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국세청장, '전문성' 갖춘 인물 필요하다"-(上)

"국세청장 임기제·국세청법 제정 필요" 한 목소리

국세청은 1966년 개청(開廳)이래 국가재원 조달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끊임없는 개혁 요구에 직면해 왔다.

국세청에 요구되는 개혁문제는 국세청 조직이 갖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100% 비롯된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며, 정치권력에 휘둘린 듯한 조직 외적인 문제에서 파생된 측면도 크다.

이에 따라 국세청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시대가 공감을 해왔지만, 아직까지 국세청법 제정, 국세청장 임기제 등 국세청을 정치권력에서 분리해 낼 수 있는 효과적 장치는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조세일보(www.joseilbo.com)가 국세청법 도입, 국세청장 임기제 등 그 동안 논의되어 왔지만 실현되지 않은, 국세청 개혁을 위한 몇 가지 과제를 학계 전문가(박훈 서울시립대 교수, 이준규 경희대 교수, 안창남 강남대 교수, 홍기용 인천대 교수)들과 토론해 봤다.

새 정부의 복지공약 실현 등 앞으로 씀씀이가 늘어날 천문학적인 정부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무를 짊어진 국세청이 "해야 할 일만을 제대로 해서, 쓸데없는 오해 없이 일한 만큼의 국민 사랑을 받는다"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다.

Q.그동안 학계 등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어 온 주장 중 하나가 '국세청법' 제정이다. 국세청법 제정은 필요한 방안이라고 생각하는가. 만약 국세청법 제정을 추진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박훈 : 국세청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세청이 기획재정부의 외청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내국세 분야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고 이를 담당하는 기관에 대한 견제와 지원을 별도로 체계적으로 정립해 본다는 점에서 필요하다고 본다.

국세청법은 국세청에 대한 독립성 확보, 국세청의 권한과 의무의 명확화를 방향으로 해야할 것이다. 다만 국세청에 무조건 권한을 더 주기 위한 법제정이어서도 안되고 국세청이 권력을 남용한다고 해 개혁대상임을 전제로 한 법제정이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홍기용 : 국세청을 견제하기 위한 특별법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한다. 다만 법률의 명칭이 ‘국세청법’이어야 하는지 여부는 고민을 해야 한다. 조세는 국세와 지방세로 나누어져 있어 국세청과 각 지자체가 나누어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감안하면 국세청만 따로 떼어 국세청법을 제정하는 것은 생각해 볼 부분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국세청법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우선 국세기본법 혹은 정부조직법에서 국세청과 관련한 내용이 좀더 자세히 반영될 수 있도록 조치하고 나서 여러 요인들을 반영해 국세청법 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준규 : 국세청법 제정은 필요하지만 제정 자체보다는 어떤 내용을 담느냐가 중요하다. 국세청장 임기제, 감독위원회, 독립인사 및 독립조직 등 국세청의 중립성, 전문성 및 책임성을 확보하기 위한 입법이 필요한 측면은 있다.

다만 과거 타 부처와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로 인해 무산된 전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를 극복할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안창남 : 국세청법 제정에 찬성한다. 국세공무원의 역할이 다른 일반 행정기관과 비교해 특수성이 있기 때문에 그 특수성에 맞게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되어야 한다고 본다. 아울러 세무조사와 관련해 정치권력으로부터 받은 정당하지 못한 세무조사 명령을 거부할 수 있는 방안이 포함되어야 한다. 

Q.국세청법 제정과 관련해 큰 핵심은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이다.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홍기용 : 국세청장의 임기는 필요하다고 본다. 국세청장이 특정 정권의 이해관계에 깊게 관여되면 조세행정의 난맥현상을 낳기 때문이다. 납세자의 권익증진에는 세제 뿐만 아니라 세정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 특히 세무조사권은 국세청만 가지고 있는 것이므로 국세청장이 정권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공정한 조세행정이 필요하다.

박훈 :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에 찬성한다. 안정적인 조직운영과 국세청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 다만 임기제가 있다고 해서 실제로 그 임기가 항상 보장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임기는 보장된다는 측면에서 임기제의 의미는 매우 크다. 국세청장의 국세청 내 권한을 생각한다면 국세청장 개인의 임기확보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아울러 임기제 도입시 견제장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고 본다. 임기제를 통해 안정적인 조직운영을 보장해 주면서 인사 등에 있어서 독단적 운영이 되지 않도록 견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창남 :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 정치권력으로부터 국세청장을 독립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임기제 도입과 함께 평가제도를 도입, 일정한 수행평가 점수를 얻지 못하면 퇴출시키는 제도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임기 보장에 따른 후유증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준규 : 임기제 도입에 찬성한다. 다만 임기는 2년 이상, 연임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행정 효율성과 전문성을 확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다만 임기가 늘어나는데 따른 부작용은 감독위원회 등을 통해 보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임기제 도입과 관련해 정치 중립적인 국세청장 선임을 위한 방편으로 '국세청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추천대상을 선정하고 철저한 검증을 거친 후 임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위원회도 민관전문가와 사회 각층 대표로 구성하고 추천과정 또한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Q.국세청장은 어떤 자격요건을 갖춘 인물이 선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아울러 외부인 출신을 국세청장에 인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가.

박훈 : 국세청의 역할을 볼 때 국세청장은 '전문성'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한다. 새 정부가 출범을 앞두고 국세청의 역할이 중요해 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의 안정된 조직운영 하에서 그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는 국세청의 개혁보다는 조직 안정을 전제로 본래 기능에 충실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필요하다.

홍기용 : 국세청은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한 조세를 다룬다는 면에서 전문가가 필요하다. 또한 납세자중심적 사고를 가진 인물도 요구된다. 국세청장은 조세와 관련한 전문적인 사람이 담당하되, 내부인 혹은 외부인으로 가를 필요는 없다고 본다.

가능한 일정기간 마다 내외부인을 교차해 국세청장으로 임용하면 국세행정이 좀 더 선진화될 수 있다고 본다.

이준규 : 국세청장은 국세행정의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그 문제점을 창의적으로 개선하려는 의지와 능력을 갖춘 조세전문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정치적, 이념적으로 어느 한편에 치우친 사람은 배제되어야 한다. 외부인 출신 국세청장 임명에 대해서는 장단점이 있으므로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외부인사의 장점을 잘 살릴 수 있는 사람인 경우 국세청장으로 선임해도 좋다고 본다.

안창남 : 국세청장은 외부인물이 기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만 납세자의 권리가 보다 더 보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장은 세무회계에 대한 지식보다는 철저한 '법적 마인드'를 소유한 인물이 바람직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