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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순무 칼럼]

법관의 직관과 조세판결

조세일보 / 소순무 변호사 | 2018.05.24 08:30

최근 흥미 있는 연구논문이 발표되었다. 장재형 박사의 '도덕적 직관이 나타나는 대법원 조세 관련 판결과 조세심판원 결정에 관한 연구'이다. 몇 개의 심판결정과 판결을 찾아내 이를 도덕적 직관이 조세법 원칙에 우선한 사례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장 박사가 논문에서 인용한 도덕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그의 저서 바른 마음(The Righteous Mind)에서 도덕적 직관을 여섯 가지 모듈로 나누었다. 배려, 공평과 부정, 충성과 배신, 권위와 전복, 고귀함과 추함, 자유와 압제가 그것이다.

장 박사는 수원교차로 증여사건 판결(대법원 2017.4.20.선고 2011두21447 판결)은 명백한 상증법의 규정이나 입법취지에 불구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여야 한다는 도덕적 직관인 배려 모듈이 작용한 것이라고 본다.

소득처분에 관한 법인세법 규정이 무효라는 헌법재판소 최초의 세법 위헌판결에도 불구하고 법인대표에의 사실상의 귀속이라는 사실관계를 인정하여 처분을 유지한 대법원 판결(대법원 1997.10.24.선고, 97누242 판결)도 그 예로 들고 있다. 이판결은 회사 공동체를 배신한 회사대표를 비난하는 감정을 발생시키는 충성과 배신의 모듈이 활성화된 결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분석은 법관의 가치판단에 작용하는 여러 요소를 직관의 측면에서 본 것으로 수긍이 가는 면이 있다.

필자의 오랜 조세쟁송 대리 경험으로는 '모양'이 나쁜 사건은 승소하기 어렵다. 사실관계와 법리에만 충실하게 따른다면 당연히 동일한 결론을 내야 하지만 납세자의 비난 받을 행태가 끼어 있으면 달리 결론이 나기도 한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그 결론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사실인정을 달리하여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도 도덕적 직관이 작용하는 경우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장 박사는 조세판결을 그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직관이 작용하는 것은 작건 크던 판단이 필요한 거의 모든 과정에 미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헌법에서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하고 있으나 법관의 판단과정에서는 복잡한 여러 요인이 작용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 요인 중 중요한 축이 여론이다. 이른 바 법률의 법정이 아닌 여론의 법정이 우위에 있다고 보여지는 경우가 그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정권의 교체 등 사회의 변화기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빗발치는 여론은 평소와는 다른 잣대를 만들어 답이 달리 나오기도 한다. 주로 형사사건에서 문제가 되지만 그 것이 행정소송의 영역이라고 하여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직관과 여론, 옳고 그름을 떠나서 모두가 사법판단에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는 현실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는 동서고금의 역사를 통하여서도 수많은 사례를 통하여 알 수 있다.

그러나 직관이 너무 앞서거나 익숙해지면 오만과 편견이 최대의 적으로 다가온다. 여론 또한 한 때의 지나가는 바람에 그칠 때도 많다. 이 점에서 정의를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사법제도가 갖는 현실적 한계를 새삼 느끼게 된다. 


소순무 변호사(법학박사)

[약력] 서울대 법과대학, 경희대 법학 박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한변협 부협회장,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회 위원,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 법무법인 율촌 대표 변호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공익법인 온율 이사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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