지 않는 식으로 사실상 거부할 수 있다.

내란 일반특검은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의혹 일체를 특검이 수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제처는 이날 국회로부터 이송된 내란 일반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접수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시한은 법안이 이송된 다음 날부터 15일 이내인 내년 1월 1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