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세청 업무보고는 예상과는 달리(?) 정치적 쟁점보다는 국세청 본연의 업무와 관련한 질의 응답이 오고갔다.
정·재계를 발칵 뒤집을 의혹을 한아름 안고 있는 한상률 前국세청장의 귀국에도 불구, 기획재정위원들은 정치적 사안보다는 정책적 현안(성실신고확인제, 역외탈세 차단 등)에 포커스를 맞추는 모습이 역력했다.
□ "세무검증제, 국세청 본연 업무 포기한 것" = 지난 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하긴 했지만 '성실신고확인제'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기획재정위원들 사이에서 찬반이 극명히 갈리는 모습이었다.
특히 제도 도입을 줄기차게 반대해온 민주당 의원들은 부정적인 견해를 쏟아냈다. 국세청 '책임론'을 제기하는 모습도 엿보였다.
오제세 민주당 의원은 "공평과세 실현과 탈세를 막아야 할 2만여명의 국세청 직원들이 4만6000명의 고소득전문직의 탈세 확인을 하지 못해 세무사에게 자신들의 업무를 맡기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올해 초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국세청장이 '성실신고확인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 '국세청의 임무다'라고 말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도 "세무조사를 철저히 하고 의심이 가는 고소득 자영업자의 소득 탈루를 철저히 밝혀내면 될 것을 왜 성실신고확인제를 도입하려 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기왕 도입이 된다면 세무사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용섭 민주당 의원은 성실신고확인제와 같은 신규 제도를 도입하면서 인센티브가 아닌 패널티로 납세자들을 다스리려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특정 업종에서 일을 한다고 해서, 혹은 수익금액이 많다고 해서 세무자료를 검증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신제도를 도입하려면 우선 인센티브를 주고 많은 사람이 신청하도록 해야지 제출을 안 했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는 패널티는 맞지 않다"고 말했다.
□ 역외탈세 차단 '중간점검' = 올해 58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국세청의 역외탈세 관련 업무에 관해서는 많은 의원들이 관심을 보였다.
최경환 한나라당 의원은 국세청 역외탈세 담당인원 현황 및 국회와 약속한 '세수 1조원 달성' 가능성을 꼼꼼하게 질문하는 등 눈길을 끌었다.
같은 당 김성식 의원은 "최근 수입·수출 및 실물·외환 거래를 막론하고 조세피난처 거래가 늘고 있다. 모니터링과 분석, 유관기관과의 정보교환으론 부족하다. 더 강도 높게 관리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기도 했다.
김성곤 의원과 나성린 의원도 조세피난처 거래 증가를 문제삼으며 철저한 탈법 및 탈세 여부 검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 그냥은 안 넘어간 '한상률' = 정책 현안 질의가 이어지는 틈바구니에서도 한상률 前 국세청장과 관련한 질의가 제기되면서, 이현동 국세청장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특히 이강래 민주당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망과 관련 있는 태광실업 기획수사 의혹에서 現 국세청장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해 이 국세청장이 진땀을 빼기도 했다.
한편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차익 과세 문제도 언급됐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과세가 지난 2007년 있었던 일부 주식 과세처럼 원천징수될 수 있도록 국세청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국세청장은 "필요한 사안이 있다면 밝히도록 하겠다. 론스타의 '택스플랜'이 달라질 수 있어 현 시점에서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고 답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