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는 작년 말 기준 6개의 상장사와 64개의 비상장 회사 등 모두 70개의 계열회사를 거느린 기업집단이 되었다.
손자회사를 포함한 연결재무제표 작성 대상 종속회사는 국내 59개 해외 162개를 포함 221개에 달한다.
NH농협증권의 장우진 연구원은 최근 분석보고서에서 “포스코의 계열 확장은 2008년까지 이어진 철강산업 호황을 바탕으로 사업다각화를 위해 다양한 M&A를 시도하면서 본격화됐다”고 분석했다.
∎ 지나친 계열 확장, 5대 그룹보다 더 많이...
포스코는 2007년부터 5년간 계열사수가 23개에서 70개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삼성 등 국내 5대 재벌의 증가율 보다 2 ~ 5배 높은 수치다.
포스코 지난 5년간 한해 평균 12개사를 새 식구로 끌어들이며 왕성하게 계열 확장을 했다. 이는 그 만큼 많은 돈을 쏟아 부은 것을 의미한다.
2009년 이후 주요 M&A사례를 보면 2010년 대우인터내셔날 인수에 약 3조4천억원, 작년엔 동남아 최대의 스테인리스업체인 태국의 타이녹스를 인수하는데 6천100억원 등 약 5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다.
또한 해외사업에도 작년에만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2개국에 일관제철소 건설 및 터키, 인디아, 중국, 멕시코 등 4개국에 냉연공장 등 신·증설 그리고 원자재 확보를 위한 호주의 해외광산 지분 확보 등 작년에만 약 2조3천억원을 투자했다.
∎ 대한통운 인수 실패 후엔 계열사가 M&A 주도
작년 6월 포스코는 삼성SDS와 컨소시엄을 이뤄 2조원대의 M&A 빅딜이었던 대한통운의 인수에 참여했으나 CJ컨소시엄에게 밀려 인수에 실패했다.
포스코는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준비해 두었던 2조원가량의 자금을 계열사들에 풀어 M&A 또는 생산시설 확대나 신사업 추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로 인해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M&A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포스코ICT는 원전 사업확대를 위해 작년 9월 포뉴텍을 새로 설립하고 삼창기업의 원전사업을 인수했다.
또 포스코피앤에스(옛 포스틸)는 알루미늄 후판·박판을 생산하던 대창알텍을 인수하고 상호를 뉴알텍으로 변경하여 소재가공 기업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는 중이다.
이 외에도 포스코건설, 포스코에너지, 포스코엠텍 등이 소규모 M&A를 통해 2010년 9개사 2011년에도 9개사를 신규로 계열 편입했다.
하지만 이렇게 인수한 회사들의 2011년 재무실적을 보면 성진지오텍 외 23개사는 적자를 기록하였고 리코금속 외 15개사는 적자는 물론 자본일부잠식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무리한 계열 확장으로 재무구조악화
포스코의 공격적인 사업 확장은 내부 유보자금의 급격한 유출 및 차입금의 급증과 부채비율의 증가 등 재무구조의 악화를 필연적으로 초래했다.
설상가상으로 철강제품의 공급과잉으로 인한 판매단가 하락 및 경쟁격화에 따른 수익성 저하라는 복병을 만났다. 이에 따라 해외신용평가사들이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강등할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2010년 한해동안 대우인터 인수에 3조4000억원 등 사업 확장에 9조4000억원을 투자하면서 재무상태가 악화됐고 앞으로도 재무건전성이 계속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7년과 비교해 보면 매출과 총자산은 각각 2.1배 성장하였으나 순차입금은 8천억원 대에서 20조4350억으로 무려 25배나 급증했다. 부채비율도 2.1배나 증가했다.
매출은 늘어도 영업이익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률은 2007년 15.6%에서 2011년 7.8%로 반 토막 나 철강업계의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포스코의 올해 반기(1∼6월) 매출은 33조297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증가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3조1020억원에서 1조8520억원으로 40.2% 줄어드는 등 이익률이 급감했다.
회사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지난7월부터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했다. 8월에는 정준양회장이 전임직원을 대상으로 ‘필사즉생(必死則生)’의 자세로 철강산업의 위기를 타개하자고 독려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 7일에는 구조조정에 대한 거래소의 조회공시 요구에 대한 답변에서 “공정거래법상 포스코 기업집단에 속해 있는 국내계열사를 대상으로 구조개편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계열사 및 손자회사 등을 포함 16~19개사 정도가 구조조정으로 흡수 또는 매각 될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 계열사의 경우 삼일PwC와 딜로이트안진, 언스트앤영 한영 등과 구조조정관련 자문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NH농협증권의 장우진 연구원은 포스코의 재무상황에 대해 “힘든 상황임은 분명하나 희망은 있다”고 진단했다.
정 연구원은 경기부양책에 힘입은 중국의 경기 회복과 포스코의 탁월한 수익성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저력을 그 희망으로 지목하며 “향후 사업 연관성이 낮은 자회사 매각 등을 통해 재무구조가 얼마나 개선될 것인지 추이를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동안 적극적으로 기업인수에 나선 것과 관련,“소재, 에너지 등 미래 핵심사업 확보와 기존 사업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중소기업 업종 침해나 비관련 분야의 무분별한 확장은 철저히 지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구조조정 방향에 대해선 “필요성과 개괄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인식하고 있으며 어느 계열사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조정할지는 검토가 진행 중이며 올해 안에 확정 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포스코가 그동안 증시에 공시한 사항은 포스코에너지가 신안에너지와 포항연료전지발전을 흡수 합병하고, 포스코 AST와 포스코NST의 합병뿐이며 나머지 계열사의 구조 개편은 연내 확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포스코의 사업다각화와 무리한 계열 확장에 대해선 증권가 애널리스트들 사이에도 긍정과 부정의 양론이 분분하다. 하지만 공통적인 시각은 잘못 선택한 업종과 만성적자 계열사에 대한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웅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 처럼 ‘승자의 저주’를 피할 방법을 찾아야 할 상황이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