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9·19 평양공동선언 6주기 기념식 모두발언에서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는 세력·시민들이 감당해야”
◆…지난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9일 오후 광주시 김대중컨벤션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9·19 평양 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 모두발언을 통해 "한반도 상황이 무척 엄중하고 위태롭다. 9·19 군사합의가 폐기됐고 남북 간 오물풍선·대북확성기 같은 비군사적 형태의 충돌이 시작됐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걸음만 더 삐끗하면 군사적 충돌로 번질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남북한 당국은 더 이상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고 당장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전 대통령은 계속해서 미국이 대통령선거 이후 차기 정부를 출범하기 전에 한국이 남·북 관계에서 대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데 문 전 대통령은 이를 짚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미국 대선 이후 새 정부가 출범하면 누가 대통령이 되든 북미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 입장에서도 갈수록 커져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을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때 우리가 과거처럼 이른바 '패싱'을 당하고 소외되지 않으려면, 우리가 먼저 대화를 선도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대화가 재개될 경우 북한은 달라진 협상전략을 가지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보여준 북·미 정상외교 행보를 짚은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가 소외당하는 상황에 '코리안 패싱'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정부 때와 달리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고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북한이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규정함에 따라 기존 평화담론·통일담론도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정부가 앞장서서 해야 할 일들인데 현 정부는 그럴 의지도 역량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한반도 평화를 추구하는 세력과 시민들이 감당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늘 9·19 평양 공동선언 6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일 전남 목포에서 열리는 9·19 평양 공동선언 6주년 기념 평화회의에서 기조연설에 나설 예정이다. '9·19평양공동선언'은 지난 2018년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문건으로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 철도·도로 구축 등 남북 군사·경제협력 등에 관한 내용이 담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