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직후 어느 부문보다도 먼저 과감한 조세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70년대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도입으로 세제의 기본골격이 갖춰진 이후, 단기·부분적인 세제개편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조세원리나 국제적 기준에 맞지 않는 부분이 발생했다는 게 재정부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세제 전반에 대한 근본적 개편작업에 착수한다는 방침을 밝히고, 오는 8월 최종안을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정부는 지난 3월 유류세 10% 인하, 1가구1주택자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율 확대, 임시투자세액공제 일몰시한 연장 등 1단계 세제개편을 시행한 이후, 이번 6월 임시국회에서 법인세율 인하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의 2단계 대책을 내놨다.
그동안 나온 대책은 이명박 정부의 국정과제인 '감세'를 골자로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으나, 오는 8월에 나올 3단계 '근본적 세제개편'에는 전 세목에 걸친 중장기적 개선방안을 내놓는다는 게 재정부의 방침.
이와 관련 재정부 세제실에서는 그동안 휴일, 밤낮을 가리지 않고 회의를 거듭하며 조세분야의 새로운 틀을 만들기 위한 작업에 몰두해왔다. 지난달 말에는 세제실장을 비롯한 실무자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IMF의 조세전문가들과의 워크샵을 통해 국제적 조세동향을 파악하는 등 분주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오는 8월에 나올 세제개편안에는 그동안 강조해 온 근본적 조세개혁 수준의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적다는 게 재정부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재정부 세제실의 한 관계자는 "정권 초기에 세제 전반에 대해 들여다본다는 의미일 뿐, 전 세목을 뜯어고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마치 대단한 조세개혁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라서 부담스럽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올해 재정부가 추진하는 근본적 세제개편에 대해 기대치만 높아졌을 뿐 개혁이라고 할 만한 내용은 찾아보기 힘들다"며 "아마도 상의, 전경련 등 경제단체에서 건의하는 내용을 일부 수용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세제실에서는 최근 유가 급등으로 인한 대책을 비롯해 기업환경 개선을 위한 방안 등 물밀 듯이 밀려오는 세제개편 수요를 감당하기에도 벅찬 상황이라고 전해진다.
그동안 '누더기 세제'라는 오명을 써온 우리나라의 조세체계가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를 맞아 깔끔하게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한 국민들에게는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물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종발표까지는 두 달여의 시간이 남은 만큼, 향후 재정부가 어떤 변화를 꾀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