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실수로 더 낸 대출이자, 돌려받을 수 있을까?

직장인 A씨는 1990년 한 시중은행에서 주택자금대출 1000만원을 받았다.

이자율 11.5%(변동 금리), 20년 만기 조건으로 계약한 그는 지난 2008년 대출 기간이 거의 다 만료돼서야 원리금(원금과 이자를 합한 금액) 균등 상환 방식으로 빚을 갚고 있는 것을 알았다.

만일 원금 균등 상환이 적용됐을 경우 이자가 더 적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린 A씨는 금융감독원에 분쟁 조정을 신청, 차액을 돌려받을 것을 주장했다.

2008년까지 그가 상환한 대출금은 2267만5323원이었다. 원금 균등 상환이 적용됐을 경우 이미 160만230원을 더 낸 셈이지만, 대출 약정서대로 원리금 균등 상환을 적용하면 A씨는 아직 221만8047원을 더 갚아야 하는 상황.

이 경우 그는 대출 약정 조건을 번복하고 더 낸 이자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

금감원은 이 분쟁 조정 건에 대해 은행 측이 A씨에게 160만230원을 반환해야 한다고 지난 2011년에 결정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당시 은행원은 원리금 균등과 원금 균등 상환의 차이점을 설명하지 않았다.

은행 측은 대출 약정서에 표기된 원리금 균등, 원금 균등 상환의 방식 중 A씨가 원리금 균등 상환에 동그라미 표시를 한 만큼 이자를 돌려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감원 직원이 당시 대출을 담당한 은행 직원과 직접 전화 통화를 한 결과, 그는 A씨에게 원리금 균등 및 원금 균등 상환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거래 시 금융회사는 고객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 사건의 경우 동그라미 표시를 누가 했는지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이 정확한 설명을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A씨는 자신의 경제력이나 현금 흐름을 고려해 대출금 상환 방식을 선택할 권한을 침해받았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도 지난 2004년 이와 같은 내용의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2002다 72743 판결 참조).

한편 원금 균등 상환의 경우 매달 원금을 분할상환하면서 대출 잔액에 대한 이자만 내면 되기 때문에 이자 부담이 적지만, 초기 상환액이 많다는 단점이 있다.

금감원은 A씨가 대출금 상환 방식의 내용이나 차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과실 역시 있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장기간 이의 제기를 하지 않은 만큼 재산상 손해 규모나 구체적 액수를 산정하는 것이 곤란한 점을 감안해 판결을 했다고 설명했다.