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불황타개와 기업체질 개선을 위해 메스를 들었다.
계열사 정비, 영업력 강화, 비용절감, 보유자산 매각 등 거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 비효율적인 부문을 수술하기 위해 팔을 걷어 부쳤다. 이와 더불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신성장동력 발굴까지 경영 각부문에 대한 전면적인 손질이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여전히 매출이 증가하고 있고 재무·수익 구조도 국내의 경쟁회사보다 안정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세계 철강업계의 설비과잉으로 철강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글로벌 경기도 장기침체가 예상됨에 따라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공격적인 투자로 몸집과 체중이 지나치게 불어 요즘 같은 불황기를 통과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체질이 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그나마 선전하고 있으나 철강 최대 수요자인 조선과 건설이 한동안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전망이 우세해 미리 다양한 대응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0개가 넘는 관계회사... 계열별 통합으로 슬림화
포스코는 그동안 글로벌 Top 철강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생산력과 영업망을 강화하고 신기술분야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국내 59개 해외 162개를 포함한 221개의 관계회사를 거느리게 되었다. 이것이 포스코에는 적지않은 부담이 되고 있다. 계열사들의 실적이 기대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근들어 포스코 계열사가 증가한 것은 소재, 에너지 등 미래 핵심사업 확보와 기존사업의 역량을 강화한 결과”라며 “계열사 수가 많이 늘었으나 중소기업 업종을 침해하거나 비관련 분야로의 진출 등 문어발식 확장은 철저히 지양하고 있다”고 전문화와 시너지창출을 위한 투자였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지난 5년간 매년 평균 10개 이상의 회사가 늘어난 것은 우리 기업역사에서 보기 드문 사례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이렇게 새로 설립인수한 회사의 대부분이 아직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실적부진에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뒤늦게 위기의식을 느끼고 계열사 조정을 검토해 비효율적인 부분을 제거하기로 하고 지난달 7일 계열사 구조개편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식 발표했다. 포스코 주변에서는 계열사 및 손자회사 등을 포함 16~19개사 정도가 구조개편의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포스코는 이런 계열사 조정의 일환으로 이미 포스코 에너지가 신안에너지와 포항연료전지발전를 흡수합병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포스코AST와 포스코NST의 합병도 확정발표했다. 나머지 계열사의 구조개편에 대해서는 연내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판매가격 하락, 원재료값 상승... 원가절감으로 돌파
최근 포스코의 원가율은 88%까지 치솟았다. 예전만큼 수익성이 높지않다는 얘기다. 이렇게 원가율이 높아진 이유는 최근 3,4년 철강의 판매가격은 20~30% 떨어진 반면 철강생산에 들어가는 철광석과 석탄값은 60~70% 오른게 주요 요인이다.
포스코는 이러한 판매·원가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무엇보다 먼저 원가율을 낮추는데 힘을 쏟고 있다. 철강판매가격은 중국과 인도 등 후발국가들에 쌓여 있는 재고물량과 유휴설비가 워낙 많아 당분간 저가 기조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포스코는 원가율을 낮추기 위해 전략적인 원료투자 방법을 개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직접 철광석 등 자원을 개발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포스코는 작년과 올해 대우인터내셔널과 성진지오텍, 포스화인, 포스칼슘 등의 회사를 인수·설립했다. 대우인터내셔널과 성진지오텍을 통해 원료개발 판매를 확대하고 포스화인과 포스칼슘을 통해 자원 재활용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런 원가절감 전략이 마무리되는 2014년에는 포스코의 원료자급도가 50%까지 높아 질 것”이라며 “원료자급도가 높아질 경우 세계 원료시장의 시세변동에 영향을 덜 받아 원가율도 안정적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재고량 증가... 판매망확대와 품질차별화로 해결
포스코는 지난 5년간 생산능력을 확대했는데 때마침 찾아 온 경기침체와 철강시장의 50%를 차지하는 중국 철강업체들의 덤핑공세로 재고가 쌓이고 있다. 재고 증가는 무엇보다 생산에 투입된 자금이 회수되지 않고 재고 유지관리비용이 증가해 손익과 자금 관리에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포스코는 재고수준을 낮추기 위해 두가지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첫 번째는 판매망을 강화하여 늘어난 생산제품을 남기지 않고 팔아서 현재의 재고를 적정수준으로 떨어 뜨린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2011년에 인수한 대우인터내셔널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 세계적인 판매 네트워크를 활용해 남미, 아프리카 등 그동안 포스코가 확보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수출량을 늘릴 계획이다.
또 하나의 전략은 근본적으로 후발 철강사들과의 품질차이를 더욱 벌려 후발 철강업체들의 덤핑판매 등 물량공세의 영향권에서 벗어 나는 것이다. 포스코는 포스코-포항산업과학연구원-포스텍 3자간의 기술협력을 통한 기술개발 연계체제를 구축했으며 고부가가치 제품개발, 조강 프로세스 개선 등을 통해 후발국들의 추격을 뿌리친다는 전략이다. 이와 더불어 광고회사인 포레카를 통해 글로벌 브랜드 가치제고 전략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앞으로도 철강산업의 고부가가치화 추진과 더불어 철강산업에서 축적한 핵심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종합소재, 환경, 에너지 등 관련산업으로의 투자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철강경기가 침체되고 있지만 자동차강판과 전기강판 같은 에너지강재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자동차 메이커의 조기제품개발 활동에 공동으로 참여하고 해양플랜트에 필요한 고부가가치 에너지강재를 늘려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입금, 금융비용 증가... 자산매각 서두르고 추가차입 억제
포스코는 최근 설비증강과 사업영역 확대를 위한 투자로 차입금이 5년만에 6배로 늘어 나고 이에따라 금융비용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러한 차입금의 증가는 이익률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주어 재무관리 전반을 어렵게 했다.
포스코는 차입금을 줄이기 위해 보유자산매각과 계열사의 상장을 추진한다. 공식적인 발표는 없지만 강남사옥 매각설도 나돌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4월 하나금융 등 보유주식을 매각해 약 5700억원을 마련했고 8월에는 교보생명 지분을 매각해 1조2천억원을 확보했다. 또 포스코특수강 상장과 지분매각을 통해 5천억원의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았지만 다양한 방법을 통해 연내 3조원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포스코는 이외에도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매각도 추진한다. 30일 포스코는 포스코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 주상복합건물과 부산 주상복합쇼핑몰, 그리고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하고 있는 창원 대우백화점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쟁격화와 장기침체... 미래 성장동력 발굴로 미리 대비
철강업계의 업황은 중국 인도 등 후발국가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막대한 철강생산설비와 재고물량, 그리고 국제금융위기 장기화 전망 등으로 조기 회복이 어려울 것이라는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에따라 포스코는 현재의 불황타개를 위한 경영효율화 추진과 함께 미래를 위한 준비도 계획하고 있다. 세계적인 친환경 추세에 맞춰 자원재활용 사업을 위해 포스코이앤이, 포스코엘이디 등을 설립했다. 철강분야에선 소재의 다양화에 대비하여 포스하이메탈, 리코금속 등을 통해 종합철강소재를 개발하고, 철강의 고품질화를 위해 포항에스피에프씨, 다코스 등을 통해 철강가공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불황극복을 위해 각 부분에서 합리화 방안을 추진하지만 미래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미래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사회적 신뢰와 기업가치를 정립하는 일도 소홀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BS투자증권의 윤관철 연구원은 이번 포스코의 경영합리화 방안에 대해 “포스코도 현상황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라며 “달라지는 시장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위기를 해결해 가는 단계로 봐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