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철회 논란-'정책논란'인가 '정치놀음'인가

정치권 '대혼전' 양상…찬·반 놓고 '설전(舌戰)'

정치권이 '감세(減稅)철회' 논란에 휩싸였다. 하루가 멀다하고 논란의 깊이와 강도가 배가되고 있는 모습이다. 지금 정치권은 이 문제를 놓고 뜨거운 '용광로'처럼 달아오르고 있다.

그야말로 '대혼전' 양상. 적어도 이 문제를 놓고 집권여당은 여러 갈래로 갈라진 모습이다. 당론도 없다. 여권 거물급 인사들이 각자의 견해를 내놓으며 논란을 확대시키고 있다.

야권은 이런 빈틈을 뚫고 그 동안의 당론(감세철회)을 강하게 쏟아내며 여권에 대한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다. 

사실 이 문제는 지난 수년 동안 논란이 되어 왔다. 이른바 '부자감세' 논란으로, 집권여당을 괴롭혀 왔다. 지난해에도 이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논란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여당 내부에서부터 철회여론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논란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시각이 다수 존재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감세안(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이 작동되는 시점과 향후 정치일정(2012년 국회의원 선거 및 대통령 선거)이 교묘하게 맞물려 있다.

여당이 이 문제를 들고 나왔다는 '모양새'만 놓고 봐도 논란의 진정성, 즉 '정책논란'이 아닌 '정치놀음'으로 보여지게끔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 일각에서는 '레임덕(Lame Duck)'의 징후라는, 풀이까지 내놓는 모습이다.

□ 감세철회 논란, 불쏘시개 제공한 '집권여당'= 감세철회 논란의 불쏘시개를 제공한 것은 집권여당 중진의원들이다. 특히 정두언 의원이 전면에 나서 불을 당겼다. 이어 한나라당이 "감세철회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문제가 확산됐다.

안팎의 강력한 반발을 접한 한나라당은 즉각 입장을 선회했고, 논란은 잦아드는 듯 했다. 그러나 여당 중진의원들이 '각개전투' 형태로 나서며 다시 공론화가 됐고 걷잡을 수 없는 논란으로 확대됐다.

현재 여당 지도부 인사(안상수 대표)들은 물론 유력 대권주자(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 김문수 경기도지사)들이 각자의 견해를 내놓는 등 논란에 가세, 애초부터 반대입장이었던 야당의 강력한 공세와 뒤섞이면서 정치권을 논란의 소용돌이 속에 빠뜨렸다.

근본은 '찬·반' 논란이다. 여·야 구분도 사라진 상황이다. 특히 여당 내부가 더욱 시끄럽다. 당론도 사라진 상태. 한나라당은 내주(22일) 의원총회를 열어 이 문제에 대한 토론을 거쳐 당론을 확정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 상태다.

그러나 어느 방향으로 당론을 모으더라도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기세다. 결집된 당론이 '효과'를 발휘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표면적인 당내 균열을 봉합하는 의미 이상의 효과를 내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이다.

□ 치열한 '찬·반' 논란= 한나라당 내부에서 감세철회 여론이 불거지면서, 현재 양상은 여·야 구분 없이 개별 정치인들간 '견해다툼'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물론 감세철회를 당론으로 삼고 있는 민주당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을 뿐이다.

현재로서는 어느 누구의 말이 옳다, 라고 딱 잘라낼 수가 없는 상황이다.

애초 감세정책을 놓고 경제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려있었기 때문이다. 현재의 상황을 '정치놀음'으로 해석하는 것도 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정부와 청와대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오히려 2012년 감세안이 작동할 예정이라는 점을 감안해 내년(2011년)으로 논의를 미루자는 '절충안(?)'을 내놓으며 논란의 진화를 시도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감세정책 기조는 변함이 없다"면서도 "(최고세율 구간에 대한 감세안이)2012년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내년 정기국회에서 논의해도 된다고 본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경제상황이 변하기 때문에 금융이나 경제동향, 재정상황을 감안해서 (내년에)결정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책의 방향은 감세해서 세율을 낮추고 세원은 넓히는 쪽으로 가야한다"며 "유보된 세율(인하)을 2013년에 할지, 1년 (유보)연장할지는 그 때 경제사정을 봐서하면 된다. (시기를)조정한다고 해서 (감세기조의)대원칙이 깨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한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 타협의 산물(産物), 또 다른 타협안으로 재탄생하나=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감세안은 2009년 여·야 합의를 통해 2012년 시행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부분이다. 다만 결론이 났다고 해서 논란이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부자감세' 논란은 계속돼 왔다.

논쟁 끝에 시행유보됐던 것을 아예 철회하자는 것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다만 여당 내에서도 철회여론이 들끓고 있다는 점에서 예년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여당과 야당, 각 진영의 정치적 계산은 둘째 문제로 치면, 최종적인 결론은 세 갈래로 나뉘어 생각해 볼 수가 있다.

단순히 감세철회 또는 유지 결론과 더불어 일부분은 감세를 계속 이어가고, 일부분은 감세를 철회하는 '부분 감세철회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가 꺼내든 카드가 바로 이 '부분 감세철회안'이다.

법인세는 고용창출이나 경기부양 등 산업에 영향이 크기 때문에 그대로 인하하되, 소득세는 부자감세라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인하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문제의 결론은 여전히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유동적인 상황이다. 올해 결론을 내지 못할 경우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올해 결론을 내든, 아예 논란을 중단해야 한다.

이미 '유보'라는 타협의 산물인 감세안을 놓고 정치권이 이번에는 어떤 타협안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