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포스코, 신용등급 강등 쇼크…자산처분 급급

포스코의 신용등급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BBB’급으로 전락했다. 작년 11월 부정적 등급전망이후 1년만이다.

해외 신용평가3사는 지난 5월부터 포스코에 신용등급 하향가능성을 경고한 끝에 S&P가 지난 22일 처음으로 신용등급을 A-에서 BBB+(안정적)로 낮춘데 이어 24일 무디스도 A3에서 Baa1(부정적)으로 낮췄다. 이젠 피치의 등급결정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신용분석 전문가들은 S&P와 무디스에 이은 피치의 신용등급 강등도 시간문제라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악화된 재무구조, 철강 경기부진, 구조조정 지연 등 포스코가 안고 있는 구조적 요인들이 단기간 내 개선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업계의 전문가는 “포스코에 대한 신용등급하향 가능성은 충분히 예견된 사안 이었다”며 “포스코가 좀 더 일찍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등급하락을 막거나 최소한 시간은 벌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 2009년 이후 매년 등급하향 및 경고 신호 보내

반면에 국내 신용평가 3사는 제품 및 원가 경쟁력이 동업종 세계 유수 기업들보다 우월한 점과 전반적인 재무구조가 아직까지는 우수하다며 ‘AAA’로 최고의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신용평가 회사들은 국내기관들의 최고등급 평가와 달리 악화된 재무구조를 매년 반영하며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해왔다.

포스코가 최근 3년 동안 무리한 계열 확장과 해외사업추진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은 결과다.

게다가 2008년 이후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에 따른 철강산업의 불황지속과 공급과잉으로 인한 판매단가 하락 등 산업의 구조적 요인마저 등급하향의 빌미가 됐다.

해외 신용평가사의 포스코에 대한 등급변화 추이를 보면 S&P는 2007년 A(안정적)에서 2011년에 A-(부정적)으로 무디스는 A1(안정적)에서 2010년 A2(부정적), 2011년엔 A3(부정적)으로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해왔다.

지난 5월엔 S&P(A-), 7월엔 무디스(A3)가 신용등급을 추가로 하향조정할 것임을 경고했다. 그들의 요구조건에 부합하는 가시적인 조치가 없다면 ‘BBB등급’으로 강등될 가능성을 비친 것이다.

▇ 재무구조 개선 , 총차입금/EBITDA 3배 이내 요구

IBK투자증권의 박병칠 연구원은 지난 5월 분석보고서에서 S&P의 신용등급이슈와 관련해 “S&P가 포스코에 대해 현재의 신용등급(A- , 부정적 전망)을 유지했으나 향후 6개월내  연결재무 기준 총차입금/EBITDA(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를 3배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최소 3조5천억원의 비부채성 자금조달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포스코의 작년말 기준 총차입금/ EBITDA는 3.5배 수준으로 S&P의 신용등급하향 경고를 저지하기 위해서는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현금 창출 능력을 의미하는 EBITDA를 2009년과 비슷한 9조원 수준으로 회복시켜야한다. 아니면 비부채성 자금으로 3.5조원을 조달하여 차입금을 감축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기업평가의 분석보고서를 보면 포스코의 연결기준 EBITDA는 2007년 7조466억원에서 2011년 7조7208억원으로 9.5% 증가하는데 그쳤다.

같은 기간 연결기준 총차입금은 5조3619억원에서 26조8565억원으로 무려 5배나 급증했고 이에 따라 총차입금/EBITDA는 0.8배에서 3.5배로 급격히 악화됐다.

▇ 투자자산 처분으로 1조8천억 마련... 나머지는?

다급해진 포스코는 지난 4월에 보유중인 투자자산중 SK텔레콤,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주식을 일부 처분하여 5700억원 가량을 마련했다.

또 8월엔 계열사인 대우인터내셔날이 보유하고 있던 교보생명 주식 24만주를 어피니티 컨소시엄에 매각하여 1조2000억원을 조달했다.

이외에도 비상장 우량 계열사 포스코특수강(100% 지분 보유)의 연내 상장 추진과 지분 매각을 통해 연결기준 4~5천억원의 현금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이같은 자구 노력을 총 동원해도 S&P의 권고수준에 부족한 1조2천억원에 대한 추가조달 계획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결국 S&P는 포스코가 추가로 1조2천억원의 비부채성 자금조달을 맞춘다 해도 상반기 실적악화로 인해 총차입금/EBITDA를 3배 이내로 맞추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 등급강등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 신속한 구조조정으로 신용등급 강등 도미노 막아야

신용등급은 기업의 재무활동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자금 조달코스트가 높아지고 신규차입 조건이나 기존 대출과 회사채의 만기 때 차환조건이 불리해 진다. 

동부증권 채권상품팀 권봉철 부장은 “국내 무보증 회사채의 기준 금리 차이가 A-등급과 바로 아래 등급인 BBB+등급과 비교하면 기간 별로 0.74% ~ 2.42%로 크게 벌어진다”며 기업들의 신용등급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포스코가 불황과 공급과잉에 따른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 추가적인 자금부담을 지게되는 악순환 구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등급하향은 필사적으로 막아야 할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포스코관계자는 “등급 하락시 기존 차입금의 이자엔 변화가 없고 신규 차입의 경우에만 조달금리가 올라가게 되지만 향후 채권발행 계획이 없으므로 신용등급이 하락해도 당장 금리 상승에 대한 부담은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또 신용등급이 하락하는데 대해 “포스코는 물론 글로벌 철강사들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최근 조강생산량 1위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도 S&P, 피치로 부터 신용등급이 BB+, BBB-로 하향됐다”고 설명했다.

비록 포스코의 신용등급이 BBB+로 낮춰졌지만 여전히 세계 철강업계에선 최고의 신용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포스코가 추진 중인 자회사 일부 매각과 비주력사업 영위 계열사에 대한 통폐합 등 구조조정에 대한 신속한 추진과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만이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락 도미노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