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부실과세·세무조사'…기본으로 돌아오다

◆…서울·중부·인천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린 서울지방국세청 5층 회의실 전경.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 14일 사퇴한 가운데 열린 서울·중부·인천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는 '조국'이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던 본청 감사와는 다르게 '정책감사'로 진행됐다.

체납대책, 부실과세 문제, 세무조사 남용 문제 등 국세청이 평소 갖고 있던 문제점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으며, 3개 지방청장은 처음 겪은 국정감사를 무난하게 치러냈다는 평을 받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국세청사 5층에서 서울·중부·인천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오전 국감에서는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이 국세청 직원의 청와대화 민정비서관실과 교육부 감사 파견 문제를 놓고 다투기도 했다.

특히 권 의원은 교육부 감사 파견에 대해 사실상 사립대에 대한 세무조사라고 주장했다. '가짜뉴스'라며 김 의원이 권 의원의 발언을 비난하자, 권 의원은 김 의원을 향해 "청와대 대변인"이라고 언성을 높였고, 김 의원은 거듭 사과를 촉구했다. 

◆…왼쪽부터 최정욱 인천지방국세청장, 김명준 서울지방국세청장, 유재철 중부지방국세청장.

이날 3개 지방국세청 국정감사에서는 체납처리와 관련된 이야기가 자주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심기준 의원은 "최근 5년 간 국세 체납액과 체납건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면서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국민들이 고액상습체납에 대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지 않도록 철저하게 체납국세는 징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명준 서울지방국세청장은 "현재 지방국세청에 5개 체납추적팀을 운영하면서 은닉재산추적과 체납처분 면탈에 엄정하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갈수록 제3명의로 재산을 은닉하는 등 체납처분 행정이 고도화되기 때문에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김영진 의원 역시 "고액상습체납자 문제는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중요하다"며 "지속적으로 금액이 늘어나고 전체 체납 중 서울청이 건수로는 30%, 금액으로는 50%를 담당하고 있는데, 고액 체납 부분의 징수가 진전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김 서울청장은 "고액상습체납자는 명단이 공개되면 무재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은닉재산 여부를 추적해야 하는데 괄목할만한 실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체납정리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같은 당 조정식 의원은 고액상습체납 압류제도를 설명하면서 관세청이 통관 과정에서 압류한 정보를 국세청에 전달했지만 1건도 추적 징수에 나서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김 서울청장은 이에 "소액이라 소홀히 했다"며 "중요한 단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적극 제도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서울청이 지방청별 체납정리비율이 낮은 편이다. 서울청 내에서도 보면 체납발생액 규모가 큰 곳(세무서)이 대체적으로 순위가 좋지 못하다"고 말했다.

김 서울청장은 "전적으로 동감한다"며 "체납액 정리비율이 낮은 것은 대기업과 대재산가 체납의 경우 압류 재산이 비교적 많은 상황이다. 체납 진행을 사실상 공매하기 어렵고 쉽게 정리되지 않는 것이 많은데 분발해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

납세자와의 소송에서 패소율이 높다는 점은 곧바로 국세청의 부실과세 문제로 이어졌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2017년, 2018년으로 가면서 서울과 중부지방국세청의 패소율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결국 부실과세 문제"라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또 과오납 환급도 2016년부터 늘고 있다면 이것도 과세품질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엄용수 의원은 "고액소송에 대한 패소가 늘고 있는데 서울청을 기준으로 보면 100억원 이상 소송이 있었는데도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며 "최초 과세자체가 무리했던 것이 있어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았나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실을 덮기 위해 소송을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라며 "중부청을 보면 기재부에 질의회신(유권해석)을 받아서 신고한 것, 국가위임사무로 과세할 수 없는 것을 무리하게 과세한 사례가 있는데 이는 문제"이라고 지적했다.

김 서울청장은 "고액소송사건의 패소율 낮추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도 "대리인을 선임하지 않은 이유가 의도적인 것은 없다. 고액사건의 경우에는 대기업과 대재산가의 회피 행위와 관련해서는 법원의 판결을 받기위해 과세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부실과세로만 몰아세우지는 말았으면 한다"고 해명했다.

