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포함해서 사게 하고 사후에 외국인만 면세
"보안·신속통관 등 행정적 문제는 개선책 마련하면 돼"
공항 내 보안문제 및 신속통관문제 등으로 관세청에서 반대하고 있는 입국장면세점에 대해 사후면세로의 전환할 경우 설치가 충분히 가능하다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입법전문위원회의 보고서가 나왔다.
이 보고서는 정부나 국회가 제출한 입법안에 대해 입법적 측면에서의 타당성을 검토한 보고서로 향후 국회 법안심의 과정에 논리적 근거를 제시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한 파급력이 있는 보고서다.
이에 앞서 관세청도 사후면세제도 도입을 검토하는 용역을 진행중이어서 면세점 전체에 대한 사후면세제 도입 및 입국장 설치문제가 해결될지 주목된다.
이한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입법전문위원은 14일 "입국장 설치는 (다른 나라와의) 경쟁원리측면에서 타당하며, 사전면세제도를 사후면세제도로 전환할 경우 설치에 문제점이 없다고 사료된다"고 밝혔다.
이 전문위원은 이번 보고서에서 이명규 한나라당 의원이 입국장 면세점 설치의 근거마련을 위해 지난 6월 입법발의한 관세법 개정안을 검토한 후, 4가지 측면에서의 입국장 면세점 설치 타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 출국장·기내에도 있는데 입국장만 안될 이유 없다= 이 전문위원은 그 첫째 이유로 "입국장 면세점 설치는 여행객에 대한 400달러 면세허용범위에서 조세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관세청의 '여행자 및 승무원 휴대품 통관에 관한 고시'에 따라 외국인이나 해외여행객이 입국시에 반입하는 휴대품에 대해서는 1인당 400달러 허용범위 내에서 관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등을 면세하고 있고, 이런 범위 내에서 출국장과 기내에서 면세품을 팔고 있기 때문에 입국장에 면세점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 여행자에 대해 추가적인 조세특혜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즉 면세품을 입국장에서 사든, 출국장에서 사든, 기내에서 사든 400달러 범위를 초과하면 세금만 정확히 납부하면 되지 반드시 입국장에서만 사면 안 된다고 하기에는 논리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
□ 면세점을 사후면세로 전환해 형평성 제고해야= 면세점은 당초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설치된 만큼, 외국인들이 이용해야 하지만 설치당시 관련법률의 미비로 지금은 면세점 이용객의 70%가 내국인으로 채워지고 있다.
특히 돈을 많이 사용하는 해외여행객을 중심으로 이용되고 있는데, 왜 이렇게 해외에 나가서 돈 쓸 사람들에게 세금을 면제해서 물건을 사도록 하고 있는지는 수년간 문제점으로 지적돼 오고 있다.
이 연구위원은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설치됐으나 내국인도 출국시 면세점에서 3000달러 한도 내에서 구매가 가능함에 따라 내국인 이용객이 폭증했고, 해외여행의 경제력이 있는 부유층에게 조세차익을 부여하는 역기능을 초래하고 있다"고 면세점의 근본적 문제를 지적한 후 "입국장 면세점 설치 역시 이런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현행 면세점의 사전면세제도를 사후면세제도로 전환할 경우에는 입국장 면세점을 추가로 설치하는 것은 문제점이 없다"고 밝혔다.
면세점의 이용실태가 변질되면서 심각한 조세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이미 면세점이 시장에서 상당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해외여행을 하는 일반 국민들도 급증한 지금에 와서 내국인에게 시내면세점이나 공항면세점 이용을 하지 못하도록 한다면 엄청난 반발이 발생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면세점을 규제하지 않는 대신 면세점에서 물건을 살 때 세금이 포함된 가격으로 사게 하고, 사후에 면세 받을 수 있는 사람들만 면세의 혜택을 주도록 하는 사후면세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런 환경에서 입국장 면세점의 설치 근거는 충분하다는 것.
□ 입국장 면세점이 있는 외국공항에 대한 경쟁력 제고= 이 연구위원은 입국장 설치에 대한 또하나의 타당성으로 경쟁원리를 들었다.
이 연구위원은 "입국하는 여행객에게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는 장소를 출국하는 국가의 출국장과 기내 이외에 입국장으로 확대하는 것은 시장경쟁의 원리측면에서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특히 입국장 면세점이 설치돼 있는 ▲북경 서두우 ▲상해 푸동 ▲싱가포르 창이 ▲홍콩 첵랍콕 ▲호주 시드니 ▲뉴질랜드 오클랜드 등 다른 아시아권 국가의 공항에 대한 인천국제공항의 경쟁력 제고와 고수익창출을 위한 복합적 공간으로 변화하는 공항개념의 추세에 맞춰 입국장 설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행정적인 문제는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허용석 관세청장은 지난 9월 국회 업무보고에서 "인천공항을 보면 입국장 면세점이 자리잡을 위치 자체가 사회안전이나 공안측면에서 굉장히 어렵다는 기술적인 지적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기내 면세판매와 출국장 면세점과는 형평성의 문제가 있지만 현실적인 보안문제가 있다"며 관리와 보안을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했다.
그러나 이 연구위원은 "입국장면세점 설치 논의가 시작된 지난 1994년 이후 14년이 지난 지금 통제지역(CIQ 구역)의 혼잡이나 입국과 통관수속 지연, 세관감시업무의 사각지대로의 활용 등의 문제는 증진된 보안감시업무능력과 입국장면세점 규모가 120평에 불과하고 근무인원도 30명인 소규모인 점을 감안하면 우려할 사항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아울러 "일반여행자들의 신속한 통관흐름을 지체시키고, 면세한도 초과여부 확인을 위한 검사 등의 행정적인 사항은 운영상의 개선책을 강구해 해결이 가능하다"며 행정부처의 불만을 일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