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9천만원 갚을 수 있을까?…심판원 "가능"
조세심판원, 1년새 '기각-인용' 왔다 갔다 결정…납세자 '혼란'
일반 대학생이 '알바(아르바이트)'를 통해 돈을 벌어 1억원이 넘는 빚을 갚거나 아파트를 사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조세심판원은 지난해 대학생이 알바로 1억원이 넘는 돈을 모아 아파트를 구입한 것에 대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대학생이 알바로 돈을 벌어 1억원 가량의 빚을 갚는 것은 가능한 일이라고 판단, 납세자들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7일 조세심판원에 따르면 심판원은 지난해 10월 장학금과 과외를 통해 1억5000만원을 모아 아버지로부터 2억5000만원짜리 분양권을 샀다는 것에 대해 "1억5000만원이 실제 어떻게 발생했는지 확인할 수 없다"며 아버지에게 2억5000만원을 증여 받은 것으로 보고 과세한 과세당국의 처분은 정당하다는 결정을 내렸다.(국심2007중3207)
그러나 심판원은 지난 6월 24세 대학생 아들에게 2억원 짜리 아파트를 증여하면서 9000만원의 채무를 같이 이전한 것에 대해 "24세 대학생이 9000만원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것이 명백하지 않다"며 증여재산가액에서 채무를 공제해야 한다고 결정했다.(국심2007중5260)
기각결정이 내려진 심판청구에서는 청구인 A씨가 대학재학시절 과외교사로 벌어들인 수입과 장학금으로 마련한 1억5000만원과 동문 아내가 과외로 번 4700만원을 합쳐 아버지로부터 분양권을 샀다고 주장했지만 심판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었다.
인용결정을 받은 심판청구에서는 과외를 통해 채무(9000만원)에 대한 월이자 60만원을 충분히 부담할 수 있고, '재산세사무처리규정'상 채무 공제 여부는 아버지가 B씨의 채무를 대신 갚아줬다는 증거가 발생해야 증여세를 과세할 수 있다는 청구인 B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두 사례의 공통점은 과외 등 알바를 통해 돈을 벌었거나 벌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돈을 벌었다거나 채무를 갚았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과연 대학생 신분으로서 1억원 가까운 금액을 변제하거나 벌 수 있는 능력이 없느냐 있느냐를 따진 부분이다.
조세심판원은 A씨의 심판청구에 대해 "대학교를 다니며 과외교사로 3200만원을 벌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 같은 금액이 실제로 발생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며 아버지가 A씨에게 2억5000만원에 달하는 분양권을 증여했다고 판단했다.
반면 B씨의 심판청구에 대해서는 "24세 대학생이 9000만원에 대한 대출금 상환능력이 없다고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판단할 수 없다"며 "이런 경우 부채사후관리를 통해 채무를 대신 상환했다는 것이 확인되면 채무가 상환된 시점에서 새로운 증여가 발생한 것으로 봐 증여세를 과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씨와 B씨 모두 벌어들인 수익에 대한 명백한 실체가 없는 상황에서 심판원은 한쪽에 대해서는 대학생 신분으로 알바 등을 통해 1억원을 벌었다는 것을 인정해주지 않았지만, 다른 한쪽에 대해서는 인정해 주는 '두 얼굴'의 결정을 한 셈이다.
비슷한 사안에 대해 조세심판원이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린 것은 납세자들에게 많은 혼란을 줄 수 있고 심판원의 심판결정 신뢰성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심판원이 B씨에 대해 증여과세 처분이 부적당하다고 판단한 것은 자녀의 소득이 전혀 없지 않는 한 부모가 자녀에게 증여한 빚을 대신 갚아줘도 이를 입증해 내지 못하면 세금부과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로, 증여세 회피를 위한 '편법증여'를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