유재철 중부청장은 "우선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고액사건은 개별 건건이 이유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잘못한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서 이런 일 없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발언하고 있는 김명준 서울지방국세청장.

세무조사 남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은 "지난해부터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완화하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그 여파가 대기업과 대재산가로 옮겨지는 모양새"라며 "매출이 큰 기업에 세무조사가 집중되는 것은 부자증세 등 정부정책에 기조를 같이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윤영석 의원은 "재정지출 확대로 세수확보 위해 세무조사가 남발되고 있다"며 "작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탈세는 반사회적'이라고 하자 이틀 뒤 대기업 50곳에 대한 세무조사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최근 3개년 간 서울청 관할에서 대기업 세무조사가 급증했다. 기업 상황이 어려운데 급증하는 것이 정상적이냐"고 물었다.

이에 김 서울청장은 "대기업 세무조사는 정기순환조사를 하고 있다. 특정 연도에 세무조사가 과도하게 몰리는 것은 조사 선정의 문제라기 보단 착수시기의 문제"라며 "지난해 조사가 크게 늘어난 통계가 있는데 2017년에 정기조사 대상자 선정 기준이 변경됐기 때문이다. 부과제척 기간이 도달한 기업을 먼저 조사하다 보니 조사 건수가 증가했다는 설명.

김 서울청장은 "결국 금년과 내년 조사 건수는 정상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세무조사 건수가 많아진 점을 지적하며 "기업의 의욕을 억제시키는 것이다. 한국에서 기업할 맛 안 난다는 걱정들이 많다. 조사는 굉장히 신중하게 해야 하고 외풍으로 인한 오명을 뒤집어써선 안 된다"고 제언했다.

김 서울청장은 "(세무조사 관련)외풍은 전혀 없었다. 세무조사는 세법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하겠다"고 다짐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

올해부터 예산이 급격히 늘어난 근로장려금과 자녀장려금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국세청이 인력이나 기준이 익숙하지 못한 상태에서 장려금 업무를 하다보면 장려금이 잘 못 나갈 수 있다. 실제 행정을 해보니 국세청 입장에서 허점을 느끼지 못했냐"고 물었다.

이에 김 서울청장은 "문제라기 보단 단독가구 30세 미만까지 수급자로 포함되다 보니 실제 고소득자나 재단에 있는 분의 자녀가 세대분리를 해서 장려금을 수급할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유 의원은 "장려금 제도는 좋은 제도라고 해서 여야 공감대가 있었는데 지방청장들이 실태파악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계속 이어질 제도이고 확대도 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부탁을 드린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장려금 증가에 따른 국세청 인력 증원 상황을 확인했다. 심 의원은 "근로장녀금과 자녀장려금이 확대 개편됐는데 담당 인원이 증원됐나"라고 물었고, 김 서울청장은 "370여명이 증원된 것으로 알고 있다. 서울청에는 61명이 배정됐다. 중부청도 일정 부분 증원됐다. 업무하중도 일부 해소가 되고 있다"고 답했다.

심 의원은 "청장들은 일선을 담당하지 않아 모르겠지만 장려금 담당부서가 기피부서로 전락했다는 이야기가 있다. 업무 과중을 해결해주지 못하면 직원들 사기 진작에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지난 8월 일어난 일선세무서 조사과장 사망 사건을 이야기 하며 "33년 동안 국세공무원으로 묵묵히 일하다 쓰러져 사망했다. 국세청 내에서도 세무공무원들의 업무과다에 대해 세심하게 신경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같은당 김정호 의원은 지난 4월 개청한 인천청에 신규직원 비율이 높은 점을 우려했다. 김 의원은 "6급이하 세무직렬 중 5년 미만이 782명(41.2%)이다. 다른 지방청들은 30% 미만인데 비율이 너무 높다. 본청에 건의를 하고 인력 안배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홍일표 의원은 인천청의 국선세무대리인제도 활용 실적이 낮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6월 말 기준 대리인 1명이 1건도 수임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국선대리인자체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홍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 인천청장은 4월에 개청해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